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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너구리굴 당구장’…업주·손님 대체로 "바람직"

영화 허슬러(1961년)의 한 장면. [허슬러 캡처]

영화 허슬러(1961년)의 한 장면. [허슬러 캡처]

담배를 입에 문 배우 폴 뉴먼(에디 분)은 상체를 당구대 쪽으로 숙였다. 그의 눈은 손에 쥔 큐대와 공을 향했다.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1970년)·‘스팅’(78년)으로 유명한 폴 뉴먼이 출연한 ‘허슬러’(61년)의 한 장면이다.  
드라마 '마지막승부'(94년)의 OST앨범 재킷(왼쪽 사진)과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년)의 한 장면. [네이버 캡처]

드라마 '마지막승부'(94년)의 OST앨범 재킷(왼쪽 사진)과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년)의 한 장면. [네이버 캡처]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당구 씬에서 주인공은 으레 담배를 물었다. 인기 드라마 ‘마지막 승부’(94년)의 OST 앨범 재킷에는 담배를 문 배우 장동건씨가 큐대를 들고 공을 바라보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제 이런 모습을 현실에선 보기 어렵게 됐다. 3일부터 당구장·스크린골프장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한때 자욱한 담배 연기 때문에 ‘너구리굴’로 불렸던 당구장이 ‘아듀’를 고했다.
3일 오후 2시쯤 찾은 서울 은평구의 한 당구장. 출입구 바로 옆엔 ‘대한민국 당구장에서 담배 연기가 사라집니다’라고 돼 있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330㎡ 규모인 매장 안에는 당구대마다 손님으로 북적였지만, 담배를 피워 문 사람은 없었다. 흡연자들은 한쪽에 마련된 ‘흡연 부스’(9.9㎡)에서 얼른 담배를 피운 뒤 다시 큐대를 잡았다. 당구장 주인 유모(60)씨는 “2년 전에 금연구역이 된다는 얘기가 있어 흡연 부스를 만들었다가 그간 휴게실로 사용해 왔다. 오늘부터 이 공간이 제 역할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금역구역' 지정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은 당구장 출입구 모습. 조한대 기자

'금역구역' 지정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은 당구장 출입구 모습. 조한대 기자

금연구역 시행은 3일부터지만 미리 준비한 경우가 많았다. 지난달에 흡연 부스를 만들었다는 당구장 주인 손영신(56)씨는 “제작업체에는 9월에 신청했는데, 부스를 만들려는 곳이 많아 두 달을 기다렸다”며 “우리 직원들이 직접 부스에서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보여주며 손님들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당구장 주인 김무순(62)씨도 “업주들은 이번 금연구역 지정에 대해 대부분 받아들였고, 손님들도 곧 받아들일 거라 본다”고 말했다.
흡연 부스가 마련된 당구장 모습. 조한대 기자

흡연 부스가 마련된 당구장 모습. 조한대 기자

“공 칠 루트 생각하며 담배를 피우는 게 당구장의 묘미인데, 이제 그럴 수 없다고 하니 아쉽다”(29세 고모씨)는 일부 불만도 있었지만, 당구장 손님들도 대체로 환영했다. 당구를 30년 쳤다는 김병욱(55)씨는 “당구장에 다녀오면 옷에서 담배 냄새가 나 가족들이 싫어했다. 간접흡연 걱정도 없으니 정말 좋다”고 말했다. 흡연자 김모(47)씨도 “학생인 아들을 데려오고 싶었지만 그동안 담배 때문에 그러지 못했는데 이젠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금연구역 지정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은 한 스크린골프장. 조한대 기자

금연구역 지정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은 한 스크린골프장. 조한대 기자

당구장과 함께 이번에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스크린골프장 상황은 비슷하다. 스크린골프장들은 흡연 부스를 미리 마련했거나, 시행에 맞춰 빈 곳을 흡연실로 활용하기도 했다. 손님들도 크게 동요하진 않았다. 직원 김모(25·여)씨는 “손님들이 ‘오늘부터 안 되죠’라며 먼저 물어보는 등 금연 사실을 알고 있더라”며 “흡연 문제로 실랑이는 없었다”고 말했다.
 
스크린골프를 3년 쳤다는 한모(44)씨는 “골프 치다가 상대방 두고 담배 피우러 갈 수 없으니 불편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비흡연자를 보호한다는 정책 취지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3년 전 PC방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됐을 때의 학습효과라는 얘기도 나온다. 당시엔 제도 시행 후 고객들이 막무가내로 담배를 피우거나, 업주들이 이를 방관하는 경우가 많았다. 때론 단속원들과 갈등을 빚는 경우도 있었지만, 흡연 부스를 갖춘 경우가 늘면서 대다수 업소에서 금연 문화가 정착됐다.
 
보건복지부는 3일부터 현장 단속을 하되 2018년 3월 2일까지 계도 기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 기간에는 흡연자를 적발해도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이후부터는 흡연할 경우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업주들은 금연구역 안내 표지판·스티커를 출입구, 계단, 화장실 등에 부착해야 하며, 이를 위반 시 시정 명령이 내려진다.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가 최대 500만원 부과된다.
 
조한대·김준영·하준호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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