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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 속 갑자기 큰 배 나타나 … 왼쪽 선미에 쾅”

해경 대원들이 3일 인천 영흥도 인근에서 전복된 낚싯배에서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인천해경]

해경 대원들이 3일 인천 영흥도 인근에서 전복된 낚싯배에서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인천해경]

3일 오전 5시. 서울에 사는 회사원 서모(38)씨는 친동생(36)과 동생의 직장 동료 2명 등과 함께 인천시 옹진군 진두항에 도착했다. 비 내리는 겨울 새벽이라 주변은 아직 어둑어둑했지만 해경 탑승 신고와 안전교육 등을 받기 위해 출항 한 시간 일찍 항구로 이동했다.
 
이들이 탈 배는 9.77t 규모의 낚싯배인 ‘선창1호’였다. 특히 이날은 ‘낚시 이벤트 대회’가 있는 날이었다. 가장 큰 물고기를 잡으면 상품도 준다니 참석자들은 기대에 부풀었다.
 
신원 확인 등을 위해 나온 해경은 “배 위에선 꼭 구명조끼를 입고 있어야 합니다. 배에서 음주하시면 안 되는 것도 아시죠”라며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주말이라 배 안은 만원이었다. 선장과 선원까지 합쳐 배 정원(22명)을 꽉 채웠다.
 
“앉을 자리도 없는데 밖으로 나갑시다.” 서씨는 동생과 동생의 직장동료들을 데리고 배 뒤쪽에 자리를 잡았다.
 
인천 영흥도 해상 낚싯배 전복 상황

인천 영흥도 해상 낚싯배 전복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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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시쯤 출항해 10분 정도 지났을까. 함께 있던 동생의 일행이 “뒤쪽에 배 모양의 불빛이 있다”고 말했다. “지나가는 배인가 보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다. 그때 암흑 속에서 거대한 배가 나타났다. “어어” 하는 사이 뒤에 있던 배가 낚싯배의 왼쪽 선미를 들이받았다. 찰나였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닷속으로 떨어졌다. 주변을 돌아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다.
 
“살려주세요.” 그는 불빛을 향해 소리를 쳤다. 위에서 그물망이 내려왔다. 그물망을 타고 올라가 보니 급유선이었다. 동생과 동생 동료들도 구조됐다. 이들은 육지로 옮겨져 인천 길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에서 만난 서씨는 “당시 우리만 바다에 떨어진 줄 알았는데 뉴스를 보니 13명이나 숨졌더라. 살아도 죄인인 것 같고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사망·실종자 가족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인하대병원에서 만난 사망자 이모(53)씨의 동생(51)은 “숨진 형이 기관장인데 오늘 자기 배는 안 나가는 날이라 손님들을 다른 배에 태우면서 같이 나갔다가 사고가 났다. 뉴스를 보고 왔는데 구조가 좀 늦은 게 아닌가 싶다”며 울먹였다.
 
인천해경은 명진15호 선장 A씨(37)와 갑판원 B씨(46)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이날 체포했다. 해경 관계자는 "선창1호 선장은 실종 상태라서 먼저 명진15호 선장 등을 조사하다 긴급체포했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선 두 배 중에서 과실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하게 단정하기 이르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사고 원인을 놓고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해경의 철저한 원인 규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날 추돌한 두 척의 배는 북쪽에서 남서쪽으로 사실상 같은 방향으로 가는 중이었다. 낚싯배인 선창1호는 영흥도 진두항에서 오전 6시쯤 출항해 낚시 이벤트 행사장으로 이동 중이었다. 명진15호(336t)는 이날 오전 4시30분쯤 인천시 중구 월미도에 있는 GS돌핀부두에서 출항, 평택항으로 가던 길이었다.
 
비가 오는 어두운 새벽에 두 배는 영흥도 동남쪽에 있는 암초와 선재도 앞 ‘석섬’ 사이에서 부딪쳤다. 해당 해역은 수심이 깊지만 연안을 잇는 짧은 노선이다 보니 크고 작은 어선들이 자주 다니는 곳이다.
 
이에 해경 관계자는 “암초와 ‘석섬’ 사이는 1마일 정도 된다”며 “수천t의 큰 배들에는 좁을 수 있지만 낚싯배나 명진15호에는 좁은 수로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사고 당일 기상도 출항이 불가능할 정도의 악천후는 아니었다. 오전 6시쯤 사고 해역에는 비가 내리고 뿌연 정도의 안개가 끼었을 뿐 앞이 안 보일 정도는 아니었다고 해경은 전했다.
 
일부는 낚싯배가 사고 지점에 일시 멈춰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선창1호와 함께 해상에 있던 이웃 낚싯배 업체 대표 김모(52)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서로 움직이다 들이받았다면 배가 스쳐가며 긁히고 전복이 되는데 한 배가 정지한 채로 들이받아 배가 찢어진 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배는 바닷물을 끌어올려 엔진을 식히는데 엔진이 막히면 펌프가 안 돌아가기 때문에 엔진 온도가 올라간다. 이 때문에 물이 엔진으로 안 나오는 상황을 확인하려고 (선장이 배 안으로) 들어간 사이에 명진15호가 선창1호를 들이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선창1호의 선주인 K사장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구조된 생존자 등이 ‘선장이 배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들어가 있었다’고 하더라. 배는 서 있는 상태였다고 들었다”고 같은 주장을 했다.
 
반면 해경 관계자는 “두 배 모두 VTS 기록상 정지 상태가 아닌 운항 중인 걸로 나왔고 생존자들도 배가 움직이던 중이라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고 당시 상황을 놓고 의견이 갈리는 가운데 해양 전문가들도 사고 원인을 다각도로 추정했다.
 
공길영 한국해양대 항해학부 교수는 “화면으로 봐서는 낚싯배(선창1호) 좌현 선미와 급유선(명진15호)의 선수가 부딪친 것 같다”며 “두 배 모두 판단 실수를 한 듯하다”고 추정했다.
 
최석윤 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과 교수는 “항해사들의 부주의나 항해 중에 예상치 못했던 특이한 요소가 있을 수 있어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부산=임명수·최모란·여성국·위성욱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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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