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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추적/낚싯배 추돌사고 전말...발생부터 생존자 구조까지

지난 3일 영흥도 영흥대교 남방 1.6km 지점 해역에서 급유선이 낚시배를 추돌, 낚싯배에 타고 있던 승객 1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두 배의 항적도. [사진 인천해경]

지난 3일 영흥도 영흥대교 남방 1.6km 지점 해역에서 급유선이 낚시배를 추돌, 낚싯배에 타고 있던 승객 1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두 배의 항적도. [사진 인천해경]

인천 영흥도 낚싯배 추돌사고의 발생부터 생존자 구조 및 실종자 수습까지 모든 과정이 해경에 의해 5일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해경 브리핑을 통해 밝혀진 신고부터 출동, 구조 과정 등을 시간대별로 재구성해 봤다.
 

사고발생부터 실종자 찾기까지...긴박했던 사흘
"해경은 늑장 출동, 썰물 빠지면서 3명 극적 구조"

3일 오전 6시5분 급유선이 낚싯배 추돌해 전복
가장 먼저도착한 고속정은 침몰 주위만 돌아
인천구조대는 출동할 배가 없어 육로로 출동
해경, 출동 및 구조과정 지연·늑장 부실 여전

3일 오전 6시. 대어를 낚겠다는 마음으로 영흥도 진두항을 출항한 선창1호(9.77t). 배에는 선장과 선원, 낚시객 20명 등 모두 22명이 승선했다. 비가 내리는 겨울 새벽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달리기를 5분. 
갑자기 낚싯배 뒤쪽에서 평택으로 향하던 급유선 명진15호(336t)가 선창1호에 추돌했다. 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진행하던 중 선창1호의 좌측 선미를 명진15호가 들이받은 것이다. 선창1호는 순식간에 전복됐다.
 
사고 현장은 영흥도에서 남서방으로 1마일 떨어진 해상으로 폭 500m, 수심 10∼18m의 좁은 수로였다. 당시 명진15호는 12노트, 선창1호는 10노트의 속력으로 운항 중이었다. 
3일 오전 인천 옹진군 영흥도 인근해역에서 발생한 낚시배 전복사고 현장에서 충돌사고를 일으킨 급유선 '15명진호(뒤쪽)'가 침몰 선박 뒤편에서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3일 오전 인천 옹진군 영흥도 인근해역에서 발생한 낚시배 전복사고 현장에서 충돌사고를 일으킨 급유선 '15명진호(뒤쪽)'가 침몰 선박 뒤편에서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해경에 신고가 접수된 건 오전 6시5분. 인천 해상교통관제센터(VTS) 무선통신을 통해서다. 해경은 오전 6시6분 사고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해경 영흥파출소 고속단정과 P-12함정을 출동시켰다. 이어 6시14분과 15분 각각 평택구조대와 인천구조대에 출동명령도 내렸다.
 
하지만 고속단정이 도착한 시간은 오전6시42분. 낚싯배가 5분 만에 운항한 거리를 고속단정은 지령을 받은 뒤부터 30분이 넘게 걸려 도착한 것이다. 더욱이 이들에게는 수중 수색 구조에 필수적인 잠수요원이 없었다. 그냥 침몰한 선창1호 주변을 맴돌 뿐이었다.
 
해경은 “출동 지시를 받은 직원 3명이 6시13분 보트 계류 장소에 갔지만, 주위에 민간선박 7척이 계류돼 있어 이를 이동시키느라 6시 26분에 출항했다”며 “야간항해 장비가 없어 육안으로 항해하다 보니 출동시간도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어처구니 없는 설명이다.
인천 낚싯배 선창1호에서 수습한 시신을 구조대가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낚싯배 선창1호에서 수습한 시신을 구조대가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본격적인 구조활동이 시작된 것은 이로부터도 1시간 정도 지난 오전 7시 36분이었다. 인천구조대는 출동할 배가 없어 육상으로 이동해 민간 어선을 얻어타고 사고 해역에 도착했다. 평택구조대는 바다 곳곳에 양식장들이 많아 빙빙 돌아왔다고 한다. 인천구조대의 경우 고속보트만 있었어도 1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을 52km의 육로를 통해 출동하는 바람에 1시간20여분이 걸렸다. 해경이 바다가 아닌 육지를 통해 출동하는 촌극이 연출된 셈이다.
 
해경은 “야간 출동이 가능한 신형 고속보트의 경우 전문기관에 수리를 맡겨 놓았고, 나머지 한 대는 구형이다 보니 야간항해 장치가 없어 출동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육로를 선택했다”고 했다. 비상 출동에 대한 충분한 대비가 제대로 안 돼 있었다고 인정한 것이다.
 
뒤늦게나마 이들은 동반 입수를 시작으로 수중 수색을 시작했다. 급유선과 추돌한 뒤 전복된 선창1호에서 낚시객 심모(31)씨의 다급한 구조 요청이 계속 이어졌다. "여기 배 안에 사람 있어요. 살려주세요."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인천해경]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인천해경]

 
심씨는 사고 발생 4분 뒤인 오전 6시 9분 경찰 112에 휴대전화로 신고해 친구 2명과 함께 조타실 하부 선실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방수 기능이 있는 휴대전화 덕분에 심씨는 해경과 5차례, 모두 1시간 이상 통화하며 구조 진행 상황을 물었다. 해경은 심씨 일행의 상태를 확인하며 구조작업을 벌였다. 심씨가 휴대전화에 위치를 찍어 카톡으로 전송했지만 경찰은 "위치가 어디냐"며 황당한 질문까지 했다.
심씨 일행이 뒤집힌 물속의 배 안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에어포켓’ 덕분에 가능했다. 에어포켓은 배가 완전히 물에 잠기기 전 공기층이 형성된 공간이다.

