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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뒤 유전병 치료한 아기 탄생 … 한국선 연구만 해도 처벌

인류 10대 난제에 도전하다 ⑦ 유전체 혁명 
지난 10월 한국의 추석 연휴기간, 미국 북서부 오리건주의 포틀랜드에 위치한 오리건보건과학대학에서 생명공학 분야의 두 거장이 만났다. 한 사람은 3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의 세계적 권위자인 한국 기초과학연구원(IBS)의 김진수(52) 유전체교정연구단장, 또 한 사람은 인간 체세포 핵 이식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던 슈크라트 미탈리포프(56) 교수다. 두 사람은 지난 8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에 유전자 교정 기술을 이용해 인간배아 상태에서 심장 유전질환을 고치는 데 성공한 사실을 알린 논문의 공동 저자다. 교정된 인간배아를 그대로 산모의 자궁에 착상시키기만 하면 건강한 아기가 태어날 수 있는 상태였다. 두 석학은 다시 만난 자리에서 심장질환 다음 단계의 인간배아 교정 실험에 대해 의논했다.
 
미탈리포프 교수는 중앙일보 취재진에게 “현재는 연구단계의 인간배아 교정이지만 10~15년 뒤에는 교정된 인간배아가 자라서 세상에 태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게 바로 내 연구의 최종 목적지”라고 말했다.
 
세계 유전체 공학 기술이 ‘도약점’을 넘어 ‘특이점’을 향해 치솟고 있다. 1997년 개봉한 미국의 공상과학소설(SF) 영화 ‘가타카(Gattaca)’가 기술적으로는 더 이상 ‘공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가타카’는 유전체 분석과 교정이 일반화된 미래를 그린 영화다. 유전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이 주류가 돼 살아가는 세상이다. 그 속에서 태어나자마자 ‘심장질환 99%, 31세에 사망’이라는 유전체 결함 및 질병 예측 분석 결과를 받아야 했던 주인공이 운명을 개척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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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타카’의 세상을 향해 달려가는 대표적 국가가 미국이다.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유전체 산업 지원 의지를 보이고 있다. 2015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연두교서를 통해 ‘정밀의학 이니셔티브(initiative)’의 시작을 알렸다. 개인 유전자·환경 및 생활양식 등의 개인차가 질병 예방 및 치료에 중요해지고 있다고 판단함에 따라 개인 맞춤형 의학 확대를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2억2000만 달러(약 2370억원)를 이미 투자했으며, 향후 5년간 100만 명 이상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맞춤의학을 실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유전체 기술은 크게 유전체 분석과 교정(editing)으로 구분된다. 유전체 기술의 궁극이라 할 수 있는 인간배아 단계의 유전체 교정 기술은 미탈리포프 교수의 사례에서 보듯 아직 연구실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연구개발이 초기단계인 것도 이유이지만 관련 규제가 엄격한 탓이 더 크다. 아직 세계 어느 국가도 연구가 아닌 치료 목적의 인간배아 유전체 교정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유전체 교정 기술이 몰고 올 엄청난 파급효과에 인류가 아직 준비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 때문에 지난달 초 세계 30개국 학자 200여 명이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인간세포 생명공학 활용 윤리원칙’이라는 합의문까지 발표했다. 합의문은 생명공학 연구의 원론적인 생명윤리를 담은 것이지만 국제조약을 통해 국가 간 차별 없는 협력과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적시했다.
 
그럼에도 인간 유전체 분석 기술은 연구개발을 넘어 이미 산업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2006년 2000만 달러(약 217억원)에 달했던 개인 유전체 분석 비용은 2010년 1만 달러를 지나 이제 100달러대로 떨어졌다. 이 덕분에 시장조사기관 글로벌지노믹스마켓에 따르면 세계 유전체 관련 시장은 2010년 83억 달러(약 9조원)에서 내년에는 198억 달러(약 21조5000억원)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지난 10월 중앙일보 취재진이 찾은 미 샌프란시스코 남부 일대에는 곳곳에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하는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세계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유전체 분석장비 생산업체 일루미나의 조립공장도 그곳에 있다. 설립 10년을 맞은 카운슬은 유전체 분석을 통해 성인 대상 유전질환 진단과 태아 검사 서비스 등을 하고 있었다. 카운슬은 유전으로 인한 유방암 발병 가능성 등 각종 암에 대한 사전 진단에 특화돼 있다. 검사비용이 350달러인 이 서비스는 이미 한 해 약 20만 명이 이용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이 500억원을 넘어섰다. 카운슬에서 3㎞도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위치한 또 다른 유전체 분석 기업 칼라지노믹스를 방문했다. 2011년 췌장암으로 사망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아내 로라 등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관련 유명인들이 주요 투자자다. 구글 출신들이 2013년 창업한 이 회사는 플라스틱으로 된 조그만 유전체 진단 키트를 내놨다. 고객이 집에서 249달러짜리 키트에 침을 뱉어 우편으로 칼라지노믹스에 보내면 한 달 안에 암·혈관질환에 관련된 유전 요인이 얼마나 있는지에 대한 보고서를 보내준다.
 
유전체 분석과 치료를 신산업으로 육성하는 곳은 미국뿐만이 아니다. 영국도 2012년 이미 ‘10만 유전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영국 보건부가 2012년 발표한 이 프로젝트는 유전체 분석을 통한 암·감염질환 및 희귀질환자 치료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영국 보건의료서비스(NHS)에 등록된 암 및 희귀질환 환자 중 7만5000여 명이 제공한 10만 개의 유전체를 분석 중이다. 일본도 2015년부터 ‘질병 극복을 위한 지놈의료 실현화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정밀의학을 위해 매년 약 1000억원의 예산을 투입 중이다.
 
유전체 기술의 난제는 없을까. 첫째가 유전체 기술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인류의 합의다. 이것을 넘어선다면 관련 기술 진보는 급속도로 이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선영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전자교정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생명윤리의 문제도 넘어서야 하고, 유전체 분석과 성인 유전체 교정 등 연구개발의 여지가 많이 남아 있지만 지금의 속도라면 20년 안에 유전체 기술 연구가 완성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인류 10대 난제에 도전하다. 지난 기사
 
샌프란시스코·포틀랜드=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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