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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령이 된 남편이 과거와 미래를 오간다? '고스트 스토리' 데이비드 로워리 감독

‘고스트 스토리’ 데이비드 로워리 감독 / 촬영장 사진=더쿱

‘고스트 스토리’ 데이비드 로워리 감독 / 촬영장 사진=더쿱

‘고스트 스토리’(원제 A Ghost Story, 12월 28일 개봉)는 한눈에 알기 힘든 영화다. 유령이 등장하는데, 그 유령이 인류의 과거와 미래로 시간 이동하며 인간의 유한성과 인류 문명을 성찰한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1.33:1의 화면 속에 펼쳐지는 소박한 이야기지만, 표현력과 깊이는 작은 프레임에 갇히지 않는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피터와 드래곤’(2016)을 감독했던 데이비드 로워리(37)는 상업영화 자장에서 벗어나 실험·예술영화에 가까운 유령 이야기를 완성해냈다. 지난 7월 개봉한 미국에선 이미 올해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영화가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됐는지 뉴욕에서 감독을 만나 직접 들어봤다. 
 

 
 ━‘고스트 스토리’는 아마 가장 아름다운 유령 이야기일 것이다. 각본을 직접 썼다고 들었다. 
“오랫동안 유령의 집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 집에는 침대보를 뒤집어 쓴 고전적인 유령이 존재한다. 그 이미지가 내게는 매우 아름다우면서 아이 같고, 으스스하고, 달콤 쌉싸래하고, 슬픈 느낌을 준다. 이 아이디어의 또 다른 근원은 당시 아내와 내가 텍사스에서 LA로 막 이사 온 시기였다. 머무르는 것과 떠나는 것을 두고 큰 언쟁이 있었다. 나는 텍사스로 돌아가고 싶었고 아내는 LA에 남고 싶어 했다. 우리는 보통 매우 평화로운 관계였고 이렇게 의견이 안 맞기는 처음이었다. 두 개의 컨셉트가 뒤섞여 시나리오로 튀어나왔다. 커플 중 남자(케이시 애플렉)가 죽어서 유령이 돼버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유령들린 집이 등장하는 이야기로 나아가게 됐다. LA의 우리 집 소파에 앉아 끊김 없이 한 번에 썼다. 처음에는 30페이지 분량의 짧은 시나리오였다.”
 
━영화 속 유령은 굉장히 수수하다. 어떤 유령을 상상하며 만들었나. 
“아이들이 핼러윈에 할 법한 유령 분장 같은 순박한 느낌이길 바랐다. 얼굴 부분에 표현을 집어넣을 필요는 없었다. 관객이 그 얼굴이 자신의 감정을 투영하면 될 테니까. 만져질 듯하면서도 ‘영혼’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꽤 오랫동안 유령의 움직임과 촬영 방법을 연구했다.”
 
━케이시 애플렉이 촬영 내내 침대보를 쓰고 있었나? 
“그가 모든 순간 그 안에 있었던 건 아니지만, 되도록 그가 연기하게 했다.”
 
━유령 움직임은 어떻게 연출했나? 
“일반적인 연기 연출과 달리 매우 기계적인 연출법이 필요했다. 유령이 된 장면에서 케이시는 거의 볼 수가 없기 때문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다. 침대보 안에서 내 지시대로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 ‘집안을 느리게 걷기 시작해요. 멈추고, 머리를 왼쪽으로 매우 느리게 돌리세요. 멈추고’ 이런 식이었다.”
 
━그에게 유령 역할이라고 시나리오를 보여줬을 때 반응이 어땠나? 
“그가 촬영 전에 시나리오를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e-메일로 시나리오를 보내면서 무슨 영화인지 설명했다. 유령을 연기하는데 등장 내내 침대보를 쓰고 있어야 하고 그동안 몇 천 년의 시간이 흘러간다고 했더니 ‘멋지다, 하겠다’고 답이 왔다. 창의적인 배우이고 나와 일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쉽게 ‘예스(Yes)’라고 말했을 것이다. 일이 없는 여름 한 달을 유령 연기로 보내는 편이 더 재밌을 테니까. 케이시는 100% 솔직한 사람이라서 입바른 말을 못한다.”
 
