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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회의 "판사 인사 투명화" 대법원에 요구

전국법관대표회의(이하 법관회의)가 4일 법관 인사 기준 투명화 방안을 대법원에 요구했다. 이날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법관회의에는 김영훈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이 참석해 내년 2월 정기인사 때부터 적용하는 새 인사기준에 관해 일선 판사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당초 김명수 대법원장이 직접 참석할 계획이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김 심의관이 대신 참석했다. 
 
김 심의관은 법원행정처가 지난달 발표한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 폐지 및 법관 인사 이원화 방침에 관해 설명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법원행정처 심의관 발탁 기준 불분명 등 일부 문제점 개선을 요구했다. 김 심의관은 이날 모인 의견을 대법원장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4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제4차 전국법관 대표회의에서 참석한 법관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4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제4차 전국법관 대표회의에서 참석한 법관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열린 법관회의를 끝으로 지난 3월 법원행정처가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행사를 축소하려 한 데 반발해 지난 6월 19일부터 4차례에 걸쳐 진행된 법관회의는 공식 활동이 끝난다. 
 
법관회의는 블랙리스트 재조사와 법관회의 상설화란 성과를 얻었다. 내년부터 법관회의는 대법원장의 상설 자문기구로 4월부터 출범할 예정이다. 법관회의에 참석한 한 판사는 “법관대표회의가 의결권을 가진 기구로 자리 잡으면 정치권이 개입하는 사법평의회와 달리 사법부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면서 대법원장의 과도한 권한을 분산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선 사법제도 개혁에 관한 법원 안팎의 움직임에 대한 대응방안이 논의됐다. 우선 정치권에서 진행 중인 헌법 개정 논의에 사법부가 참여하도록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촉구하자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공식 입장으로 채택되진 못했다. 또 개헌특위 자문위가 제안한 사법평의회(가칭)에 대해 법관회의가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역시 채택이 불발됐다.
 
법관회의에 참석한 한 지법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이 바뀌는 등 입장을 정리할 시간이 부족했던 건 사실이지만 사법부 입장 마련에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이대로 가다간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공감을 얻었지만 공식 입장을 내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이견이 있어서 채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4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제4차 전국법관 대표회의에 법관들이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제4차 전국법관 대표회의에 법관들이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대법원은 개헌과 관련한 의견 표명을 자제해왔다.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는 헌법 개정안 초안이 담긴 보고서를 개헌특위에 제출한 상태다. 개헌특위 자문위 초안에는 사법제도 개선의 일환으로 사법평의회를 사법부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신설하는 방안이 담겼다. 사법평의회는 국회와 대통령이 지명한 위원과 법원 내에서 선출한 법관 위원으로 구성된다. 김 대법원장을 비롯해 사법부는 이 방안에 대해 "사법부 독립과 정치적 중립이 침해될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특히 사법평의회가 대법관 인사까지 개입할 경우 대법원이 정치적으로 쪼개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회의에 참석한 한 지법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의 과도한 권한을 분산하고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건 사법부 내 제도 개선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사법평의회는 명분을 내세워 사법부에 대한 정치 세력의 통제를 강화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최근 진행 중인 ‘판사 블랙리스트’ 재조사와 관련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재조사위원회 활동에 법관회의가 개입한다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다. 블랙리스트 재조사위원회 위원장인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최한돈 인천지법 부장판사(법관회의 산하 진상조사소위원장) 등 법관대표 4명은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법관회의의 한 관계자는 “법관회의 산하 현안조사 소위에서 그동안 활동 경과와 재조사가 진행 중이란 점을 간략히 보고했을 뿐 추가 논의는 없었다. 대표들 사이에서도 재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논쟁을 확대하지 말고 차분하게 조사 과정을 지켜보자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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