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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의 시시각각] 송영무 흔드는 청와대 사람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송영무(68) 국방부 장관을 이순신 장군에 비할 순 없다. 하지만 두 사람이 처한 정치적 환경은 비슷하다. 해군 참모총장 출신의 송영무는 해전(海戰) 전문가다. 해상 전략이 뭔지 인생으로 경험한 사람이다. 23전 23승의 주인공인 이순신 장군은 오늘날 성웅으로 모셔지고 있다. 당대엔 해전을 모르는 선조와 조정 신료들의 간섭을 끝도 없이 받았다.
 
임금과 조정은 정무적 판단, 국가 대전략이라는 명분으로 개입했다. 그들의 정무와 대전략이란 게 대체로 집권 세력의 정권 연장과 정쟁 승리를 위한 것이었다. 이순신은 병사를 지키고 백성을 보호하기 위해 조정의 명령을 따를 수 없었다. 그러자 그들은 이순신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고 곤장을 쳤으며 백의종군을 시켰다. 임진왜란의 교훈 중 하나는 전쟁 전문가를 우습게 여기는 정치의 교만과 사심(私心)을 경계하라는 것이다.
 
전쟁을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없는 청와대 참모들이 송영무 장관의 해상 전략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일 오전 송 장관이 국회에서 해상봉쇄에 관한 질문에 “미국의 요청이 오면 거부하지 않고 검토하기로 정부 차원에서 논의했다”고 답변할 무렵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라는 사람들이 기자실에 나타나 “어제(11월 30일)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통화에서 해상봉쇄가 언급된 바 없다. 해상봉쇄는 정부 차원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현재로서 그런(해상봉쇄 참여) 얘기는 없다”고 말해 버렸다. 송영무를 겨냥한 공격이었다. 이상한 논리, 사실의 축소, 현명치 못한 언급들이다.
 
우선 이상한 논리에 대해. 송 장관은 ‘미국에서 요청이 오면’이라는 미래 시점 가정법을 사용했다. 그런데 청와대는 두 대통령이 전날 그런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는 점을 부인(否認)의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전날 대화에 없었다 해도 미래엔 생길 수 있는 법이다.
 
그 다음 사실의 축소에 대해. 청와대는 해상봉쇄가 정부 차원에서 논의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송영무 장관과 정의용 안보실장이 최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북한의 도발 직후 국무부 홈페이지에 ‘해상에서 북한을 출입하는 선박을 차단하는 작전에 국제 사회가 동참해야 한다’고 성명을 냈다. 캐나다·한국·일본을 적시했다. 그러니 틸러슨이 향후 동참을 요청하면 우리는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협의한 것은 사실이다. 꼭 해상봉쇄는 아니어도 그 전 단계인 해상차단을 논의한 것이다. 해상차단과 해상봉쇄는 현실에서 엄격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청와대가 송영무를 궁지에 몰아넣을 셈이 아니었다면 “정부 차원에서 봉쇄 논의는 없었지만 차단 논의가 있었던 건 사실”이라는 정도는 언급했어야 했다. 그게 정직한 접근법이다.
 
마지막으로 현명치 못한 언급이란 청와대가 해상봉쇄 자체에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긴 것이다. 자칫 개시도 안 한 군사작전에 정치 논리로 개입한다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 청와대는 성에 안 찼는지 이날 오후 “송 장관의 개인 생각”이라고 대못을 박았다.
 
헌법과 정부조직법상 국정 행위는 오직 대통령과 국무총리, 장관만 하게 돼 있다. 국민으로부터 어떤 국정 위임도 받지 않은 사람들이 국회에서 대한민국 장관의 공식 발언을 사견(私見)으로 판정할 권한은 없다. 권한 없는 청와대 비서진이 장관을 모욕했으니 아마 대통령의 뜻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쯤 되면 대통령이 교통정리를 할 차례다. 전쟁을 준비하는 게 본업인 국방장관에게 ‘적을 해상봉쇄하겠다’는 발언도 못하게 한다면 정상적인 나라라고 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월권을 일삼는 청와대 비서진에게 책임을 묻든지 송영무 장관을 경질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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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