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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배 사고 와중에 해경이 보여준 우왕좌왕 8가지 장면

 
해경 대원들이 지난 3일 인천 영흥도 인근에서 전복된 낚싯배 선창1호에서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인천해경]

해경 대원들이 지난 3일 인천 영흥도 인근에서 전복된 낚싯배 선창1호에서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인천해경]

 

‘추돌이냐’ ‘충돌이냐’ 문 대통령도 '충돌' 잘못 언급
사고시간 '6시12분' '6시9분' '6시5분' 세차례 변경
해경 인천구조대 육지로 출동한 까닭...배가 없어서
구조대 출동명령 시간 또 변경...10분후 지시(?)
평택구조대 잠수까지 19분, 인천구조대 3분... 왜?
“선수쪽에 있다”했는데 선미부터 들어간 잠수요원
생존자 위치 정보 줬는데...해경 "거기가 어디에요?"
영흥파출소 고속단정, 주차난(?)에 출동시간만 37분

“세월호 이후 구조체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국민 눈높이에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인천 영흥도 낚싯배 추돌사고 수사를 진두지휘한 황준현 인천해양경찰서장이 지난 5일 한 말이다. 낚싯배 사고 관련 브리핑 자리에서다.
 
황 서장은 왜 공식 석상에서 이 같은 말을 했을까.
세월호 참사로 해체됐다 2년 6개월여 만에 부활한 해경. 당시 늑장출동과 허술한 구조체계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국민의 우려와 지적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조속히 개선해 나가겠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해경의 이번 영흥도 낚싯배 사고에 대해 세월호 때보다 빠르고 즉각 대처하려는 모습은 보였다. 하지만 출동과 구조과정에서 보여준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여전히 국민을 실망하게 하고, 유가족들의 분노를 샀다.
중앙일보는 해경이 지난 3일부터 실종자를 찾은 5일까지 사흘 동안 보여준 우왕좌왕하는 모습 8가지를 꼽아봤다.
지난 3일 오전 인천해양경찰서에서 황준현 인천해양경찰서장이 이날 새벽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낚싯배 전복 사건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오전 인천해양경찰서에서 황준현 인천해양경찰서장이 이날 새벽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낚싯배 전복 사건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돌이냐’ ‘충돌이냐’
인천 해경은 3일 오전 사고 발생 직후 보도자료를 냈다. 자료에 따르면 3일 오전 6시 9분쯤 인천 영흥도 진두항 남서방 약 1해리(약 1.6km) 해상에서 급유선 명진15호(336t)와 낚싯배 선창1호(9.77t)와 충돌해 낚시 어선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충돌’의 사전적 의미는 서로 맞부딪쳐 순간의 압력으로 움직임의 상태가 변하는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수사결과는 급유선이 낚싯배를 뒤에서 들이받은 ‘추돌’이었다. 추돌은 말 그대로 앞의 배를 뒤에서 들이받는 것이다. 급유선과 낚싯배의 잘잘못은 추가 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충돌’과 ‘추돌’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 

해경의 이 같은 섣부른 판단으로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4일 청와대에서 “낚싯배 충돌 사고로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께 삼가 조의를 표하고 유족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오전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인천 영흥도 낚시배 전복사고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오전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인천 영흥도 낚시배 전복사고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 청와대]

 
◇‘6시 12분’ ‘6시 9분’ ‘6시 5분’
이 숫자는 해경이 영흥도 낚싯배 침몰사고라고 밝힌 시간이다. 통상 신고접수 시간을 사고 발생 시간으로 간주한다. 해경은 사고가 나자 오전 8시 7분 첫 번째 보도자료를 내면서 ‘오전 6시 12분’이라고 했다. 하지만 오후 1시 10분 여덟 번째 보도자료에서 슬그머니 '오전 6시 9분'으로 바꿨다. 보도자료에 바뀐 이유에 대해 별다른 설명도 없었다.  
 
이후 인천 해상교통관제센터(VTS) 무전통신(VHF)을 통해 “영흥도 남방에서 급유선과 어선이 충돌해 2명이 추락했고, 구조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접수됐다. 이때가 오전 6시 5분이다. 해경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도 유선으로 신고가 접수된 6시 9분이라고 밝혔다.
 
