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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실서 나란히 누워있던 형제 중 구명복 안 펴진 동생만 살아”

급유선 명진호와 충돌해 전복된 선창1호 낚시배가 4일 오전 인천해경부두로 예인됐다. 예인선 선원들이 장비를 정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급유선 명진호와 충돌해 전복된 선창1호 낚시배가 4일 오전 인천해경부두로 예인됐다. 예인선 선원들이 장비를 정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3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영흥대교 남방 해상에서는 발생한 낚싯배 선창1호선(9.77t)와 급유선(336t) 충돌사고로 1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4일 동아일보는 사고 당시 인천 영흥도 진두항을 출발한 선창1호 선실에 나란히 누워 있었던 형제의 사연을 보도했다. 형제는 선창1호 측이 운영하는 네이버 밴드를 통해 예약했다. 선실에서 형제가 나란히 쉬던 순간 갑자기 ‘쾅’ 소리와 함께 몸이 요동쳤다. 동생 송모(42)씨는 물과 닿으면 바로 부풀어 오르는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지만 사고 직후에는 작동하지 않았다. 동생은 뒤집힌 배의 깨진 선실 외벽 틈새로 헤엄쳐 밖으로 빠져나온 뒤 구명조끼 끈을 잡아당기자 부풀어 올랐다. 동생은 낚싯배와 충돌한 급유선 명진15호 선수에 매달린 채 손을 흔들어 구조 요청을 해서 살아남았다. 형(43)은 선실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4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 낚싯배 선창1호가 예인선에 실린 채 정박해 있다. 선창1호는 전날 오전 영흥면 영흥대교 인근 해상에서 급유선과 충돌해 전복됐다. 이 사고로 승선원 22명 중 1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연합뉴스]

4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 낚싯배 선창1호가 예인선에 실린 채 정박해 있다. 선창1호는 전날 오전 영흥면 영흥대교 인근 해상에서 급유선과 충돌해 전복됐다. 이 사고로 승선원 22명 중 1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연합뉴스]

 
 동아일보에 따르면 또 다른 사망자 김모(62)씨는 ‘올해 마지막 낚시가 될 수 있다’며 전날 밤 급하게 예약을 하고 이날 오전 3시경 낚시를 하러 바다로 떠났다. 함께 낚시를 즐겨온 부인 변모(60)씨는 “그날따라 날씨가 추워 함께 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변씨는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남편이 어젯밤에 목욕을 함께하며 내 등을 밀어줬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다. 평소 딸들이 ‘아빠 같은 남자를 만나야겠다’고 말할 만큼 자상한 가장이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군 동료와 함께 밤바다에 나섰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한 이들도 있다고 보도했다. 현역 원사 유모(47)씨는 군대에서 가깝게 지냈던 중사 출신 후배 이모(36)씨와 낚시에 나섰다가 사고를 당했다. 원래 배에 자리가 없었지만 며칠 전 갑자기 자리가 났다는 말에 나란히 낚시에 나섰다. 유씨 유가족은 “집에 군대 후배들 준다고 감 두 박스를 사놨는데 이제 줄 사람이 없다”며 울먹였다. 유씨 부인 박모씨는 경인일보와 인터뷰에서 “아침에 신랑이 전화를 안 받아서 느낌이 좋지 않았다”면서 “함께 낚시를 간 적도 있는데 이렇게 갑자기 세상을 떠날 줄 몰랐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3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영흥대교 남방 2마일 해상에서 구조대원들이 전복사고로 침몰한 낚싯배인 선창1호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영흥대교 남방 2마일 해상에서 구조대원들이 전복사고로 침몰한 낚싯배인 선창1호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망자들은 대부분 선실에 있다가 배가 뒤집히면서 선내에 갇혀 다시 올라오지 못했다. 시신에는 물속에서 탈출하려 애썼던 흔적이 확인됐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유모(45)씨 시신에는 얼굴과 몸에 온통 멍투성이였고 발길질을 한 듯 발에 피가 흥건했다.  
 
 생존자 7명 중 3명은 사고 당시 갑판에 있다가 배가 뒤집히며 바다로 튕겨져 나가 살아남았다. 서모(35)씨는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깜깜한 바다에서 급유선이 다가오는 걸 보고 형과 ‘설마 부딪히는 거 아니냐’고 얘기하다가 배가 너무 가까이 와서 선장실로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며 “배를 본 지 1분도 안 돼 갑자기 부딪혔다”고 말했다. 서씨 형제는 “선창1호에서 자주 뵙던 분들이 많은데 우리만 살아남아서 죄인 같다”며 말했다.
3일 오전 6시9분께 인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9.77t급 낚싯배가 336t급 급유선과 충돌, 전복돼 선원과 낚시객 등 총 22명 중 20명이 구조됐으나 현재 1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구조된 낚시객들은 인천 영흥도 진두항으로 이송된 뒤 시화병원, 길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해경은 사고 해역에 함정 19척과 헬기 5대를 급파해 사고 해역을 중심으로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인천해양경찰청]

3일 오전 6시9분께 인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9.77t급 낚싯배가 336t급 급유선과 충돌, 전복돼 선원과 낚시객 등 총 22명 중 20명이 구조됐으나 현재 1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구조된 낚시객들은 인천 영흥도 진두항으로 이송된 뒤 시화병원, 길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해경은 사고 해역에 함정 19척과 헬기 5대를 급파해 사고 해역을 중심으로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인천해양경찰청]

 
 선내에 있던 3명은 뒤집힌 배 속에 물이 가득 차지 않으면서 생긴 에어포켓으로 목숨을 구했다. 이모(32)씨는 물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남아있는 공기 덕에 구조대에 의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이씨는 이날 정오경 퇴원해 자택으로 귀가했다. 심모(31)씨와 정모(32)씨도 저체온증으로 인근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가 상태가 호전돼 자택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3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영흥대교 남방 2마일 해상에서 급유선과 충돌해 전복된 낚싯배가 침몰하고 있다. 해경·해군·소방 등으로 구성된 구조단은 실종된 승선원 2명을 수색하고 있다.[연합뉴스]

3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영흥대교 남방 2마일 해상에서 급유선과 충돌해 전복된 낚싯배가 침몰하고 있다. 해경·해군·소방 등으로 구성된 구조단은 실종된 승선원 2명을 수색하고 있다.[연합뉴스]

 인천해양경찰서는 3일 오후 낚싯배와 충돌한 급유선 명진15호의 선장 전모(37)씨와 갑판원 김모(46)씨를 업무상과살치사혐의로 긴급체포했다. 해경은 명진15호가 선창1호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선장 전씨와 갑판원 김씨가 충돌을 피하려는 노력이나 망보기를 소홀히 했는지에 대해 조사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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