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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상자’ 개봉 여부 이번주 결정…대법원장 의향 주목

‘사법부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 확인 방법을 둘러싼 법원 내 갈등이 이번 주에 또 한 차례 고비를 맞게 된다. 블랙리스트 의혹을 재조사 중인 법원 추가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 위원장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 관계자는 3일 “블랙리스트가 저장돼 있다고 의심되는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의 PC에 대한 조사를 할지 말지가 다음 주에 결정된다”고 말했다. 
대법원 청사. [연합뉴스]

대법원 청사. [연합뉴스]

조사위는 지난달 29일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소속 기획심의관 현재 사용 중인 PC의 하드디스크에 대한 복제(이미징)를 마쳤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 직후 보존조치를 명한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과 전직 기획심의관의 PC를 포함해 모두 3대의 하드디스크가 원본과 복제된 형태로 법원행정처 내에 보존돼 있다. 이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내용에 대해 조사가 가능할지 여부, 조사 방법과 시기가 이번 주 중에 판가름난다. 법원행정처의 입법 현안과 예산 및 인사 등에 관한 다양한 자료가 저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3대의 컴퓨터는 '판도라의 상자'라고 불리고 있다.  

 

이 전 상임위원 등 PC 사용자들은 아직 하드디스크 내용을 개봉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만약 이들이 입장을 바꾼다면 사용자들의 입회 아래 내용에 대한 선별적 조사가 가능할 수 있지만 이미 한 차례 조사를 마친 이들이 PC에 대한 물리적 조사에 동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남은 것은 강제 조사를 강행할지 여부다. 강제 조사가 이뤄지면 조사위원들은 3대의 컴퓨터에 들어있는 자료들에 대한 포괄적인 분석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조사위는 ▶PC는 국가의 소유이고 ▶공적인 업무에 사용되던 PC이고 ▶조사 목적 역시 '사법부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 확인이라는 공적인 것이어서 사용자들의 동의 없이도 조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법원 안팎의 눈은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집중돼 있다. 조사위의 강제 조사 여부는 PC를 보관하고 있는 법원행정처가 조사를 허락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이 부분이 쟁점이 됐다. 김소영 법원행정처장은 강제 조사 가능성을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국회 법사위서 밝힌 법원행정처 입장은…
김소영 법원행정처장이 11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소영 법원행정처장이 11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박지원 의원=사법부에서 자체강제수사를 할 때 재판관의 PC를 본인 동의 없이 볼 수 있나?  
 
김소영 법원행정처장 =저희는 동의가 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 의원 = 처장 개인 생각은?  
 
김 처장 = 제 개인 생각은 계속해서 동의를 받을 노력을 해야 될 필요가 있다….
 
박 의원 = 그러니까 동의 안 하면 안 된다?  
 
김 처장 =동의를 받고 보는 것이….
 
지난 9월 11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3차 회의. 4차 회의는 12월 4일에 열린다. [연합뉴스]

지난 9월 11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3차 회의. 4차 회의는 12월 4일에 열린다. [연합뉴스]

4일로 예정돼 있는 마지막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이 문제가 어떻게 다뤄질지도 법원 안팎의 관심사다. 재조사위에 참가하고 있는 법관회의 내 진상조사소위원회(위원장 최한돈 부장) 측은 원래 이날 회의에서 재조사위의 활동 결과를 보고할 계획이었지만 PC에 대한 조사가 지연되면서 보고 대상은 그동안의 활동 경과로 축소된 상태다. 법원행정처 한 내부 인사도 "4일 이전에 조사가 마무리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법관회의 관계자는 “이번 회의에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 안건은 아직 올라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PC에 대한 강제 조사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상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격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법관회의에 참석하는 대표자들 사이에서도 PC 강제 조사에 대해선 찬반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법관회의 멤버인 한 부장 판사는 “조사의 필요성과 방식의 적법성에 대해 판사들도 의견에 격차가 있다. 당사자들이 동의하면 모를까, 동의 없는 강제 조사는 법원 안팎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1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신임법관 임명식에서 신임 법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퇴장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1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신임법관 임명식에서 신임 법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퇴장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 3월 사법행정권 남용에 반발해 시작된 법관대표회의는 4일을 끝으로 김 대법원장이 약속한 상설화를 위한 준비 모드로 전환하게 된다. 법관회의 관계자는 "4일에 특별한 논의를 하지 않더라도 블랙리스트 존부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는 요구는 상설화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간의 법원 내홍의 출발점이 된 이슈가 법관 회의 상설화 이후에도 계속된다는 것은 법관회의 주도층의 심정적 지지에 바탕을 두고 탄생한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 큰 부담될 수 있다. 서울 한 법원의 부장 판사는 “법관회의가 사법부의 공식 의사 결정 기구로 자리매김하는 건 시간이 걸리겠지만, 공식 자문기구의 자격으로 입장을 내는 것 만으로도 그 무게감이 현재의 임시 법관회의와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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