‘4분의 차이’. 물에 빠진 승객들에게는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에서 4분은 그들에게 너무나 긴 시간이다. 이에 중앙일보를 비롯한 여러 여론이 문제를 제기하자 5일 오전에서 발생 시간을 ‘오전 6시 5분’으로 정정했다.
해양경찰이 지난 3일 영흥도 진두선착장에서 낚싯배 침몰사고 현장으로 출동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해양경찰이 지난 3일 영흥도 진두선착장에서 낚싯배 침몰사고 현장으로 출동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해경이 육지로 출동한 까닭
해경은 신고를 받은 직후인 오전 6시 13분에 ‘평택·인천구조대’에 출동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구조대에 특수훈련을 받은 잠수 요원이 있기 때문이다. 출동명령을 받고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평택 7시 17분, 인천은 이보다 19분 더 느린 7시 36분에 도착했다. 평택구조대는 지름길 주변이 양식장이 많아 입파도 바깥쪽으로 돌아오느라 늦었다고 했다.
 
문제는 인천구조대. 출동할 배가 없었다. 고속보트 2대가 있었지만, 야간항해가 가능한 신형은 한 달여 전에 고장이 났다는 이유로 수리를 받고 있었다. 나머지 한 대는 야간항해가 불가능한 구형이었다.
 
사고 당시 해역은 일출 전이어서 칠흑 같은 어둠 속이었다. 고속보트로 왔으면 1시간이면 도착했을 시간을 52km를 돌아 1시간 23분 만에 도착한 것이다. 20여 분이면 한 명의 소중한 생명을 더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더욱이 이들은 영흥도 진두항에 도착해 민간어선을 이용해 사고해역으로 갔다.  
 
해경 관계자는 “당시 구형으로 갈 경우 육안 항해로 인해 위험하고 시간도 더 오래 걸려 육지가 빠르다는 판단에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지난 3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영흥대교 남방 2마일 해상에서 구조대원들이 전복사고로 침몰한 낚싯배인 선창1호의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영흥대교 남방 2마일 해상에서 구조대원들이 전복사고로 침몰한 낚싯배인 선창1호의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6시 13분’ ‘6시 15분’
해경은 당초 평택·인천구조대에 6시 13분에 출동명령을 내렸다고 했다. “가용세력은 모두 이동하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 5일 오후 브리핑에서 평택구조대는 오전 6시 14분, 인천구조대는 6시 15분으로 수정, 발표했다.  
 
인천 구조대의 경우에는 2분이 더 늦어진 것이다. 문제는 신고접수는 빨라지고, 출동명령은  2분 늦어지면서 신고부터 출동명령까지의 시간이 4분에서 10분으로 늘어나게 됐다. 위급상황 발생, 낚싯배가 침몰해 물속에 몇 명이 있을지 모르는 위급한 상황에서 출동명령을 10분이나 지연한 이유는 뭘까.
 
해경 관계자는 “당시 동시다발적으로 출동명령을 내렸다”면서도 “왜 6시 15분에 지시를 내렸는지는 좀 더 알아봐야겠다”고 말했다.
경찰이 지난 4일 오전 사고 해역과 가까운 인천시 옹진군 선재도 해안에서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지난 4일 오전 사고 해역과 가까운 인천시 옹진군 선재도 해안에서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9분’ ‘3분’
평택구조대와 인천구조대가 침몰한 낚싯배에 갇힌 승객들을 구하기 위해 잠수를 시작하는데 소요된 시간이다. 지난 5일 배포한 브리핑 자료에 나와 있다. 평택구조대는 지시를 받고 오전 7시 17분에 사고해역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들은 잠수하지 않았다.
 
반면 인천구조대는 오전 7시 33분(이마저도 당초 7시 36분에서 변경된 것임)에 도착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물속에 들어간 시간이 7시 36분이다. 평택·인천구조대가 함께 들어갔다고 했다.
 
평택구조대는 왜 19분 동안 구조에 나서지 않았을까. 인천구조대는 어떻게 3분 만에 들어갈 수 있었을까.해경 관계자는 “평택구조대는 도착해서 잠수준비를 하기 위해 시간이 오래 걸린 것 같다”고 해명했다.
지난 3일 오전 인천 옹진군 영흥도 인근해역에서 발생한 낚시배 전복사고 현장에서 충돌사고를 일으킨 급유선 '15명진호(뒤쪽)'가 침몰 선박 뒤편에서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지난 3일 오전 인천 옹진군 영흥도 인근해역에서 발생한 낚시배 전복사고 현장에서 충돌사고를 일으킨 급유선 '15명진호(뒤쪽)'가 침몰 선박 뒤편에서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선수에 있다”고 했는데 ‘선미’부터 구조
사고를 접한 해경은 6시 11분 생존자인 심모(31)씨와 통화연결이 됐다. 심씨는 3명이 ‘조타실 하부객실(선수·배 앞쪽), 에어포켓’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휴대전화가 방수되는 기종이었기에 가능했다. 해경은 이들과 5차례에 걸쳐 1시간 30분 10초 동안 지속해서 통화하면서 상태를 확인했다고 한다.  
 
