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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돌고래호도 선창1호도…9.77t 낚싯배 되풀이 참사, 왜

지난 3일 인천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급유선과 추돌한 후 뒤집힌 낚싯배 선창1호의 무게는 ‘9.77t’이다. 이번 사고로 실종된 선장 오모(70)씨 등 2명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사망자는 15명으로 늘었다. 앞서 2015년 9월 5일 제주 추자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해 15명의 사망자와 3명의 실종자를 낸 돌고래호의 무게도 선창1호와 같았다.
 

10t 미만은 등록만 하면 영업 가능
원거리 낚시 어선의 85%나 차지

흘수선 규정 등 유람선보다 허술
선주 반발 우려 정책에 반영 못해

사고 현장서 3㎞ 떨어진 갯벌서
54시간 만에 실종자 시신 모두 발견

★에어포켓 : 배가 완전히 침몰하기 전 물에 잠기지 않아 공기층 형성돼 있는 곳.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에어포켓 : 배가 완전히 침몰하기 전 물에 잠기지 않아 공기층 형성돼 있는 곳.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해경에 따르면 9.77t 크기의 낚싯배는 원거리(30마일 이상·48.3㎞) 낚시어선(120척) 중 85%를 차지한다. 근거리 낚싯배(4199척)를 포함하면 전체 낚싯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가 안 될 정도로 작지만 승선 인원이 20명 이상으로 많은 데다 육지에서 30마일 이상 떨어진 먼바다로 나가는 경우가 많아 사고가 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지기 쉽다.
 
하지만 정작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지난 3월 안전·규제 방안 용역 결과를 마련해 놓고도 낚싯배 선주·업계의 반발을 우려해 현재까지 정책에 반영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000만원짜리 연구 결과물은 책상 속에서 잠자고 있다.
 
5일 해수부 등에 따르면 1995년 당시 농림수산부는 낚싯배 승객의 안전과 어가 소득 증대를 도모하기 위해 낚시어선어법(현 낚시 관리 및 육성법)을 제정했다. 일반 어선의 낚싯배 영업 허용이 골자다. 법 제정이 이뤄진 지 22년 됐지만 현실보다 안전규제는 너무나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4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해양경찰 등 관계자들이 낚싯배 선창1호를 현장감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해양경찰 등 관계자들이 낚싯배 선창1호를 현장감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 규정상 낚싯배는 낚시인을 태우는 무게 10t 미만의 어선이다.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만 하면 된다. 허가 절차는 없다. 해경이 파악한 국내 낚싯배 4319척 중 30~70마일(48.3~112.7㎞)을 항해하는 원거리 낚싯배는 120척(2015년 말 기준)이다. 이 중 무게 9.77t이 85%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5t 미만 10척(8%), 7t 이상~9t 미만 4척(4%) 등 순이다.
 
선박 무게는 밀폐 공간의 용적을 따져 계산하는데, 9.77t이 설계·건조 등에 최적화됐기 때문이다. 밀폐 공간은 침수 또는 전복사고 시 에어포켓 역할을 한다. 등록 선박 통계상의 9t 이상~10t 미만의 낚시어선(679척)은 사실상 9.77t이다.
 
낚싯배와 유람선 비교

낚싯배와 유람선 비교

9.77t 낚싯배는 선원을 포함해 최대 22명까지 태울 수 있다. 승선 인원은 ‘(총 t수X2)+3명’이다. 이 산식을 이용하지 않은 비슷한 무게의 유람선 승선 인원은 최대 14명이다. 두 배가 동일한 거리를 간다고 가정했을 때 낚싯배가 유람선보다 승선 인원이 57%나 많다.
 
승무원은 각각 낚싯배 1명, 유람선 2명이다. 더욱이 낚싯배는 어창을 개조한 객실에 누워 빠르게 수시간을 이동하기 때문에 전복사고에 특히 취약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10t 미만 낚싯배는 일반 어선(길이 24m 이상)처럼 ‘만재흘수선’ 표시 의무 대상이 아니다. 흘수선은 선체가 물에 잠기는 한계선인데, 만재흘수선은 항해 안전상 허용된 최대의 흘수선을 말한다.
 
또 낚싯배는 항해 중 외부 충격에도 직립 자세를 유지하는 성능인 ‘복원성’ 검사를 받긴 하지만 항해 구역에 관계없다. 여객선의 경우 선박 크기, 설비 기준 등에 따라 항해구역별 복원성 기준을 만족해야 해 대조된다.
 
이런 현실에 그동안 해수부 안팎에서는 낚싯배의 안전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실제 지난해 1월 낚시어선을 포함한 어선의 안전관리 개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최대 승선 인원 조정과 복원성 설비 기준 강화, 만재흘수선 표시 의무 등이 계획됐다.
 
이후 3000만원을 들여 ‘어선의 최대 승선 인원 산정 및 복원성 기준 개선 연구’를 공고했다. 연구는 선박안전기술공단이 수행해 올 3월 완료됐다. 하지만 낚시어선 선주·관련 업계의 강한 반발에 실제 정책으로까지 나아가지 못한 상태다.
 
해수부 관계자는 “지난해 공청회 당시 낚시어선 선주 등의 여론이 좋지 않았다”며 “여론을 수렴하지 못해 아직 연구 결과를 정책에 반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경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낚시어선업’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꾸는 방안을 해수부에 공식 요청한 상태다. 이들 낚싯배도 승객을 태우고 운항하는 만큼 여객선 등과 같이 ‘유선 및 도선관리법’에 따라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낚싯배의 정기검사를 강화하고, 선원의 자격 기준도 강화할 방침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해경은 한발 더 나아가 낚시업만을 전문으로 하는 ‘낚시전용업’을 새롭게 만드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어선들의 편법을 막고 전문으로 낚시업을 할 경우 관련 법이나 제도권 안에서 관리감독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김길수 한국해양대 해사수송과학부 교수는 “일각에서는 안전규정 강화를 규제로 보기도 하지만 이번 사고를 계기로 낚싯배의 안전성은 더 높일 필요가 있다”며 “10t 미만의 경우 승선 인원을 10명 이하로 제한하고, FRP의 선박 재질을 보다 튼튼한 알루미늄으로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영흥도 용담해수욕장 인근서 발견=5일 오전 9시37분 실종된 선창1호 선장 오모(70)씨의 시신을 찾았다. 사고가 발생한 지 51시간30분 만이다. 2시간28분 후인 낮 12시5분 나머지 실종자인 낚시객 이모(57)씨 시신 역시 발견했다. 오씨 등이 발견된 곳은 사고 해역에서 남서방 2.5~3.6㎞ 떨어진 영흥도 용담해수욕장 인근 갯벌이다. 해경은 시신이 조류를 따라 발견 장소까지 밀려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실종자 2명이 발견됨에 따라 ‘영흥도 낚싯배’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사망 15명으로 늘어났다. 7명은 구조됐다. 수색을 종료한 해경은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업무상과실선박전복 혐의로 명진15호의 선장 전모(37)씨와 갑판원 김모(46)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한 뒤 정확한 사고 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다.
 
전씨 등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6일 진행될 예정이다.
 
인천·세종=김민욱·임명수·신진호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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