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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회장, 국회 앞 삭발···변호사 '밥그릇'에 무슨 일이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자동취득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이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이를 지켜보던 이창규 한국세무사회 회장 등 세무사들과 관계자들이 손을 맞잡고 기뻐하고 있다(사진 아래). 변호사업계는 이날 국회 앞에서 ‘무한투쟁’을 선언하며 삭발식 등 고강도 투쟁에 나섰다.(사진 위). 조문규 기자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자동취득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이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이를 지켜보던 이창규 한국세무사회 회장 등 세무사들과 관계자들이 손을 맞잡고 기뻐하고 있다(사진 아래). 변호사업계는 이날 국회 앞에서 ‘무한투쟁’을 선언하며 삭발식 등 고강도 투쟁에 나섰다.(사진 위). 조문규 기자

변호사에게 자동으로 세무사 자격을 주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이 8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변호사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011년까지 변호사라면 누구나 세무사로도 활동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원천 차단된다. 세무사 자격을 법으로 명시한 세무사법 제3조 제3항에서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자'가 삭제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날 김현 회장·이장희 사무총장 등이 국회 앞에서 머리를 깎는 삭발식을 했다. '국민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세무사법 개정안 결사반대' 등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변협 회장이 삭발까지 하며 변호사 업계가 반발하는 이유는 뭘까. 세무사법은 이미 6년 전인 2011년 5월 개정 때 한 차례 진입 장벽을 만들었다. 그해 8월까지 세무사 등록을 마친 변호사나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들까지만 세무사 자격을 주는 것으로 법을 바꿨다.
 

이후 올해까지 6년째 변호사 시험이나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은 세무사 등록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개정은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을 삭제하는 셈이다.
 
이미 세무사 등록을 하고 활동하는 변호사들에게 이번 개정법은 사실상 영향이 없다. 대형 로펌의 경우는 이미 세무사나 국세청 출신 전관들을 채용하고 있어서 업무 분담이 이뤄졌다.

변호사들이 걱정하는 것은 이번 개정의 상징성과 앞으로의 파장이다. 한 중견 변호사는 "추가적인 기득권 침해에 대한 우려 때문에 변호사들이 강경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법 개정이 앞으로 유사 법조 직역의 공격에서 변호사들이 점차 무너지게 되는 상징적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무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변호사 출신의 이상민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변호사 업계 등의 반발과 저항으로 인해 3번이나 폐기된 끝에 이번 20대 국회에서 뜻을 관철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변호사 출신임에도 변호사의 특혜를 막는 법안을 직접 발의했다. 그동안 합리적인 이유 없이 변호사 자격 취득자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 부여하는 부당한 특혜를 막을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런 맥락에서 일부 변호사들의 걱정은 크다. 세무사들이 이번 개정안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요구를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변호사의 권리가 특권으로 인식되면 ‘밥그릇’은 더 작아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세금 부과에 대한 이의신청 등 세무사와 변호사가 모두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세무사들이 "세무사 자격을 갖춘 사람만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세무사뿐만 아니라 변리사·노무사·행정사·공인중개사 등의 유사 법조 직역에서의 갈등이 연쇄적으로 빚어질 수도 있다.
 
대한변협은 이날 삭발식에 앞서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이 날을 목놓아 통곡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대한민국 변호사들의 지극히 정당한 주장을 외면하고 개정법을 무리하게 통과시키려는 국회의장과 3당 원내대표 및 찬성하는 의원들을 강력 규탄한다"고 했다.  
 8일 오후 국회 앞에서 김현 변협 협회장이 세무사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삭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후 국회 앞에서 김현 변협 협회장이 세무사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삭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 대한변협 회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개정으로 향후 세무사가 기장 대리나 세무조정 업무 등을 독점하게 돼 국민들의 법률서비스 선택권이 크게 좁아졌고, 법률자문과 구분이 모호한 세무 자문 또한 세무사가 독점하게 돼 불필요한 분쟁의 소지도 생겼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이는 로스쿨 제도의 도입 취지에도 반한다"면서 "다양한 전문 직역 출신의 변호사를 양성하겠다고 로스쿨을 만들어 놓고, 유사 법조 직역에 '업무 독점'의 길을 열어 전문변호사를 꿈꾸며 로스쿨에 들어갔던 청년 변호사들의 꿈을 꺾었다"고 말했다.

 
대한변협은 이번 개정안 통과를 막지 못했지만 13일 국회 앞에서 전국 변호사 궐기대회를 열고 헌법소원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변호사들이 세무사 등록 없이도 세무업무 전반을 다룰 수 있도록 세무사법과 변호사법을 개정하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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