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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만취 필름끊겨 성폭력···성인 대상 봐준다고?

술취해 '필름' 끊긴 상태서 한 성범죄 주취감경 논란 
 
'조두순 출소 반대'를 요구하는 청원에 60만명의 시민이 동의했다.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조두순 출소 반대'를 요구하는 청원에 60만명의 시민이 동의했다.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술에 취해 성인을 대상으로 성폭력 범행을 저질러도 주취감경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판례가 잇따르고 있지만, 예외적 사례를 막기 위해 형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행 형법에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만 주취감경이 불가능하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는 아무런 제재 조항이 없다. 성인 대상 성범죄에 있어 법원의 판결이 일관성이 없는 이유다.  
 
조두순 출소 3년을 앞두고 주취감경 제도를 폐지해달라는 국민청원이 60만건에 이르자 청와대가 지난 6일 입장을 밝혔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청와대의 '일일 SNS 라이브' 방송에서 "조두순 사건 이후 성폭력 특례법이 강화돼 음주 성범죄에는 감경 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며 "성범죄의 경우 '술을 먹고 범행한다고 해서 봐주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아동 성범죄의 경우에만 해당한다. 8일 김남수 변호사(법무법인 태신)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주취감경의 근거가 되는 형법 제10조 심신장애인과 제53조 작량감경(판사의 판단에 따라 임의 감경) 관련 조항은 아동 성범죄에만 적용하지 않도록 돼 있다"며 "성인 성범죄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 조항이 적용 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중앙포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중앙포토]

2009년 조두순 사건 이후 2013년 성폭력 특례법이 개정되면서 성범죄에 관한 한 판사가 재량에 따라 음주나 약물로 인한 심신미약 주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성폭력 특례법은 아동, 청소년이나 성인은 특수강간일 경우 적용된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강간이나 성추행은 형법의 적용을 받는다.  
 
그래서 성인 성범죄에서는 여전히 주취감경이 이뤄지고 있다. 2015년 6월 옛 직장동료의 여자친구를 성폭행한 30대 남성이 '술에 취한 상태였고 후회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실형을 면했다. 술 취한 여성을 성폭행하려 한 고교 교사도, 회사 후배를 성폭행하려 한 30대 남성 등도 범행 당시 술에 취해 있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김 변호사는 "형법이 개정돼 성인 성범죄에도 심신장애에 '음주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하지 않는 한 판사 재량에 따라 음주를 심신장애로 보는 판례가 나올 수 있다"며 "다행히 법원에서 음주로 인한 심신장애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거의 다 바뀌었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실제로 지난 7일 부산지법 형사6부(김동현 부장판사)는 음주로 인해 필름이 끊긴 상태로 30대 여성을 성폭행한 A씨(24)가 "심신장애 상태였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A씨 주장은 일시적 기억상실증인 '블랙아웃(black-out·필름 끊김 현상)' 증상에 불과하다"며 "블랙아웃은 알코올이 임시 기억 장소인 해마세포의 활동을 저하할 뿐, 뇌의 다른 부분은 정상적인 활동을 유지해 심신장애 상태로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초범이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국회 차원에서 형법 개정 움직임이 시작됐다.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은 자의로 음주 등 심신장애를 야기한 모든 경우에 감형을 막아 범죄를 선처하지 않도록 한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를 계기로 관련 공청회가 잇따르면서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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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