━그와 또 다른 주연 루니 마라는 각 세대를 대표하는 배우로 성장했다. ‘에인트 뎀 바디스 세인츠’(2013)부터 둘을 지켜보며 감탄했던 순간이 있었나. 
“케이시는 시나리오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상상했던 것보다 더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계속 대사가 왜 이렇고 왜 이때 그 말을 하는지 나에게 물으면서 대화하길 좋아한다. 루니도 비슷한데, 일단 대화를 나눈 다음 연기를 준비하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게 좀 다르다. 루니의 연기는 정말 뛰어난데, 남편이 죽은 후 파이 먹는 장면이 좋은 예다. 굉장히 긴 데다, 영화가 끝나도 계속 뇌리에 남을 만큼 중요한 대목이다. 루니는 그 장면이 왜 필요하고 어때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혼자 시간을 보내고 돌아와 연기했는데, 딱 맞는 연기였다. 채식주의자 셰프가 만든 글루텐 프리 초콜릿 케이크를 평생 케이크를 못 먹을 사람처럼 우악스럽게 먹어줬다.”
 
━1.33:1의 화면 비를 택한 이유가 있다면? 
“이미지를 아름답게 만드는 비율이다. 평범한 영화 프레임이 아니어서 더 좋았다. 영화를 만들 때마다 테마를 정하는데 ‘고스트 스토리’는 ‘상자에 갇힌 남자’였다. 죽음이라는 폐쇄 공포적인 현실을 주인공이 어떻게 겪어 나가는지 보여주기 위해서도 이 비율이 필요했다. 우주로 뻗어 나가는 웅대한 이미지를 이 작은 화면 비율로 표현한다는 게 감독으로서 어려운 도전이었다.”
 
━이 영화의 으스스함을 담당하는 건 이미지보다 사운드다. 사운드 디자인은 어떻게 했나. 
“전통적인 호러처럼 보이지 않기를 바랐다. 사운드 디자이너에게 가능한 가장 무서운 사운드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렇게 만든 사운드를 하나씩 배열했다. 부딪히거나 덜컹거리는 소리, 섬뜩한 소음을 (남자 주인공이 죽기 전인) 초반에 들려주고 어느 정도 불편한 사운드를 유지하면서 유령의 집 전통을 적절히 따랐다. 관객의 관심을 계속 끌어당기면서 전체 사운드 지형에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했다.”
 
━최근 미국 독립·예술영화계에서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는 A24가 배급을 맡았다. 다른 배급사와 어떤 차별점을 느꼈나. 
“A24와 계약이 성사됐을 때 엄청나게 좋았다. A24 영화들의 굉장한 팬이기도 하고 그들의 배급 방식을 좋아하기도 한다. 창의적이고 특이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이 영화도 굉장히 특이하기 때문에 잘 맞는 조합이다. 케이시가 상영 시간 내내 침대보를 쓰고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배급을 맡았다.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언젠가 A24와 일해보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꿈을 이룬 셈이다.”
 
━테렌스 말릭이나 잉마르 베르히만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동시에 차이밍량,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같은 아시아 작가주의 감독들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혹시 아시아영화의 영향을 받았나. 
“정확하다. 2002년에 차이밍량의 ‘거기 지금 몇 시니’(2001)를 봤다. 영화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깨닫게 해주는 엄청난 영화였다. 그 뒤로 완전히 빠져들어서 차이밍량 영화를 모두 챙겨봤다. 정말로 그의 영화들을 좋아한다. 위라세타쿤도 비슷하게 좋아한다. ‘열대병’(2004)은 자연 환경을 활용해 만들어낸 심오하고 아름다운 영화여서 카메라 연결을 볼 때마다 막 흥분된다. 그 다음 작품인 ‘징후와 세기’(2006)도 매우 좋아한다. 어떻게 그렇게 만드나 모르겠지만, 그의 영화는 ‘느낄’ 수 있다. 허우 샤오시엔의 ‘밀레니엄 맘보’(2001)도 세 번이나 봤다. 나한테 매우 큰 영향을 준 영화다. 아시아 감독들에게서 영향을 받은 감각이 ‘고스트 스토리’에 녹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좋아하는 호러영화는 어떤 스타일인가? 
“최고는 ‘샤이닝’(1980,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지만 다들 ‘샤이닝’을 꼽기 때문에 다른 걸 생각해 보겠다(웃음). ‘링’의 일본 원작(1998, 나카다 히데오 감독)과 미국 리메이크 버전(2002, 고어 버빈스키 감독)을 모두 좋아하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각본·제작한 ‘폴터가이스트’(1982, 토브 후퍼 감독)도 훌륭한 고전이다. ‘써스페리아’(1977,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는 웃기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최고의 호러 중 하나다.”
 
━‘고스트 스토리’를 호러영화라 부를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 분명히 호러를 기대하고 갔다가 실망하는 관객이 있겠지만, 호러영화로서 기능하고 호러영화 전통을 따르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뉴욕=홍수경 영화 저널리스트 사진=더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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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