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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오래 산 부부일수록 표현 소홀한 이유

기자
박혜은 사진 박혜은
이사. [사진 smartimages]

이사. [사진 smartimages]

 
안 그래도 바쁜 연말. 예정보다 두 달가량 빨리, 급하게 이사를 해야 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미 정해진 12월의 일정들은 나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이사를 준비하려니 마음은 조급해지고 일은 손에 안 잡힙니다.
 
집을 내놓긴 했지만 이리 급하게 가려던 건 아니었습니다. 제가 없던 시간에 집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 남편은 이사가 가능하단 말을 전했던 모양입니다. 그들은 당일도 적극적이지 않았고 가고 나서도 별말이 없기에 갑자기 이사할 일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게 남편의 변이었습니다. 남편의 입장에선 본인에게 갑자기 닥친 일인 셈이죠.
 
그래도 생전 처음 이사 날짜를 듣는 저만 했겠습니까? 갑자기 어떻게 이사를 할지 당황스러운 맘을 애써 눌러가며 대응했지만, 말만 괜찮다 일뿐 제 표정과 말투, 억양은 한껏 불편한 감정을 표출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안 그래도 신경 쓸 게 많은 일정에 남편과 저는 목소리의 톤과 표정으로 불편함을 표현하며 신경전을 진행 중입니다.


 
메라비언 법칙
 
 
의사소통은 전달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사진 Freepik]

의사소통은 전달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사진 Freepik]

 
스피치 관련 강의를 듣거나 책자를 읽어본 분이라면 '메라비언의 법칙'에 대해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한사람이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이미지는 시각적 측면 55%, 청각적 측면 38%, 언어적 측면이 7% 이른다는 법칙이죠. UCLA 심리학과 명예교수인 앨버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이 1971년 출간한 저서 『침묵의 메시지 (Silent Messages)』에 발표한 내용입니다.
 
그는 두 가지 실험을 통해 의사소통은 내용 자체보다는 전달하는 방법이 중요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낮은 목소리로 인사를 할 경우 상대방이 자신을 진정으로 반기는 것은 아니라고 느낀다거나, 말로는 아무렇지 않다고 하면서 눈을 맞추지 못한다거나 얼굴에 불안감이 비치면 상대는 자신과의 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지금 저와 제 남편이 그런 셈인 거죠. 말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정작 그 말이 힘을 얻지 못하는 의사소통을 하는 겁니다. 말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의 의도가 잘 전달되기 위해서는 시각적· 청각적인 측면까지 함께 전달되어야 한다는 거죠.
 
 
악수. [사진 Freejpg]

악수. [사진 Freejpg]

 
선거기간이 되면 입후보한 후보자분들을 컨설팅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유세현장을 찾아 어떻게 시민들을 대하는지 동행하곤 하는데,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니 악수는 앞사람과 하는데 이미 몸의 방향과 눈은 다음 사람을 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때 후보자와 악수하는 사람은 어떤 느낌을 받게 될까요? 무조건 많은 사람을 만나 인사를 나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사람과 인사를 나누더라도 눈빛과 표정을 제대로 전달하며 어떻게 만나는지가 중요하다는 걸 잊는 경우죠.
 
오래 산 부부일수록 이렇게 겉으로 보이는 표현방식에 소홀한 경우가 많습니다. 혹은 꼭 표현해야 아는가 하는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는 대화를 나눌 때 그 말과 행동을 하는 생각(의도)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생각을 언어적, 비언어적 측면으로 표현하며 상대와 소통을 하게 됩니다. 생각이나 의도, 표현방식이 만나 상대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완성하죠.
 
의도든 표현이든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 있겠습니까? 나의 입장에서는 되도록 잘 표현해서 나의 의도가 오해 없이 정확하게 전달 될 수 있도록 신경 쓰는 게 중요합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어떤 생각으로 나에게 말하는지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때론 표현이 좀 서툴다고 해도 오해하지 않고 그 속내를 잘 읽어주려 노력하는 거죠.


 
소통은 하루 세 번 이 닦기와 비슷
 
 
이 닦기. [중앙포토]

이 닦기. [중앙포토]

 
그런데 살다 보면 그 반대인 경우가 많아 보입니다. 나의 의도를 읽어주지 못하는 상대방에 서운하고, 또 말이나 행동을 거슬리게 하는 상대 때문에 화가 납니다. 상대는 표현이 좀 서툴다 해도 그 의도를 찰떡같이 잘 알아주길 원하고, 맘 상하지 않게 상대방이 센스 있게 잘 표현해주길 바라죠.
 
소통 강의나 소통 칼럼을 쓰다 보면 당연한 소리 또 한다는 반응을 보일 때가 있습니다. 새로울 것 없이 다 아는 뻔한 말이라는 거죠. 저 역시 말하는 대로 살려고 많이 노력하지만 때때로 맘과 다르게 불통의 상황을 만들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소통은 하루 세 번 이 닦기, 화장실 다녀와서 손 닦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너무나 잘 알면서도 때론 때맞추어 이 닦기를, 밥 먹기 전에 혹은 화장실을 다녀와 손 닦기를 잊곤 합니다. 한 번 안 한다고 큰일 있겠어 생각하게 되는 거죠. 소통의 방식도 신경 쓰지 않으면 오래 이를 안 닦고 오래 손을 안 닦은 사람처럼 서로의 관계를 지저분하고 상하게 합니다. 소통은 근육과 같아서 일부러 신경 써 단련하지 않으면 단단함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나는 내 말이 잘 전달되도록 내 표현에 신경을 쓰고 있는가? 나는 상대방의 표현이 좀 서툴더라도 의도를 잘 알아주려 하는가? 한 해를 보내며 함께 사는 내 아내와 남편과의 소통방식을 다시금 돌아보는 시간이 돼야겠다 저 자신도 생각합니다. 
 
박혜은 굿커뮤니케이션 대표 voivod701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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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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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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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