 
하지만 해경은 이들이 있는 하부 선실이 아닌 선주가 얘기한 대로 선미 쪽부터 수색했다. 배의 구조와 그물, 낚싯줄 등이 뒤엉켜 진입이 쉽지 않아서다.  
7시 43분 처음으로 의식불명 상태인 승객 3구를 인양했다. 이어 8시 7분에는 추가로 2구를 인양했다.
4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해양경찰 등 관계자들이 낚싯배 선창1호를 현장감식하고 있다. 선창1호는 전날 오전 영흥면 영흥대교 인근 해상에서 급유선과 충돌해 전복됐다. 이 사고로 승선원 22명 중 1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오종택 기자2017.12

4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해양경찰 등 관계자들이 낚싯배 선창1호를 현장감식하고 있다. 선창1호는 전날 오전 영흥면 영흥대교 인근 해상에서 급유선과 충돌해 전복됐다. 이 사고로 승선원 22명 중 1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오종택 기자2017.12

 
생존자 심씨가 있는 하부 선실까지의 접근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심씨 일행은 가슴을 졸이며 해경의 구조만을 기다렸다.
심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칠흑 같은 어둠과 차가운 바닷물이 목까지 찬 상태에서 해경 구조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며 “산소가 점점 부족해지며 숨이 계속 차올라 친구들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구조대를 기다리기로 했다”고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다행히 썰물로 물이 더 빠지며 배에 공기가 좀 더 공급되면서 기적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심씨 일행 3명이 모두 올라갈 수 있는 선반도 수면 위로 점차 모습을 드러냈다. 오전 8시 41분 해경 구조대원도 하부 선실 진입에 성공했다. 
 
심씨는 “산소가 소진돼 답답할 때쯤 (썰물 덕분에)다행히 다시 숨을 좀 쉴 수 있게 됐다”며 “밖에 햇빛도 보여 어떤 상황인지 보다가 해경 대원들을 보고 ‘여기 사람 있다’고 외쳤다. 그리고 구조됐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시각으로부터 2시간 43분. 해경의 수중 수색이 시작된지 1시간12분 만인 오전 8시48분이었다.
이들은 현재 병원에서 계속 치료 중이지만 건강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상태다.
3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영흥대교 남방 2마일 해상에서 구조대원들이 전복사고로 침몰한 낚싯배인 선창1호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3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영흥대교 남방 2마일 해상에서 구조대원들이 전복사고로 침몰한 낚싯배인 선창1호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후 구조는 계속됐다. 오전 9시6분까지 1시간가량 선내를 수색해 사망자 6명을 차례로 발견했다. 11명이 선내에서 사실상 시신 상태로 수습됐다.
 
이후 22명 중 20명을 찾은 해경은 선장과 승객 한명 등 실종된 2명을 찾아 나섰다.
사고 해역을 9개 구역으로 나누고 해경 경비함정·해군 함정, 관공선과 항공기를 투입해 야간 수색도 나섰다. 수색 사흘째인 5일 사고 해역 인근에서 선장 오모(70)씨와 승객 이모(57)씨의 시신을 잇달아 발견했다. 이들은 출항 당시 구명조끼를 입었지만 발견당시에는 모두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상태였다. 오씨의 시신은 사고 해역으로부터 남서방으로 2.7∼3㎞ 떨어진 갯벌에서, 이씨의 시신은 남서방 2.2㎞ 지점에 있었다. 

해경 대원들이 3일 인천 영흥도 인근에서 전복된 낚싯배 선창1호에서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해경]

해경 대원들이 3일 인천 영흥도 인근에서 전복된 낚싯배 선창1호에서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해경]

 
두사람은 당초 해경 발표와 달리 구명조끼를 입고 있지 않았다고 해경이 밝혔다. 해경은 선창1호 승선원 22명 모두 출항 당시에는 구명조끼를 입었던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실종자 2명이 시신으로 발견됐을 때에는 둘 다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발생 사흘만에 이번 사고는 일단 뒤에서 달리던 급유선 명진15호가 앞서가던 낚싯배 선창1호를 들이받으면서 발생한 해상 선박 추돌사로로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해경은 5일 오후 선창1호를 들이받아 낚시객 등 15명을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 및 업무상과실선박전복)로 명진15호 선장 전모(37)씨와 갑판원 김모(4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 실질심사)은 6일 오후 2시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선장 전씨는 해경 조사에서 “(충돌 직전) 낚싯배가 옆으로 오는 것을 봤지만 (알아서) 피해 갈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또 전방을 감시해야 할 김씨는 조타실을 비웠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은 사고 당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두 선박에서 압수한 선박 항법장비(GPS플로터), 선박자동식별장치(AIS), 폐쇄회로(CC)TV, 위치발신장치(V-Pass) 등을 확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분석 의뢰한 상태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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