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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피케티가 불 지핀 불평등론, 과연 옳았는가

애프터 피케티

애프터 피케티

애프터 피케티
토마 피케티 외 25인 지음
유엔제이 옮김, 율리시즈
 
토마 피케티는 행운아다. 경제학자인 그가 3년 전 펴낸 『21세기 자본론』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기껏해야 1만~2만 권, 잘하면 수십만 권 팔릴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전 세계에서 210만 부 이상 팔렸다. 800페이지에 가까운 두터운 ‘벽돌책’이자 이론서인데도 그랬다. 한국어판도 8만8000부나 나갔다. 책 제목의 모티브가 된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150년 전 나왔을 때는 이만한 주목을 끌지 못했다. 독일어 초판 1000권이 팔리는 데 5년이 걸렸다. 피케티가 제시한 ‘불평등’이란 주제가 그만큼 뜨거운 시대적 관심사라는 방증이다.
 
이유가 뭘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직접적 원인으로 꼽을 수 있겠다.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 성장’이 무너지며 대중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회의와 불안을 안게 됐다. 1980년 이래 세계 경제의 주류가 된 ‘신자유주의’에 대한 의구심도 커져 갔다. 상위 10%, 혹은 1%와 나머지 계층 간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최고경영자(CEO)와 직원 간의 임금 격차가 확대되는 상황이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대 세계대전을 치르며 완화됐던 서구의 사회적 불평등은 20세기 말과 21세기에 오히려 확대되는 추세다.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이 출간된 지 3년째. 이른바 ‘피케티 현상’은 또 다른 의미 있는 저작을 낳았다. [중앙포토]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이 출간된 지 3년째. 이른바 ‘피케티 현상’은 또 다른 의미 있는 저작을 낳았다. [중앙포토]

피케티는 이를 19세기 ‘도금시대’처럼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넘어섰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자본이 더 가져가면 상대적으로 노동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자본을 더 가진 상류층과 하류층의 격차도 커진다. 확대된 자본의 힘은 경제뿐 아니라 정치, 문화를 좌지우지하며 자신들의 부를 위협하는 혁신을 거부하는 기득권으로 작동한다. 불평등이 높아지면 경제적 안정뿐 아니라 성장 잠재력에도 수많은 악영향을 미친다. 상속된 부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 불평등을 줄이고 노동에 의한 혁신 동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피케티의 주장이다.
 
3년이 지난 지금 『21세기 자본론』의 영문판을 펴냈던 하버드대 출판부는 『애프터 피케티』를 통해 ‘피케티는 과연 옳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폴 크루그먼, 로버트 솔로 등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위시한 각 분야 전문가들이 피케티의 논지를 체계적으로 비평한다. 그가 사용한 자본의 개념이 모호하고, 분석이 서구중심적이며, 노예제도의 영향을 과소평가했다는 등 분야별 비판이 이어진다. 하지만 누구도 피케티의 논지가 근본적으로 틀렸다고는 하지 못한다. 논란의 당사자인 피케티가 문제 제기에 대한 해명과 답변, 보충설명을 하는 것으로 책은 마무리된다.
 
이런 이례적인 비평서가 나온 건 피케티의 문제제기가 그만큼 폭발적이라는 반증이다. 경제학계에서 주변부로 밀려났던 ‘불평등’은 다시 경제학의 핵심 주제로 떠올랐다. 우아한 수학적 공식의 세계에 파묻혀 놀던 경제학이 다시 정치와 사회 같은 사회과학의 영역으로 연결되는 계기도 됐다. 이런 점 만으로 이미 피케티의 공은 적지 않다.
 
한 가지 아쉬운 건 한국에 대한 언급이 여전히 적다는 사실이다. 불평등에 대한 체계적인 데이터와 연구가 아직 국내에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럴수록 이에 대한 연구를 서두를 필요는 크다. 최근 지표는 한국의 불평등과 양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상속 부자의 비율이 80%로 전 세계 최고이고 중산층 이하의 실질소득은 공교롭게 피케티의 책이 나온 때를 전후해 빠르게 줄기 시작했다. 경제적 불평등이 불공평한 기회와 결과로 연결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내 주류 사회과학계와 경제학계의 응답을 기다린다.
 
나현철 논설위원 tigera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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