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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용어도 아닌 일본식 관용어 ‘세비’부터 ‘보수’로 바꿔야”

2012년 6월 20일 시민단체 회원들이 국회의원 세비 반납 및 등원 촉구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김형수 기자

2012년 6월 20일 시민단체 회원들이 국회의원 세비 반납 및 등원 촉구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김형수 기자

 
 의회 전문가들은 일본식 잔재가 묻은 ‘세비’(歲費)라는 용어부터 ‘보수’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한자어 세비에서 ‘세’는 ‘세금 세(稅)’자로 잘못 알려진 경우가 많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조성된 급여라는 개념으로 보아서다. 하지만 사실은 ‘해 세(歲)’가 맞다. 
 
 세비의 사전적 용어는 ‘국가 기관에서 한 해 동안 쓰는 경비’다. 그런데 이런 세비가 어떻게 국회의원들의 연봉 개념으로 쓰이게 된 걸까. 1948년 제헌의회는 ‘국회의원 보수에 관한 법률’을 만들면서 국회의원의 보수를 ▶세비 ▶직무수당 ▶거마비 등으로 구성한다고 규정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지난해 만든 자문기구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 활동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세비는 일본 헌법의 영향을 받았다. 일본 헌법 제49조에는 ‘(참의원ㆍ중의원 등) 양(兩) 의원(議院)의 의원(議員)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고에서 상당액의 세비를 받는다’고 돼 있다.
 일본 국회법 제35조에도 ‘의원은 일반직의 국가 공무원 최고 급여액보다 적지 않은 세비를 받는다’고 해 의원 급여를 세비로 규정하고 있다. 제헌의회가 맨 처음 국회의원 보수법을 제정하면서 일본식 용어인 세비를 보수 한 항목으로 집어넣으면서 70년 가까이 관용어가 돼버린 것이다.
 
 국회는 1973년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로 법안을 개정하면서 ‘보수’ 개념을 ‘수당’으로 대체했다. 73년 유신체제 당시 의원을 하나의 전문 직업으로 보지 않고 명예직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의원에게는 일반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직무활동 대가인 보수가 아니라 품위유지에 필요한 실비 보전 개념의 수당이 지급된다는 개념이다.  
 
 제헌의회 이후 25년 만에 이렇게 법이 바뀐 뒤로 현행 법률체계에서는 세비라는 용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국회의원에게 지급되는 수당이란 개념으로 지금까지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에 참여했던 최민호 배재대 교수(행정학과)는 8일 “세비는 법정 용어가 아니고 의정활동에 대한 물질적 보상의 개념으로도 적합한 용어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의원 세비는 수당과 상여금으로 이뤄진다. 봉급과 수당을 받는 일반 공무원들과 다르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받는 월정액 수당(일반수당ㆍ관리업무수당 등)은 사실상 공무원들의 봉급에 가깝고, 의원 상여금(정근수당ㆍ명절휴가비)은 공무원의 수당 개념에 가깝다. 이때문에 “의원들이 매월 고정적으로 받는 수당과 그 외 다른 항목들의 수당이 혼재돼 있어 개념상 혼란을 초래하는 만큼 용어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민호 교수는 “세비라는 용어를 정리하면서 기존 ‘수당’ 개념에서 ‘보수’로 개편하고 보수의 세부적인 수준 결정은 외부 인사로 구성된 독립 기구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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