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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의사 '왓슨' 1년, 인간 의사 치료법과 56% 일치

가천대 길병원 의료진이 지난해 12월 인공지능 암센터에서 왓슨을 활용해 대장암 환자 조태현씨(오른쪽)에게 진료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중앙포토]

가천대 길병원 의료진이 지난해 12월 인공지능 암센터에서 왓슨을 활용해 대장암 환자 조태현씨(오른쪽)에게 진료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12월 5일, 인천 남동구의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 암센터. 3개의 대형 모니터 앞에 의사 5명이 모였다. 대장암 환자 조태현(61) 씨의 치료법을 결정하기 위해서다. 당시 대장암 3기였던 조 씨는 결장 절제 수술을 받았다. 추가적 치료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떠한 치료법을 써야 할지 정해야 했다.
 

길병원 처음 도입한 왓슨, 이제 7개 병원서 이용
인간·AI 의사 의견일치 비율, 과거보다 7%P 올라

"의료진이 왓슨 진단에 동의, 신뢰도 높아진 것"
환자 만족도 크고 '중증' 3기가 왓슨 이용 절반

"조력자일 뿐" AI 한계 여전하다는 의견도 나와
"한국인 특성 반영 부족, 의료 질적 변화 파악 X"

  10여분간 논의 끝에 인간 의사의 결론은 항암제 치료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모였다. 그러고선 의료진은 모니터를 통해 미국 IBM이 개발한 의료용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에 접속했다. 조 씨의 의료 정보를 입력하고 8초쯤 지났을까. 왓슨은 "다른 약보다 생존율이 높다"는 근거를 대며 폴폭스ㆍ케이폭스라는 항암제 사용을 제시했다. 인간 의사와 왓슨 의사의 판단이 일치한 것이다.
왓슨이 진료를 시작한 건양대병원. [사진 SK주식회사C&C]

왓슨이 진료를 시작한 건양대병원. [사진 SK주식회사C&C]

  이처럼 인공지능 의사가 국내에 상륙한 지 1년, 인공지능은 우리 의료 현장을 얼마나 바꿨을까. 길병원에서 국내 처음으로 도입한 왓슨은 부산대병원ㆍ대구가톨릭대병원ㆍ계명대동산병원ㆍ건양대병원ㆍ조선대병원ㆍ전남대병원 등 7곳으로 퍼졌다.
 
  그 사이 인간과 인공지능의 의견이 일치하는 비율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진단 사례에 비해 양측 진단이 정확히 똑같을 비율이 7%포인트 올라갔다. 그만큼 왓슨이 똑똑해지고, 의료진도 왓슨의 결정을 더 신뢰한다는 의미다. 길병원은 5일 '왓슨 도입 1주년 심포지엄'을 열고 이러한 내용의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길병원에서 왓슨으로 진료받은 환자 557명을 분석한 내용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왓슨은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의사들이 자료에 근거한 치료 방법을 시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 암센터에서 백정흠 외과 교수가 재학생들에게 왓슨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중앙포토]

왓슨은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의사들이 자료에 근거한 치료 방법을 시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 암센터에서 백정흠 외과 교수가 재학생들에게 왓슨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중앙포토]

  백정흠 길병원 외과 교수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대장암(결장) 환자 118명에게 제시한 의료진ㆍ왓슨의 '1순위' 치료법이 같은 비율은 55.9%였다. 지난 2009~2016년 이미 치료받은 환자 656명을 왓슨이 다시 진단했을 때 양쪽 의견이 일치했을 확률(48.9%)보다 오른 것이다. 2순위 치료법까지 확대하면 인간·인공지능 의사의 생각이 같은 경우는 78.8%로 더 높아졌다. 위암은 72.7%였다.
 
  백정흠 교수는 "과거보다 강력히 추천하는 치료법에 대한 의견 일치가 많아졌다는 건 그만큼 의료진들이 왓슨 의견에 동의한다는 걸 의미한다. 왓슨의 능력이 개선됐고 전문가 집단의 인공지능 시스템 신뢰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왓슨은 환자 치료법을 추천할 때 '강력 추천' '추천' '비추천' 등 3가지로 구분해서 제시한다. [자료 가천대 길병원]

왓슨은 환자 치료법을 추천할 때 '강력 추천' '추천' '비추천' 등 3가지로 구분해서 제시한다. [자료 가천대 길병원]

  왓슨은 전 세계 환자 빅데이터와 의학저널ㆍ교과서 등을 스스로 분석하면서 진화하고 있다. '강력 추천' '추천' '비추천' 등 3가지로 나눠서 의료진에 치료법을 제시한다. 길병원에 처음 도입됐을 때 4개 암만 진단했지만, 이제는 유방암ㆍ폐암 등 8개 암을 보고 있다. 조만간 갑상샘암과 간암도 진단 분야에 추가될 예정이다.
 
  왓슨을 이용하는 이는 누굴까. 길병원에서 인공지능 진료를 택한 환자는 대장ㆍ유방암에 걸린 여성이 많았다. 557명 중 두 암에 걸린 경우가 299명(54%)으로 절반을 넘었다. 또한 3기에 해당하는 환자가 248명(47%)이었다. 백 교수는 "암이 상당히 진행되면서 불안한 중증 환자들이 인공지능 헬스케어에 대한 요구가 더 강하다"고 설명했다.
 
  환자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길병원이 10~12월 왓슨 진료를 받은 환자 51명에게 물었더니 48명(94%)이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12월~올 3월 환자ㆍ보호자 224명 설문 시에도 의사 진단과 치료에 대한 신뢰도가 늘었다는 사람이 204명(91%)이었다. 
 
  이언 길병원 인공지능병원추진단장은 "왓슨 암 다학제 진료에는 의사 6명이 참여하기 때문에 환자별로 최대 180분의 진료가 이뤄지는 셈"이라면서 "왓슨은 수많은 환자 사례를 바탕으로 진료 방침을 정하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인공지능 의사가 인간 의사를 위협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의견도 많다. [중앙포토]

의료계에선 인공지능 의사가 인간 의사를 위협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의견도 많다. [중앙포토]

  반면 아직 AI가 인간 의사의 판단을 뒤집을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방 병원을 중심으로 왓슨 도입이 늘고 있지만, 서울의 대형 병원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암통합케어센터 교수는 "현재의 왓슨은 의사를 대체했다기보다 결정을 돕는 조력자 역할이고, 한국인 환자 특성도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다른 병원의 의견을 구하는 '세컨드 오피니언'을 왓슨으로 보완하는 식이다"면서 "환자 만족도는 높아졌지만 의료 질적인 변화는 알 수가 없다. 앞으로 왓슨과 의사의 진단에 따른 암 환자 5년 생존율, 1~2년 재발률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ㆍ분석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왓슨을 만든 IBM왓슨헬스 본부장인 앤드루 노든 박사도 지난 3월 "왓슨은 인간 의사의 가장 훌륭한 조력자가 될 수 있다. 방대한 환자 기록을 읽고 최적의 임상시험을 통해 병원ㆍ제약사를 연결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과 똑같은 존재라기보다는 보조적인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왓슨은 환자 빅데이터 등을 자체 분석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진화하고 있다. [사진 가천대 길병원]

왓슨은 환자 빅데이터 등을 자체 분석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진화하고 있다. [사진 가천대 길병원]

  앞으로 해결할 과제도 있다. 왓슨의 변신이 계속되는 가운데 인공지능 의사가 담당하는 영역을 어디까지 둘 것인지 정하는 작업이 필수다. 현재 별도 수가가 인정되지 않는 왓슨 진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할지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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