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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서 온 스키 전사, 태극마크 달고 금빛 희망 조준

3일 스웨덴 웨스테르순드에서 열린 바이애슬론 1차 월드컵에서 힘차게 설원을 가르는 티모페이 랍신. 태극마크가 박힌 헤어밴드를 쓴 그는 ’한국 대표로 뛰는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진 대한바이애슬론연맹]

3일 스웨덴 웨스테르순드에서 열린 바이애슬론 1차 월드컵에서 힘차게 설원을 가르는 티모페이 랍신. 태극마크가 박힌 헤어밴드를 쓴 그는 ’한국 대표로 뛰는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진 대한바이애슬론연맹]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로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로고.

두 발에 스키를 신은 건장한 체격의 사나이가 3.5㎏짜리 소총을 등에 둘러메고 설원을 가로질렀다. 흰 피부에 금발머리, 그런데 붉은색 헤어밴드를 쓴 이마엔 태극마크가 선명하다. 새로운 꿈을 펼치기 위해 한국 국적을 선택한 러시아 출신 ‘설원의 전사’ 티모페이 랍신(29·조인커뮤니케이션)이다.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사격을 결합한 바이애슬론은 유럽이 초강세다. 특히 러시아는 구 소련 시절을 포함해 겨울 올림픽 바이애슬론에서만 금메달 21개을 따내며 가장 많은 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 랍신은 지난해까지 러시아 대표로 활약했던 실력파다. 그랬던 그가 지난 3월부터 한국 대표로 뛰고 있다. 2월 말 법무부의 체육 우수인재 특별귀화 심사를 통과해 한국인이 된 그는 올 시즌 첫 월드컵에서 단번에 한국 바이애슬론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랍신은 3일 스웨덴 웨스테르순드에서 열린 국제바이애슬론연맹(IBU) 월드컵 1차 대회 남자 10㎞ 스프린트에서 23분17초5의 기록으로 참가 선수 108명 중 13위에 올랐다. 평창 올림픽에 뛸 톱랭커들이 대부분 출전한 이 대회에서 랍신은 한국 남자 선수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을 냈다. 스프린트에서 쏘는 사격 총 10발(입사 5발·복사 5발)도 모두 맞혔다. 랍신은 “지난 5월 무릎 수술을 해 아직 컨디션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다. 그래도 월드컵에서 뛰는 이 순간을 손꼽아 기다렸다. 앞으로 더 좋아질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러시아 대표 시절 월드컵 대회를 뛴 티모페이 랍신. [사진 IBU]

러시아 대표 시절 월드컵 대회를 뛴 티모페이 랍신. [사진 IBU]

랍신은 ‘시베리아 전사’로 통한다. 그는 1월 평균 기온이 영하 15.7도나 되는 러시아 시베리아 중부 지역의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 태어나 자랐다. 혹한의 시베리아 벌판에서 3세 때부터 자연스럽게 스키를 탔던 그는 18세까지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활약했다. 눈 덮인 길을 오르내리던 중 사격에도 재미를 붙인 그는 19세때 바이애슬론으로 종목을 바꿨다. 스키 실력이 출중했던 그는 바이애슬론으로 전향하자마자 러시아 대표로 선발될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 월드컵 대회에선 통산 6차례 우승했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열린 2014 소치 겨울올림픽엔 정작 대표로 나서지 못했다. 지난해에 그는 러시아 국내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대표로 선발되지 못했다. 지도하는 트레이너에 따라 갈리는 파벌 싸움에 휘말려 대표 선발 과정에서 석연치 않게 탈락한 것이다. 결국 러시아 대표로 더 큰 뜻을 펼치지 못했다.
 
환하게 웃는 한국 바이애슬론 국가대표 티모페이 랍신. [사진 대한바이애슬론연맹]

환하게 웃는 한국 바이애슬론 국가대표 티모페이 랍신. [사진 대한바이애슬론연맹]

 
그 무렵 랍신은 대한바이애슬론연맹의 귀화 제의를 받았다. 대한바이애슬론연맹은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러시아 출신 선수의 귀화를 추진하던 중 랍신을 두 달간 설득했다. 랍신은 “(귀화를 위해) 우크라이나와 협상이 마무리 단계까지 간 상태였다. 그 때 러시아어가 유창한 김종민 연맹 부회장과 만났다. 올림픽을 앞둔 개최국의 열정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파벌 싸움 없이)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인기 겨울스포츠인 바이애슬론 스타가 실력이 아닌 다른 이유로 대표에서 제외된 이후 국적을 바꾼 점은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스타 빅토르 안(안현수)을 연상시킨다. 그는 “안현수가 소치에서 금메달 3개를 따내면서 쇼트트랙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렸듯 나도 바이애슬론의 매력을 한국에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 러시아 방송 다큐멘터리에서 삼겹살을 먹는 모습을 선보인 티모페이 랍신. [사진제공 대한바이애슬론연맹]

한 러시아 방송 다큐멘터리에서 삼겹살을 먹는 모습을 선보인 티모페이 랍신. [사진제공 대한바이애슬론연맹]

한 사찰을 방문해 다도 문화를 배우는 티모페이 랍신(오른쪽). [사진제공 대한바이애슬론연맹]

한 사찰을 방문해 다도 문화를 배우는 티모페이 랍신(오른쪽). [사진제공 대한바이애슬론연맹]

 
한국은 랍신에게 기회의 땅이었다. 그는 동료 한국 선수들과 어울리기 위해 먼저 다가섰다. 한국어 과외도 틈틈이 받았다. 그는 “발음이 이상해선지 주변에선 많이들 웃는다. 그래도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를 자주 쓰려고 노력한다”면서 “올림픽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한국어 공부를 하고, 한국 이름도 짓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보쌈과 삼겹살. 최근 강원도 평창의 오대산 월정사를 방문했다는 그는 “조용한 산사의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마음이 차분해졌다”고 말했다.
 
설원 위의 레이스 뿐만 아니라 사격술도 중요한 바이애슬론은 변수가 많은 종목이다. 세계 1~20위권 선수는 당일 컨디션에 따라 누구나 메달을 딸 수 있다. 랍신도 기회를 놓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랍신은 “평창 올림픽은 각별하다. 내 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주인공이 되고 싶다”며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한국대표로 선수 생활을 지속하면서 지도자로서도 한국 바이애슬론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평창올림픽에서 한국인들에게 바이애슬론의 매력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한 한국 바이애슬론 국가대표 티모페이 랍신. [사진 대한바이애슬론연맹]

평창올림픽에서 한국인들에게 바이애슬론의 매력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한 한국 바이애슬론 국가대표 티모페이 랍신. [사진 대한바이애슬론연맹]

‘한국 바이애슬론의 별’ 티모페이 랍신은 …
●생년월일 : 1988년 2월 3일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 출생)
●체격조건 : 키 1m83cm, 몸무게 73kg
●바이애슬론 시작 : 2008년
●한국 귀화 : 2017년 2월
●취미 : 축구, 테니스 ●좋아하는 한국 음식 : 보쌈
●주요 이력 : 러시아 국가대표(2008~16년)
월드컵 통산 6회 우승
●2017~18 시즌 세계 랭킹 : 26위(3일 현재)
●목표 : 평창올림픽 메달 및 한국에서 바이애슬론 ‘팀 랍신’ 운영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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