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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익 한전 사장 퇴임…“사임은 전적으로 내 의지"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조환익(67) 한국전력 사장이 8일 퇴임했다. 이날 오전 전남 나주 한국전력 본사에서 이임식을 가진 조 사장은 이임사에서 “새로 오실 후임 사장이 주요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말인 2012년 12월 취임해 만 5년 가까이 한전을 이끌었다. 대통령이 두 번 바뀌는 동안 두 차례 연임에 성공했지만 결국 임기를 석 달여 남기고 물러났다. 영국 무어사이드 원자력발전 프로젝트에 한국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둔 직후다.
 
 앞서 조 사장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적으로 내 의지로 퇴임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2주일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퇴임 의사를 먼저 밝혔고, 정부가 배려를 해 줘 물러나게 됐다”는 설명이다. 건강 문제를 언급하며 “많이 쇠약해졌다. 바뀐 사람이 새로운 각오로 하는 게 좋겠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도 했다. “영국 무어사이드 사업과 동북아 슈퍼 그리드 사업 등 진행 중인 굵직한 현안들이 앞으로 꽃피는 것을 보고 싶다”는 게 그가 밝힌 퇴임 소회다. 아래는 일문일답.
 
영국 원전을 수주하자마자 퇴임 의사를 밝힌 이유가 있나.
“한전 사장은 한 사람이 5년이나 있을 자리가 아니다. 어마어마한 매출을 최고경영자(CEO) 혼자 이끈다. 각종 공공부문을 다 상대하는 한편 해외 출장도 수시로 가야 한다. 지금 한전은 해외 사업이 절대적인 융성기를 맞고 있다. 각종 해외 현장을 다 쫓아다니다 보니 완전히 탈진상태가 됐다. (퇴임 생각은) 미리미리 했는데 여러 가지 현안들을 마무리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일단은 (영국 원전 수주가) 다 정리된 뒤에 퇴임 의사를 얘기했고, 정부가 많은 협의를 거쳐 결국 나를 도와줬다. 부담을 좀 덜어줬다는 얘기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영국 내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그렉 클라크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 장관(왼쪽 두번째)과 ‘한-영 원전협력 각서 체결’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관섭 한수원 사장, 그렉 클라크 장관, 백 장관, 조환익 한전 사장.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영국 내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그렉 클라크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 장관(왼쪽 두번째)과 ‘한-영 원전협력 각서 체결’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관섭 한수원 사장, 그렉 클라크 장관, 백 장관, 조환익 한전 사장.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퇴임 의사를 처음 공식화한 게 언젠가.
“약 2주 전이다. 그 전엔 마음속으로만 생각했다. 한전 사장이 퇴임 의사를 미리부터 얘기하고 다니면 조직이 크게 흔들려서 안 된다. 2주 전쯤에 산업자원부 장관을 만나서 ‘이제는 내 거취 문제에 대해서 생각을 해달라’고 말했다. (백운규 장관과) 최근에 밤 비행기만 타고 다니면서 같이 영국도 갔다 오고 그랬다. 이번에 물러나기로 결정한 건 전적으로 내 자의다. 조금이라도 압박을 받았다거나 이런 거 없이 전적으로 자의다. 이건 좀 강조를 해줬으면 좋겠다. (나에 대한) 일종의 배려라고 볼 수 있다.”
 
떠나면서 섭섭한 마음은 없나.
“그동안 그랜드 프로젝트를 여러 개 많이 했다. 에너지 밸리, 원전 스왑, 한전 주력사업 변화, 한전 공대…. 최근 크게 열정을 가지고 추진했던 것 중 하나는 동북아 전력망 연계(슈퍼 그리드) 사업이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회의에서 핵심 제1번 의제로 선정한 사업인데, 그걸 좀 더 꽃을 피워서 봤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물론 앞으로 잘 진행되겠지만 조금 아쉬운 마음이 남는다.”
 
슈퍼 그리드 사업에 애착을 갖는 이유는 뭔가. 
“수퍼그리드는 국가 간 단순한 전력 거래 문제가 아니다. 신재생에너지를 세계적으로 활성화하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총 2GW(기가 와트) 정도가 들어오는데 이 정도 수준이면 한반도 전력수급문제가 완전히 해결된다. 또 동북아에서 지정학적으로 한국이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다. (전력이) 북쪽에서 내려와서 일본으로 가는 길목에 딱 한국이 있다. 송전선 건설도 지금은 대부분 남쪽에서 만들어서 북쪽으로 보내는데, 전력을 수입하게 되면 그런 것들이 필요 없다. 또 건설공사 자체로도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슈퍼 그리드 사업은 꼭 해야 하는 거라고 본다.”
 
앞으로 사업 진행에 난관도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외교력이 동원돼야 한다. 일단 일본의 입장이 좀 더 적극적이 될 필요가 있다. 또 여러 가지 제도가 정비돼야 한다. 우리가 한 번도 전력 수입·수출을 안 해봤기 때문에 거기에 따르는 법이나 제도를 동반해야 성공할 수 있다.”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도 아직 갈 길이 멀다.
“남은 쟁점이 많이 있다. 하지만 어차피 1~2년 짧은 시일 내에 끝나고 마무리될 사업이 아니지 않나. 내가 더 하면 물론 내가 더 많이 알게 된다. 그렇지만 모든 지식과 정보를 내가 독점하면 안 된다. 앞으로 5~6년을 더 할 수는 없다. 그러니까 이건 많이 안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계속 맡기기보다는, 어차피 언젠가 사람이 바뀔 거니까 빨리 새로운 사람이 와서 새 각오로 하는 게 좋겠다는 게 내 생각이다. 할 만큼 했으니 이제 후임에게 물려줘야겠다고 생각한다.”
 
영국 원전 협상 과정에서 중국의 위협이 컸다. 앞으로도 경쟁 상대가 될 것으로 보나.
“정치외교적인 건 모르겠지만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경쟁도 하고 협력도 해야 한다. 선의의 경쟁자가 되는 한편 전력망 연계 같은 협력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양국 간 투자도 필요하다. 한국 자본의 투자를 중국 정부가 앞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개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기는 없나
“지금은 어쨌든 원전 수출을 꼭 해야 한다는 말로 대신하고 싶다. 영국 수주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원전 수출은 한국·중국·러시아 세 나라의 싸움이 될 거다. 한국 원전 산업에서 해외 시장이 하나의 큰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게 마지막 바람이다.”
 
지난 5월 중앙일보 인터뷰 당시 조환익 사장. 우상조 기자 /20170512

지난 5월 중앙일보 인터뷰 당시 조환익 사장. 우상조 기자 /20170512

 
체코 원전 수출 추가 수주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가능성이 있는데, 현재로써는 (진행 상황이) 조금 한 템포 늦은 거 같다. 체코 정부의 정식 절차 개시까지 시간이 좀 있어야 할 거 같다. 영국이나 사우디보단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사업이다.”
 
앞으로 한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면.
“4차 산업혁명 분야, 빅데이터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 한전이 생산하는 많은 데이터를 잘 가공해 에너지 솔루션 회사로서 거듭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41곳 중 CEO가 공석인 곳은 한전을 비롯해 총 22곳이다. 조 사장 후임으로는 송인회 전 한국전력기술 대표이사, 오영식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세종=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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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