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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보이지 않아 증시에 부담될 수도

[증시고수에게 듣는다] 내년에 정점 예상되는 반도체
일러스트=강일구 ilgook@hanmail.net

일러스트=강일구 ilgook@hanmail.net

1994년에 반도체가 처음 호황을 맞았다. PC 보급이 본격화되는 와중에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 판매를 시작한 게 계기였다. 4메가바이트(MB) D램 하나의 가격이 48달러까지 상승했다. 32개월에 걸쳐 호황이 이어졌는데 삼성전자가 국내 기업으로 처음 조 단위의 이익을 낸 것도 이때다. 호황은 1996년에 마무리됐다. 공급과잉이 현실화되자 반도체 가격이 1달러까지 하락했다. 2년 사이에 제품 가격이 98%나 떨어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 영향으로 반도체 부문의 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2000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정보기술(IT) 버블 붕괴에도 불구하고 40만원까지 올랐던 삼성전자 주가가 4개월 만에 12만원까지 떨어졌다. 석 달 사이에 60% 넘게 하락한 것이다. 미국에서 반도체는 진폭이 큰 사이클 산업이므로 가장 좋은 상태인 지금 주식을 내다 팔아야 한다는 보고서가 나온 게 계기였다. 이익도 많이 줄었는데 2000년 3분기에서 4분기 사이에 이익이 25%나 감소했다.
 
이번이 세 번째다. 반도체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서버 수요증가에서 4차 산업으로 인한 신규 수요까지 다양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이 과점 체제로 바뀌어 업황이 꺾이더라도 제품 가격이 과거처럼 급락하지 않을 거란 기대도 주가 상승에 한몫을 하고 있다.
 
올해는 반도체에 의해 모든 게 만들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적으로 보면 8월까지 반도체 투자가 126.9% 증가해 전체 설비투자 증가의 77.2%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제조업 생산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10.7%로 늘면서 과거 호황기 평균인 4.7%보다 배 이상 높아졌다. 대외 거래에서도 반도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9월까지 반도체 수출액이 지난해보다 56.2% 늘었는데, 물량 증가율도 25.6%에 달해 수출 증가가 가격 상승만에 의한 게 아님을 보여줬다.
 
삼성전자·하이닉스 영업이익 전체의 32%
똑같은 상황이 주식시장에서도 벌어졌다. 올해 3분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2%로 높아졌다. 반도체를 포함한 IT 업종의 시가총액이 시장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1.3%를 기록하고 있다. 반도체와 휴대전화 호황이 겹쳤던 2004년 1분기 31.7% 이후 최고치다. 2017년 초부터 11월 말까지 종합주가지수 상승분 중에서 삼성전자가 기여했던 부분이 32.4%, SK하이닉스는 8.3%로 전체의 40.7%에 해당했다. 시장 전체가 반도체에 의해 만들어지고 유지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가 문제다. 반도체는 기복이 심한 업종이다. 기술 혁신이 빨라 지속적인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가 필요하다. 과소-과잉 생산이 반복돼 가격 변동도 크다. 수요가 많을 때에는 가격이 급등하지만 반대로 공급이 더 많으면 가격이 빠르게 하락한다. 생산업자가 줄어들어서 과거처럼 가격 변동이 크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기복이 심한 산업이란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이런 우려를 반영해 최근에 주가가 하락했다. 외국 증권사에서 반도체 경기 정점이 멀지 않았으니 보유를 줄이라고 권유한 게 원인이었다. 2020년까지 반도체 호황을 예상하고 있는 우리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내년에 반도체 경기가 꺾인다 해도 지금 당장 주가가 떨어지는 건 아니다. 시장이 좋기 때문인데, 선진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여서 반도체 주가 하락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보다 반도체 경기 정점에 대한 우려가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는 게 부담스럽다. 한 달 반전에도 지금과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다른 외국계 증권사에서 반도체 경기 정점에 대한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하락 폭이 이번처럼 크지 않았다.
 
조선·화학 등 중후장대 산업도 기대 어려워
만일 반도체 경기가 꺾이고 이로 인해 IT 산업 전반이 약해질 경우 시장은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도체를 대체할 만한 업종이 없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둘을 생각할 수 있는데, 하나는 새로운 성장 산업이고 다른 하나는 조선·화학 등 전통적 산업이다.
 
새로운 산업은 반도체와 IT의 대안이 되기 힘들다. 생각할 수 있는 대상이 제약을 포함한 바이오와 4차 산업혁명 관련 업종들인데 규모가 IT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시장에서 생각하는 만큼 성장성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4차 산업혁명이란 개념 자체가 2차 산업혁명처럼 세상에 없는 것을 창조해 내는 게 아니라 현재 존재하는 것을 잘 결합해 효율을 높이는 과정이므로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또 현재 4차 산업혁명으로 얘기되는 것들이 체계적으로 분류돼기보다 투자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테마들을 잡다하게 모아 놓은 형태여서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지 모르겠다.
 
따라서 현실적인 대안은 중후장대형 산업이 될 수밖에 없는데, 이들은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와 맞지 않는다. 한마디로 과거 산업이라는 얘기다. 경제 발전 단계상 2000년대 중반에 기록했던 수익성을 넘기 힘들며 이익이 늘어난다고 해봐야 순환적인 회복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반도체 호황은 앞선 두 번에 비해 강도가 약하다. 호황의 동력이 뭔지 알기 힘들 정도다. 그만큼 힘이 약하다는 의미가 되는데 지속 기간은 이미 28개월에 달한다. 그동안 반도체 호황이 3년 이상 지속된 적이 없었다. 시간상으로는 충분히 한계에 도달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는 의미다. 내년에 반도체 산업이 정점을 지날 걸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을 끌고 가는 선도 산업의 부진은 만만치 않은 영향을 남길 것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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