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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의 왜 음악인가] 완벽한 침묵의 황홀함

김호정 문화부 기자

김호정 문화부 기자

이런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한 클래식 공연장은 아주 작은 소리도 잘 울리기 때문에 뭘 좀 적당히 먹고 가는 게 좋다고. 위장이 꼬르륵거리는 소리까지 주변 청중 귀에 다 들어간다고 말이다.
 
어떻게 보면 클래식 공연장은 스트레스의 전당 같은 곳이다. 가끔은 내가 소음 덩어리이자 민폐 시민이 아닐까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여기에선 주머니 속에 든 물건 달각이는 소리까지 들린다. 모든 악기와 사람 목소리가 확성장치 도움 없이 2000명에게 고루 전달돼야 하는 곳이다. 연주 곡목이 쓰여 있는 프로그램북이라도 실수로 바닥에 떨어뜨리는 날이면 상상도 못할 대단한 메아리 소리를 듣게 된다. 뼈저리게 후회하는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아무리 책을 던져봐도 도무지 재연할 수 없는 커다란 소리다. 작은 소리도 생생하게 때론 웅장하게 전달하도록 설계된 게 클래식 공연장이기 때문이다.
 
클래식 공연장 안에서 먹을 수 있는 건 둘이다. 생수, 작은 사탕이다. 둘 다 기침 소리를 방지하기 위해 최소한으로 허락된 것이다. 하지만 뚜껑 열 때 김이 ‘팍’ 새는 탄산수여서는 안 된다. 사탕을 감싸는 포장재도 비닐보다 종이를 권장한다.
 
왜 음악인가 12/4

왜 음악인가 12/4

반대로 우리는 소리를 잡아먹어서도 안 된다. 두꺼운 코트는 공연장 로비의 보관소에 맡기고 가는 게 예의다. 두툼한 옷은 카펫이나 커튼처럼 소리를 흡수한다.
 
지난달 1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선 베를린 필하모닉의 내한 공연이 열렸다.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오케스트라가 라벨 협주곡의 활기찬 1악장 연주를 막 마쳤다. 공연장은 적막했다. 그야말로 아무 소리도 안 났다. 요즘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조용한 적이 있었을까. 2000명이 동시에 휴대전화를 끄고 본인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아무 소리도 내지 않은 채 몇 초라도 있을 기회가 이때 말고 있을까. 그 순간 괴상한 소리가 들렸다. 방금 끝난 1악장이 베를린필과 조성진의 연주 그대로 다시 울려퍼지고 있었다. 누군가 객석에서 연주를 녹음했다가 실수로 재생을 한 모양이었다. 모든 청중이 꾸던 무소음의 꿈은 그 소리 하나로 무참히 깨어졌다.
 
클래식 공연장의 청중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완벽하게 침묵해야 할까? 그래야 한다. 여기서가 아니면 침묵의 황홀함을 만날 기회가 없다는 걸 우리 스스로가 더 잘 안다. 
 
김호정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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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