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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이러려면 차라리 판사도 선거로 뽑지

조강수 논설위원

조강수 논설위원

대한민국 형사재판에서 ‘구속적부심사’가 느닷없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1부(신광렬 형사수석부장판사)가 최근 3명의 구속 피의자를 연달아 적부심에서 석방하면서다.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 사건으로 구속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정책실장,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뇌물수수 혐의에 연루된 조모 한국스포츠협회 사무총장이 수혜 대상이다. 신 수석부장판사는 김 전 장관 등 2명에 대해선 “범죄 성립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를, 조씨에 대해선 “밤샘 조사 후 긴급체포한 것은 위법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현 정부 실세와 과거 정부 인사가 공평하게(?) 포함된 두 사례는 검찰의 수사 관행과 법원의 역할을 되짚어보게 한다.
 
민주주의 시대 사법에선 실체적 진실 발견보다 더 중요한 게 ‘적법한 형사절차(Due Process)’다. 수사 과정에서 적법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면 정당성이 없어 무죄라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미란다 판결’은 그런 선언이다. 이미 1966년에 나왔다. 우리 대법원도 2000년 유사한 판결을 내렸다. 또 형사소송법에는 인신 구속 단계에선 영장실질심사→구속적부심, 재판에 넘긴 후엔 보석 신청이 피의자의 권리로 규정돼 있다. 1, 2, 3심의 심급 제도를 둔 것도 처벌보다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는 걸 막기 위한 인권 보호 장치다.
 
수사보다 중요한 게 재판이다. 수사 과정에선 이른바 ‘국민 정서법’이 작용할 수 있다. 검사들은 피의자를 구속하지 않으면 수사가 난관에 부닥칠 것을 우려한다. 지난해 ‘국정 농단’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피의자의 심리 상태가 불안정해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구속 필요 사유로 빈번하게 제시했다. 이는 긴급체포와 구속이 수사 편의주의적 관점에서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최근의 변창훈 검사 자살 사건도 결국은 실무자부터 상급자까지 줄줄이 구속하려다 터진 불상사 아닌가. 피의자의 법관 대면권 보장이라는 국제인권규약 실천을 위한 영장실질심사제도가 도입 22년이 지났건만 여전히 ‘구속=유죄, 불구속=무죄’라고 보는 검사들의 시각에도 문제가 있다. 냉정하게 옥석을 구분해야 하는 건 법원의 몫이다.
 
신 수석부장판사가 구속적부심에서 세 사람을 석방한 것은 적법 절차를 따른 것이다. 애초에 구속이 잘못됐거나 사정 변경이 생겨 구속을 유지할 필요가 없으니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하라는 둘 중 하나의 판단이다. 이를 놓고 검찰이 사안이 중대해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피의자들을 풀어줬다고 반발할 수는 있다. 실제로 한 검찰 간부는 “적부심 석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판사가 ‘증거인멸의 우려에 대한 증거가 확보됐느냐’고 검사에게 물었다고 한다. 도대체 우려에 대한 증거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왜 구속영장 발부 판사와 다른 판단을 하느냐며 정치적 성향을 문제 삼고 나오는 건 초점이 빗나간, 위험한 발상이다. 그러라고 불구속 재판 원칙과 구속적부심제도 등의 장치를 만들어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사법부 비난 수위는 허용 범위를 넘어섰다. 신 수석부장판사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은 ‘적폐 판사’라고 낙인을 찍었다. 판결 결과에 대한 찬반 의견 표명은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 하지만 사건의 팩트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구속·불구속 단계에서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 맞지 않는다고 ‘적폐 프레임’으로 묶어 무차별 인신 공격하는 것은 옳지 않다. 특히 삼권분립을 존중해야 할 정당의 정치인들이 정파적 입장에서 특정 판사에 대한 공개 비판을 멈추지 않는 것은 재판의 독립성을 해친다. 오죽하면 김명수 대법원장마저 “정치적 이유로 재판을 비난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나섰겠나.
 
가뜩이나 권한과 권력만 난무하고 권위는 없는 사회에서 ‘내로남불’의 시각으로 사법부까지 끌어내리는 공세는 중단돼야 한다. 이러려면 ‘차라리 판사도 선거로 뽑자’는 얘기는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
 
조강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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