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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위안부 알린 이유는

최근 중앙일보 사옥을 찾은 박한빛누리씨. 최정동 기자

최근 중앙일보 사옥을 찾은 박한빛누리씨. 최정동 기자

 
‘사회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소신으로 저마다의 공익 활동을 펼쳐나가는 젊은이들이 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네팔 히말라야, 뉴질랜드 테 아라로아 등을 무대로 삼아, 위안부 문제 알리기, 헌혈증 모금 등의 ‘1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소속 기관도, 지원 단체도 뚜렷히 없지만, 이들은 직접 기부금을 모으고 후원까지 받는 등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다. ‘오늘에 충실히 살아간다’는 뜻의 욜로족의 특징에 공익성을 더한, 신(新)욜로족이란 명칭이 이들에게 어울린다.
 
지난 10월 스페인 현지 언론 '디아리오 데 레온' 1면에 실린 박한빛누리씨 기사.

지난 10월 스페인 현지 언론 '디아리오 데 레온' 1면에 실린 박한빛누리씨 기사.

 
“3달 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위안부 알리미’로 지냈습니다. 제 활동 사실을 접한 스페인 지역 신문은 저를 인터뷰해 1면에 기사를 대문짝하게 싣기도 했지요.”
 
잡지사 기자였던 박한빛누리(31)씨. 7년 간 직장생활으로 생긴 매너리즘에 돌연 퇴사를 했다는 그는 지난 7월 스페인으로 홀연히 떠났다. “처음엔 그저 머리를 식히려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몇몇 현지인들이 제게 ‘동양인을 처음 봤다’고 하더군요.” 
 
이들에게 ‘첫 동양인’이자 ‘첫 한국인’였던 박씨는 “뜻 깊은 일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의 위안부 할머니를 찾아 위로를 전한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였을까요. 이번엔 제가 가톨릭 국가인 스페인에서 위안부 문제를 알려보자는 아이디어가 생겼지요.”
 
박씨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한 독일 대학생이 박씨가 제작한 위안부 관련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박한빛누리씨 인스타그램]

박씨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한 독일 대학생이 박씨가 제작한 위안부 관련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박한빛누리씨 인스타그램]

 
박씨는 성인 상체 만한 종이에 ‘한국의 위안부를 잊지 말라’는 문구를 크게 써 넣었다. 80일 간 산티아고 순례길(1800㎞)을 종주하며 만난 여행객 200명에게 이 종이를 들어 보이며 위안부 문제를 알렸다.
 
현지 언론 보도로 현지서 제법 유명세를 탔다는 그는 “내년 4월엔 미국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미국 서부의 멕시코 국경~캐나다 국경)을 걸으며 위안부를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팔 히말라야 랑탕 등에서 얻은 헌혈증 등을 기부한 임충만씨. 임현동 기자

네팔 히말라야 랑탕 등에서 얻은 헌혈증 등을 기부한 임충만씨. 임현동 기자

 
평범한 취업준비생이던 임충만(30)씨.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건 당시 자원봉사자로 일한 경험이 있는 그는 “남을 돕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가 돕는 방식은 ‘헌혈증 모금’. 이유는 단순했다. 임씨는 “여러 사회단체의 헌혈증 모금 실적이 매우 저조하다는 사실을 접했다”며 “내가 조금이라도 이 부분에 기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올해 초 네팔 히말라야 랑탕을 종주한다는 계획과 더불어 헌혈증을 공개 모금한다는 사실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알렸다. 임씨는 “그렇게 모은 헌혈증 113장을 모교인 한양대 병원에 기부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과거 산티아고 순례길 등을 종주하며 공개 모금한 것까지 합치면 헌혈증이 300장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서울과 부산을 자전거로 종주하며 헌혈증을 모금한 임충만씨.임현동 기자

최근 서울과 부산을 자전거로 종주하며 헌혈증을 모금한 임충만씨.임현동 기자

 
지난 8월엔 서울과 부산을 일주일간 자전거로 종주하며 헌혈증 모금을 독려해 48장을 추가로 모았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활동을 담은 저서인 『걸음이 거름이 된다면』을 지난 9월 펴내기도 했다.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뉴질랜드를 종주하며 후원금을 모은 김혜림씨. 신인섭 기자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뉴질랜드를 종주하며 후원금을 모은 김혜림씨. 신인섭 기자

 
뉴질랜드 테 아라로아 3000㎞를 횡단하며 1㎞에 1달러씩 케냐 아동 후원금 3000달러을 모았던 기간제 교사 출신 김혜림씨(28·본지 2017년 10월 24자 27면). 전국을 돌며 무료 수업을 열어주는 모임인 ‘돌아다니는 학교’ 교장인 그는 이달 말 또 다시 ‘교육 기부’ 종주를 시작한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진도와 흑산도를 기점으로, 지방 곳곳의 학교와 아동센터에 들려 무료 수업을 해준다는 계획이다.
 
뉴질랜드 테 아라오라 종주 시의 김혜림씨 모습. [김혜림씨 제공]

뉴질랜드 테 아라오라 종주 시의 김혜림씨 모습. [김혜림씨 제공]

 
그는 “제 선행이 알려지면서 후원금이 모여 들기 시작했다”며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십시일반으로 용돈을 모아 제게 전달해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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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견한 선행이지만 세 사람의 미래는 아직 불투명하다. 아르바이트 등으로 활동 자금을 충당해야 하고, ‘더 늦기 전에 취업해야 하지 않느냐’는 불편한 주위 시선도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인터뷰에 응하던 이들의 씩씩한 표정에서 한 줄기 희망이 보였다. “우리의 작은 움직임이 변화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힌 세 사람은 또 다시 신발 끈을 단단히 묶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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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