하지만 해경 잠수 요원 7시 36분 잠수를 시작하면서 선수가 아닌 선미(배 뒤쪽) 쪽으로 들어갔다. 선수와 선미 양쪽으로 진입한 게 아니라 평택·인천구조대 모두 선미 쪽으로 들어간 것이다. 해경 관계자는 “배의 구조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들어갈 수 없었다”며 “더욱이 선주도 선미 쪽으로 접근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해 선미 쪽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낚싯바늘과 각종 장비 등으로 인해 자칫 잠수 요원들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했다.  
 
다행히 8시 48분 심씨 등 3명의 생존자는 무사히 구조됐다. 심씨는 한 언론에서 “숨을 더는 쉴 수 없을 것 같았는데 다행히 썰물이 되면서 공기가 들어왔다”고 했다. 썰물이 아니었다면 이들도 자칫 생명을 잃을 뻔했다.
 
◇“배 좀 빼주세요”
사고 발생 직후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영흥파출소 고속단정. 단정은 6시 42분에 도착했다. 하지만 출동시간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있다. 파출소에 출동명령이 내려진 것은 오전 6시 6분. 사고 발생 1분 만이다.
 
하지만 파출소 고속단정이 진두항을 출발한 시간은 6시 26분이다. 출동을 위해 고속단정이 있는 계류장에 도착했지만, 주위에 민간 선박 7척이 함께 묶여 있어 출동을 못 한 것이다. 육지의 112차량이 주차된 차량에 막힌 셈이다. 7척의 배를 모두 뺀 뒤에 출동한 것이다.  
 
출동 이후도 문제다. 야간항해 장비가 없다 보니 현장에 13분 뒤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낚싯배가 5분 만에 간 거리를 고속단정이 13분 만에 도착한 셈이다. 해경 관계자는 “당시 천둥이 치고 파도가 높은 데다 어두워 육안으로 확인하며 달리느라 늦어졌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인천시 중구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해양경찰 등 관계자들이 전날 급유선과 충돌해 전복된 낚싯배 선창1호를 현장감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 4일 인천시 중구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해양경찰 등 관계자들이 전날 급유선과 충돌해 전복된 낚싯배 선창1호를 현장감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거기가 어디입니까?”
뒤집힌 낚싯배 안에서 에어포켓을 찾아 간신히 버티고 있던 심씨 등 생존자 3명. 심씨는 오전 6시 9분에 직접 112에 신고했다. 그리고 6시 11분부터 5차례에 걸쳐 1시간 30분 10초 동안 해경과 통화를 했다.
 
또 앱을 이용해 위치정보시스템(GPS)의 사진을 찍어서 사고 발생 위치를 문자로 전송했다. 하지만 경찰은 “위치가 어디냐”며 되묻는 어처구니없는 대응을 했다. 뒤집힌 배 안에서 물이 턱밑까지 차오른 상황에서 극적으로 버티고 있는 생존자에게 벌어진 일이다.
해양경찰 구조대원들이 지난 3일 낚싯배 전복 사고 현장인 인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자 수색작업을 위해 바다로 뛰어들고 있다. [사진 해양경찰]

해양경찰 구조대원들이 지난 3일 낚싯배 전복 사고 현장인 인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자 수색작업을 위해 바다로 뛰어들고 있다. [사진 해양경찰]

 
김길수 한국해양대(해사수송과학부) 교수는 “신형 구조 선박이 고장 나 구조 차량을 이용해 육상으로 이동했다는 브리핑은 누가 꾸며낸 말처럼 황당하게 들릴 정도였다”며 “육상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너무나 많은 희생자가 나왔는데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영흥도 낚싯배 사고는 지난 3일 오전 6시 5분 영흥대교 남단 1.6km 지점에서 발생했다. 인천 월미도를 떠나 평택으로 가던 급유선 명진15호(336t)가 선장과 선원, 22명의 낚시객을 태운 선창1호(9.77t)를 뒤쪽(선미 좌측)에서 들이받은 것이다. 이로 인해 낚싯배가 뒤집혀 침몰하면서 선장과 선원, 낚시객 등 15명이 숨졌다. 생존자는 7명뿐이었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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