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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도시에서 구조되는 야생동물 27%는 길 잃고 엄마 잃은 '미아'래요

이현서(경기도 용인심곡초 6) 소중 학생기자

이현서(경기도 용인심곡초 6) 소중 학생기자

최근 부산의 한 편의점에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야생 수달이 발견됐다는 뉴스가 보도됐습니다. 강에 사는 수달이 도심 한복판에 나타나다니, 어쩐 일일까요. 그러고 보니 겨울이 되면 고라니가 민가로 내려와 텃밭을 망쳐 놨다거나, 주택가에 멧돼지가 출현해 소란을 일으켰다는 소식을 접한 기억도 나네요. 과연 야생동물들이 도시로 찾아오는 이유는 뭔지 궁금해지는데요. 이현서(경기도 용인심곡초 6) 학생기자가 궁금증을 풀기 위해 서울시 야생동물센터를 찾아갔습니다.
 
글=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동행취재=이현서(경기도 용인심곡초 6) 학생기자, 사진=임익순(오픈 스튜디오)
 
올 7월에 문을 연 서울시 야생동물센터는 서울 관악구에 있는 서울대학교 내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동물병원 소속의 전문 수의사와 재활치료사가 이곳에서 일하고 있죠. 센터는 서울에서 발견·신고되는 야생동물을 구조할 뿐만 아니라 치료·재활·방생·연구·조사 등의 역할을 하고 있어요. 센터가 생긴 이후 지난달 23일까지 총 267마리의 야생동물을 구조했다고 해요.
 
구조된 야생동물들이 안정을 취하는 입원실 내부 모습.

구조된 야생동물들이 안정을 취하는 입원실 내부 모습.

장현규 수의사가 현서를 반갑게 맞아줬어요. “‘서울처럼 큰 도시에 야생동물이 있어 봤자 얼마나 있겠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서울에는 산과 하천이 많아 그 주변에서 야생동물이 많이 발견돼요. 특히 도심 하천은 먹이가 풍부해 찾아오는 동물이 많답니다.” 장 수의사는 센터의 이곳저곳을 소개했습니다. 먼저 입원실에 들어서니 아픈 동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어요. 너구리·황조롱이·벌매·논병아리·비둘기 등 다양한 동물들이 입원 중이었죠. 구조된 순서에 따라 매겨진 번호가 칸마다 이름을 대신해 붙어 있었어요. 잘 먹지 못하고 병에 걸려서 털이 다 빠진 채 힘없이 누워있는 너구리를 보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장 수의사의 설명이 이어졌어요. “가장 많이 구조되는 동물은 너구리로 지금까지 25마리가 구조됐어요. 그다음으로는 집비둘기(24마리)·멧비둘기(19마리)·직박구리(18마리)·족제비(12마리)·멧도요(11마리)·황조롱이(10마리)·고라니(9마리) 등이죠. 센터가 그동안 구조한 동물을 살펴보면 조류가 75%, 포유류 20%, 파충류 5% 순이에요. 파충류 중에서는 주로 뱀이 구조되는데, 사람이 밀렵한 구렁이가 발견되기도 하고 애완용으로 기르던 뱀이 버려진 경우도 있었어요.” 그때 수건으로 덮어놓은 인큐베이터 안에서 비둘기들이 푸드덕거리며 소리를 냈어요. 비둘기는 사람에게 익숙해지면 야생으로 돌려보내도 다시 찾아오는 귀소본능이 강해서 최대한 사람과 접촉하지 않게끔 비둘기의 시야를 가려놓는다고 하네요.  
 
서울시 야생동물센터 진료처치실에서 장현규(왼쪽) 수의사가 이현서 학생기자에게 야생동물을 치료할 때 호흡기를 통해 마취하는 기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 야생동물센터 진료처치실에서 장현규(왼쪽) 수의사가 이현서 학생기자에게 야생동물을 치료할 때 호흡기를 통해 마취하는 기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센터에는 입원실 외에도 진료처치실·수술실·영상의학실·먹이준비실·재활실 등 다양한 방들이 줄지어 있었어요. 진료처치실에는 마취기·소독기·배양기·수액펌프·인큐베이터·현미경 등 치료에 필요한 각종 기구가 잘 정리돼 있었죠. 아픈 동물들에게 줄 주사와 약도 종류별로 구비돼 있고요. 우리가 감기 걸렸을 때 이비인후과에 가서 봤던 호흡기 치료 기구도 있네요. 바로 옆 수술실에는 드라마에서 본 것과 같은 수술대와 수술 부위를 비추는 조명, 환자의 맥박을 체크하는 모니터 등이 갖춰져 있었습니다. 현서는 “사람이 다니는 병원과 거의 비슷하다”며 깜짝 놀랐어요. 장 수의사는 “실제로 사람용 의료 기구와 똑같은 것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죠.  
 
입원실에서 치료 중인 솔부엉이.

입원실에서 치료 중인 솔부엉이.

