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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 내려놓기 약속, 입 씻은 국회..세비 30% 삭감은 1829일째 ‘쿨쿨’

국회의사당 [중앙포토]

국회의사당 [중앙포토]

2012년 6월25일. 대법원이 국회를 향해 성명을 냈다. “대법관 후보자 4인의 인사청문회가 진행되지 않고 있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 초유의 일이었다.

 

2012년 6월20일 바른사회시민회의 회원들이 국회의원 세비반납 및 등원 촉구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김형수 기자

2012년 6월20일 바른사회시민회의 회원들이 국회의원 세비반납 및 등원 촉구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김형수 기자

 
19대 국회의원 임기(5월30일)가 시작된 지 한 달간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정쟁으로 국회가 멈춰섰다. 대법관 임명동의안 처리가 차질을 빚자 대법원이 국회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대한변호사협회는 국회 공전의 책임을 물어 세비 회수 소송까지 제기했다. 의원들이 ‘매일 국민 세금 5억5000만원을 까먹는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는 그해 12월 대선과 맞물리며 여야가 의원 특권 내려놓기와 정치쇄신 경쟁으로 이어졌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2012년 12월 1일 춘천 강원대학교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의원총회에서 세비 삭감 30%를 당론으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2012년 12월 1일 춘천 강원대학교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의원총회에서 세비 삭감 30%를 당론으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국회 공전의 책임을 지겠다며 6월 세비 한 달치 14억 원을 반납하기로 했다.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은 한 걸음 더 나가 의원 세비 30%를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12월1일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를 포함한 의원 68명이 모인 특별 의원총회에서다. 박지원 원내대표(현 국민의당)는 “국민이 새 정치와 정치쇄신을 열망하고 있다”며 소속 의원 127명의 명의로 국회의원 수당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국회의원 월 지급 수당 646만원을 30% 삭감해 454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통과됐다면 의원 1인당 연간 2292만원이 줄어든다. 당시 개정안을 검토했던 장은덕 입법조사관은 검토 보고서에서 “정치 쇄신에 대한 국민적 요구에 국회가 적극적으로 부응함으로써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제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썼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세비 30% 삭감 법안은 19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폐기됐다.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 세비 30% 삭감 법 개정안은 발의하고 석달 뒤인 2013년 3월 19일 국회운영위원회 안건으로 올라갔다. 당시 회의 발언록에 따르면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이한구 국회 운영위원장은 “국회의원 수당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 등 17건을 일괄 상정한다. 제안 설명과 검토 보고는 유인물로 대체하는데 이의 없나”고 물었고 의원들의 답변이 없자 “없으면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겠다”고 말한 뒤 끝났다. 여야를 막론하고 세비 삭감안에 대한 발언은 한 마디도 없었다. 이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토된 바 없고 물론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 세비 30% 삭감안은 그렇게 2016년 5월 29일 19대 회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도 거론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중진의원은 “대선이 끝나고 나니까 세비 삭감에 대해서는 여야 어느 쪽도 얘기를 꺼내지 않는 분위기가 돼 버렸다. 그냥 조용히 넘어갔다”고 말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9월 발표했던 '2017~2018 국제경쟁력보고서'에서 한국의 '정치인 신뢰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5개국중 26위로 나타났다. 140여 개국의 경영인 1만4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다. 1점(매우 낮다)~7점(매우 높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9월 발표했던 '2017~2018 국제경쟁력보고서'에서 한국의 '정치인 신뢰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5개국중 26위로 나타났다. 140여 개국의 경영인 1만4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다. 1점(매우 낮다)~7점(매우 높다).

 
국회의원들의 특권을 내려놓기 위한 약속은 많았지만 대부분 이렇게 사라졌다. 2013년 1월4일 강창일 전 국회의장이 만든 국회쇄신특별위원회가 출범했다. 당시 논의된 안 가운데 국회의원 징계 결정 시한 결정에 대한 건이 있었다. 의원들이 삿대질이나 욕설, 몸싸움 등으로 윤리위원회에 회부돼 징계 권고가 내려지더라도 이를 최종 결정하는 시한이 정해져 있지 않아 임기가 만료될 때까지 미루다 결국 그냥 넘어가는 일을 막자는 취지였다. 2013년 5월 새누리당 이군현 의원이 징계시한 90일 제한법을 발의했지만 역시 19대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20대 국회 들어 지난해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이 같은 법을 재발의한 상태다. 징계 종류 중 공개회의에서 주의를 주는 안이나 출석정지기간 동안 수당 지급을 중지하는 등의 징계 강화안도 법안으로 발의됐으나 모두 폐기됐다.  
 
쇄신위원회안 가운데 통과된 것도 있다. 국회의원 겸직 금지와 의원 연금 폐지를 담은 국회법 개정안은 2013년 7월2일 본회의를 통과해 2014년 1월부터 시행됐다. 국회의원 친인척 보좌진 채용 제한을 담은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했고 의원들이 KTX·항공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근거조항도 삭제됐다. 
 
결국 여론에 떠밀려 겸직 금지, 연금 폐지 등은 통과됐지만 의원 세비 삭감이나 징계 강화 등 민감한 개선안은 여야 공히 시간만 끌다 여론의 관심이 시들해지면 슬그머니 논의 테이블에서 내렸다. 반면 인턴 대신 8급 직원을 채용하는 국회법 개정안은 지난 11월 17일 국회 운영위에 상정돼 의결돼 23일 법사위원회 통과,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일사천리로 가결됐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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