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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트릴레마' 청년 미래 저당 잡는 학자금대출…유연하게 보면 해답 있다

부채트릴레마

부채트릴레마

 
시청자가 의뢰한 영수증을 파헤쳐 '스튜핏' 또는 '그뤠잇'으로 점수를 매겨주는 프로그램에 29세 남성의 사연이 소개됐다. 부모님 도움 없이 마침내 학자금 대출을 다 갚았다는 이 사연은 "그뤠잇!". 출연한 방송인 권혁수 씨도 "지난달 12년 만에 학자금 대출을 완납했다. 정말 울었다"고 했다.
 
최근 한 은행이 내놓은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학자금 대출 실태가 더 적나라하다. 입사 3년 이하 사회 초년생 절반은 빚이 있고 금액은 평균 3000만원이다. 특히 학자금 대출 비중이 21%로 가장 컸다. 대학 입학이 곧 채무 인생의 시작이다. 
 
김형태 전 자본시장연구원장이 쓴 『부채 트릴레마』는 사회 문제로 대두하는 학자금 대출을 '트릴레마'에 비유했다. 대학 교육 확대, 가계부채 축소, 그리고 정부부채 축소는 동시에 해결할 수 없는 세 가지 난제라는 의미에서다.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이 늘수록 가계 부담이 커질 뿐 아니라 정부 재정도 축난다. 국내 대학 학자금 대출 잔액은 도입 첫해인 2010년 말 3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1조8000억원으로 불어났다.
 
해결책은 '학자금 대출=부채'라는 공식을 깨는 데서 시작한다. 개인에게도 투자하라는 아이디어가 출발점이다. 자금난을 겪는 기업은 대출(부채)을 받는 것뿐 아니라 지분(자본)을 투자자에게 넘겨주는 식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개인 역시 무조건 원리금을 갚는 것보다 투자를 받고 향후 배당을 주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책의 핵심이다. 투자받은 대학생은 취업 후 연봉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투자자에게 연 소득의 3%(일례)를 10년간 배당주면 된다. 저소득자나 아예 취직을 못 하는 경우 채무 불이행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빌 게이츠, 제프 베저스처럼 억만장자가 된 청년이 손실을 상쇄할 것이다.
 
미래 소득 수준에 따라 상환액이 달라지는 이른바 '소득 나눔 학자금' 제도다. "학자금 부채가 제2의 서브프라임 모기지(글로벌 금융위기의 원흉)"라는 말까지 나오는 미국에선 이미 오리건주와 퍼듀대 등 일부 주와 대학이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에 나섰던 마크 루비오 상원의원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이런 개념의 '대학생 성공투자법 제정안'(Investing in Student Success Act)을 의회에 제출했다.
 
김형태 , 자본시장연구원 원장

김형태 , 자본시장연구원 원장

책은 '교육 화폐'라는 신선한 개념도 소개한다. 교육 목적으로만 사용되는 목적 화폐다. 현재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에서는 교육 화폐 '탈러' 도입을 검토 중이다. 
 
100탈러를 무상으로 받은 초등학생이 자신에게 수학을 가르쳐주는 중학생에게 100탈러를, 이 중학생은 자신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는 고등학생에게 다시 100탈러를 지급한다. 대학이 등록금 중 일부를 탈러로 받는다면 재원은 다변화할 수 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뿐 아니라 딱딱할 수 있는 경제 얘기에 미술사, 전쟁사가 가미된 점이 흥미롭다. 저자는 2008~2014년 자본시장연구원장을 지냈고 현재 미국 글로벌금융혁신연구원 원장으로 정책 자문 및 컨설팅을 하고 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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