센터가 구조한 동물들 가운데 건강상태가 좋아져 자연으로 돌려보내거나 다른 재활센터로 보낸 동물의 비율은 약 30%입니다. 회복된 동물은 처음 구조된 곳으로 돌려보내거나 야생 상태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만한 자연환경에 풀어줍니다. 한편, 병이 너무 깊은 나머지 끝내 회복되지 못하고 안타깝게 죽음을 맞은 동물들도 있어요. 또 건강은 좋아졌지만 야생에 적응하기는 힘들다고 판단되는 경우 어쩔 수 없이 안락사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모든 동물을 수용하기에는 센터의 공간이나 치료를 맡아줄 의료진·수술 기구·약품 등 자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야생동물들은 어쩌다가 이곳에 오게 되는 걸까요. 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구조되는 동물의 27%는 미아 동물이라고 합니다. 길을 잃거나 어미와 떨어져 위험한 상황에 놓인 경우죠. 새의 경우 충돌로 인한 상처(25%)를 입기도 하고요, 먹이를 찾지 못해 탈진하거나(15%), 차에 부딪혀 다치기도(3%)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조심할 점은, 사람들이 멀쩡한 야생동물을 미아로 오인해서 데려오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어미가 잠시 먹이를 찾으러 자리를 비웠을 때 혹은 어린 새가 나는 연습을 하느라 땅에서 퍼덕거리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오해하는 거죠. 야생동물은 자신의 새끼를 냄새나 위치로 기억하는 경우가 많아서 사람 냄새가 묻거나 원래 있던 자리에서 한동안 사라지면 새끼가 없어졌다고 생각하고 다른 데로 가버린다고 해요. 
 
건강을 되찾고 자연으로 돌아가기 전 재활실에서 지내는 너구리.

건강을 되찾고 자연으로 돌아가기 전 재활실에서 지내는 너구리.

장 수의사는 “야생동물을 발견하면 정말 구조가 필요한 상황인지, 어미가 주변에 있지는 않은지 잘 살펴보고, 야생동물센터에 전화해 도움을 구하는 것이 좋다”면서 “야생동물에게 가장 좋은 것은 어미와 함께 원래 살던 자연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위험에 빠진 것이 아니라면 그냥 놔두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습니다. (서울시 야생동물 구조 신고 전화 02-880-8659)
 
쥐 잡는 끈끈이에 걸렸다 구조된 황조롱이. 놀라지 않도록 얼굴을 수건으로 감싼 뒤 날개에 묻은 끈끈이를 제거해 준다.

쥐 잡는 끈끈이에 걸렸다 구조된 황조롱이. 놀라지 않도록 얼굴을 수건으로 감싼 뒤 날개에 묻은 끈끈이를 제거해 준다.



야생 비둘기는 먹이 줄 때를 제외하고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한다. 귀소본능이 강해 방생 후 센터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야생 비둘기는 먹이 줄 때를 제외하고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한다. 귀소본능이 강해 방생 후 센터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서울 도심에서 발견된 직박구리 구조 일기>
지난 11월 18일 서울시 야생동물센터에 한 통의 신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성수아트홀 앞 길가에서 새 한 마리가 날지 못하고 있다는 시민의 제보였죠. 구조팀은 현장으로 달려갔어요. 신고 전화를 한 시민은 구조팀이 도착할 때까지 혹시나 새가 어디론가 사라지지 않을까 지켜보고 있었죠. 구조팀은 재빨리 새의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새의 종류는 직박구리. 부리 끝이 살짝 부러진 거로 봐서 건물의 딱딱한 유리창에 부딪힌 것으로 예상했죠. 새들이 도시의 투명한 유리창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충돌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근처 서울숲에 살던 직박구리가 번화가로 나왔다가 다친 게 아닐까 추정했습니다.  
 
구조팀은 직박구리를 센터로 데려와 자세히 살폈어요. 혹시 다친 곳이 있는지, 골절된 부위가 있거나 기생충에 감염되지는 않았는지, 호흡은 정상인지 등을 꼼꼼히 검사했어요. 다행히 직박구리의 건강 상태는 1~5로 나타내는 지표(5가 가장 양호) 가운데 4 정도로 양호한 편이었죠. 부리가 조금 부러진 것 말고는 특별히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으니까요. 입원실에서 안정을 취하면서 먹이를 먹고 활력을 되찾으면 살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 직박구리는 재활실에서 비행 연습을 하고 있어요. 아직은 힘이 부족한지 잘 날지 못하고 있거든요. 우리의 직박구리가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여러분도 응원해주세요.
 
서울 성동구에서 구조된 직박구리.

서울 성동구에서 구조된 직박구리.

-구조 날짜 : 2017년 11월 18일
-신고 내용 : 성수아트홀 앞에 날지 못하는 새가 있다는 시민의 제보 전화
-발견 위치 : 건물 주변
-건강 상태 : 4
-부상 여부 : 없음
-골절 여부 : 없음
-기생충 감염 여부 : 없음
-호흡 : 정상
-기타 : 부리 끝이 조금 부서진 것으로 보아 건물에 충돌한 것으로 추정
 
구조된 직박구리가 재활실에서 비행 연습을 하며 자연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구조된 직박구리가 재활실에서 비행 연습을 하며 자연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학생기자 취재 후기>  
“야생동물들이 다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것이 마음이 아팠어요. 많은 동물을 구조해서 자연으로 행복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혼자 있는 동물이라고 해서 무조건 데려와선 안 된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입원 중인 황조롱이를 보고 예전에 집에서 키웠던 모란앵무 쿠쿠가 생각났어요. 황조롱이도 얼른 건강을 되찾아 숲으로 돌아가면 좋겠어요.” 이현서(경기도 용인심곡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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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