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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뺨 2대' 김기덕, 검찰이 구형 기준 5배 벌금 구형한 까닭

영화 촬영 도중 여배우를 폭행한 혐의로 약식기소된 김기덕 감독 [중앙포토]

영화 촬영 도중 여배우를 폭행한 혐의로 약식기소된 김기덕 감독 [중앙포토]

영화 촬영 도중 배우의 뺨을 때려 논란을 빚었던 김기덕(57) 감독에 대해 지난 7일 검찰이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약식기소란 비교적 가벼운 범죄에 대해 검찰이 기소와 동시에 벌금형을 선고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것이다.
 
하지만 ‘뺨을 두 차례 때린’ 행위에 대해 검찰은 이례적으로 법정 최고 벌금형을 구형했다. 단순폭행죄는 2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비슷한 수준의 폭행 사건과 비교해도 최고 5배의 벌금형을 구형한 것이어서 검찰 안팎에선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갑을 관계의 위계 구도 속에서 여성 배우에게 일방적으로 가해진 폭력 범죄란 점을 고려해 구형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통상 폭행 사건에 대해 구형할 때 내부 ‘구형 기준’을 참고한다. 대검찰청은 2014년 ‘폭력사범 벌금기준 엄정화 방안’을 발표해 폭력 범죄에 대한 구형 기준을 과거보다 2배가량 강화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대화 중 시비가 일어 상대의 얼굴을 강타할 경우 100만원 이상의 벌금이 구형된다. 피해자가 잘못이 없는데도 경미한 수준의 폭행을 할 경우에도 100만원 이상의 벌금이 구형된다. 김 감독의 경우 후자에 해당돼 100만원의 벌금이 구형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박지영)는 예상보다 높은 벌금형을 구형했다.
 
앞서 배우 A씨는 2013년 영화 ‘뫼비우스’ 촬영 중 김기덕 감독이 연기 지도 명목으로 뺨을 때리고 사전 협의 없이 남자 배우의 성기를 만지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8월 김 감독을 폭행, 강제추행치상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김 감독은 검찰 조사에서 “폭행 장면 촬영에서 감정 이입을 돕기 위해 뺨을 때린 것은 맞다. 추행과 관련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미투 캠페인에 참여한 불특정 다수 여성을 2017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미 수사주간지 '타임' [타임 홈페이지 캡처]

미투 캠페인에 참여한 불특정 다수 여성을 2017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미 수사주간지 '타임' [타임 홈페이지 캡처]

이 사건은 최근 미국 사회를 강타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캠페인과 맞물려 관심을 모았다. 이 캠페인은 여성들이 미국의 영화·정치·스포츠계에서 당한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고발한 것을 시작으로 전 세계로 번졌다. 
 
할리우드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과 배우 케빈 스페이시, 알 프랑켄 미국 상원 의원 등이 과거 부적절한 행동을 저질렀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피해를 고발한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침묵을 깬 사람들(The Silence Breakers)이라고 명명하고 ‘2017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문화·예술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서 ‘갑을 관계’에서 비롯되는 폭력 범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연기 지도가 목적이라도 폭력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게 수사팀의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김 감독이 영화계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피해 배우가 여성인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지난 3월부터 노인·여성·아동·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폭력에 대해 엄벌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도 이번 구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사회 정의 확립을 이유로 특정 개인(김 감독)에게 과한 구형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김 감독에 대한 도덕적 비난 문제와는 별개로 동일 수준의 범죄와 비교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과 검찰이 자의적 해석으로 특정인에게 구형했다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감독을 본보기로 삼은 것은 아니다. 향후 각 분야에서 책임 있는 지위에 있는 인사가 갑을 관계 구도 등에서 비롯된 폭행 등 범죄를 저지를 경우 가중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벌금형 선고를 청구하는 약식 재판으로 넘겼다. 김 감독은 이후 법원의 약식 명령 선고를 받아들이거나 정식 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재판에 소요되는 시간과 여론의 관심 집중, 이미지 타격 등을 고려하면 김 감독이 무죄를 주장하며 정식 재판을 청구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검찰은 김 감독을 폭행죄로 기소했지만 강요, 강제추행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불층분으로 혐의없음 처분했다. 앞서 검찰은 영화 뫼비우스의 촬영 당시의 영상과 메이킹 필름 등이 담긴 하드디스크를 디지털 포렌식 방식으로 복원해 분석했다. 검찰 관계자는 “관련 영상을 모두 살펴본 결과 성기를 만지게 하는 장면이 있었는지는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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