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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늙어서 죽으면 다 호상이야?"

현예슬의 만만한 리뷰(18)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추창민 감독 작품
강풀 작가의 원작과 싱크로율 100%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대 부를 러브스토리
겨울이면 생각나는 따뜻한 영화

지난주 열렸던 제38회 청룡영화제를 보셨나요? 저는 여러 영화제를 잘 챙겨보는 편인데요. 지난 1년 동안 어떤 영화가 있었는지 또는 내가 본 영화 중 어떤 영화들이 후보에 올랐는지 되돌아보는 한편, 어떤 배우가 상 받을지 유추해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죠. 
 
영화제 중반쯤 지나서였나요? 차태현 배우가 나와 올해 우리 곁을 떠난 배우들을 기리는 자리가 있었는데요. 그분들 중에서 오늘 영화에 출연하셨던 배우가 있습니다. 바로 송 씨(송이뿐) 역을 맡은 고 윤소정 배우죠. 김만석 역의 이순재 배우와 함께 노년의 달달한 사랑을 보여주셨습니다. 오늘은 눈이 내리기 시작할 때쯤이면 생각나는 따뜻한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입니다. 
 
까칠한데다 입에 욕을 달고 사는 할아버지 만석(이순재 분)과 폐지를 주우며 홀로 살아가는 할머니 송 씨(윤소정 분).

까칠한데다 입에 욕을 달고 사는 할아버지 만석(이순재 분)과 폐지를 주우며 홀로 살아가는 할머니 송 씨(윤소정 분).

 
이 영화에서는 노년의 두 커플이 등장합니다. 한 커플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고, 다른 커플은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해온 커플이지요.
 
먼저 이제 막 시작하는 귀여운(!) 커플입니다. 귀가 좋지 않아 보청기를 끼지 않으면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고 입에 욕을 달고 사는 까칠한 할아버지 만석(이순재 분)은 새벽에 우유배달을 합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배달하던 그는 어느 날 폐지를 주우며 생활하는 할머니 송 씨(윤소정 분)를 만나게 되죠. 새벽에 오가다 가끔 마주치니 얼굴은 알았지만 직접 말을 걸게 된 건 작은 돌멩이 때문이었죠. 배달을 가던 만석이 오토바이로 작은 돌멩이를 밟았는데, 그게 튀면서 송 씨의 머리를 때렸거든요. 그 때문에 수레를 잡고 있던 송 씨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언덕에서 넘어지게 됩니다. 그렇게 그들의 첫 만남이 시작되었죠. 
 
아내 바보인 남편 군봉(송재호 분)과 치매에 걸린 아내 순이(김수미 분).

아내 바보인 남편 군봉(송재호 분)과 치매에 걸린 아내 순이(김수미 분).

 
여기 또 다른 커플이 있습니다. 서로에게 오랜 친구이자 연인으로, 부부로, 동반자로 살아온 오래된 커플이죠. 하지만 아내가 치매에 걸린 이후로 이들의 삶은 그리 유쾌하지 못합니다. 그래도 남편 군봉(송재호 분)은 아내 순이(김수미 분)를 지극 정성으로 챙깁니다. 사람을 인지하지 못하고 심지어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는 치매 환자를 돌보는 일이란 가족이라도 쉽지 않잖아요. 군봉은 주차장 관리를 하며 생계를 이어 나갑니다. 순이는 그가 없는 동안 집에만 있어야 하는데요. 그녀가 자신이 없는 동안 길을 잃고 헤맬까 봐 군봉이 출근하면서 대문을 잠그고 나가기 때문이죠. 그녀에게 세상은 집과 한쪽 벽면에 그녀가 그린 그림, 그리고 군봉이 퇴근해 돌아와 해 주는 이야기가 전부입니다.
 
영화는 만석과 이뿐의 귀엽고 풋풋한 사랑 이야기와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해온 군봉과 순이의 감동적인 러브스토리를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보여줍니다. 노인들의 사랑이라고 하면 거부감을 갖는 관객들이라도 이 영화는 부담 없이 볼 수 있을듯합니다. 만석의 구수한 욕설과 더불어 연애 초보자로 이뿐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장면에서는 미소가 터져 나옵니다. 또한 군봉과 순이의 이야기에서는 그들의 사랑 이야기 뿐만 아니라 자식들을 키워 출가시킨 뒤 남은 부모의 이야기를 보여주며 자식들은 모르는 부모의 마음을 엿볼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비록 그때뿐일지라도)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하죠. 
 
만석(이순재 분)이 이뿐(윤소정 분)의 생일을 축하하며 사랑고백 하는 장면.

만석(이순재 분)이 이뿐(윤소정 분)의 생일을 축하하며 사랑고백 하는 장면.

 
이런 영화를 더 돋보이게 하는 것은 바로 영화 속 명대사입니다. 군봉과 순이 부부가 지난날을 회상하며, "그렇게 우리는 말만으로 자주 찾아 봬야 하는 사람이 됐다. 우리는 다시 부부다. 가족이었는데…."라고 말하는 장면과 만석이 장례식장에서 조문객들이 '호상'이라 하는 말에, "세상에 잘 죽은 게 어딨어. 늙어서 죽으면 다 호상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은 무릎을 탁 치게 하죠. 그 밖에도 많은 대사가 보는 이의 마음에 와 닿습니다.
 
이 작품은 <순정만화>로 유명세를 탄(이 웹툰 역시 영화화되었죠) 강풀 작가가 2007년 4월부터 한 포털사이트에 동명 이름의 웹툰으로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작가는 처음 이 웹툰을 기획할 때만 해도 노인들이 주인공인 이 만화를 과연 사람들이 좋아할지 의구심이 들었다고 했는데요. 젊은 사람을 그려도 반응을 얻기 힘들었던 만화 시장에서 보면 일종의 모험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원작인 강풀 작가의 <그대를 사랑합니다> 웹툰. 만석이 이뿐의 생일을 축하하고 있다.

원작인 강풀 작가의 <그대를 사랑합니다> 웹툰. 만석이 이뿐의 생일을 축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이 무색하게 연재 당시 방문자가 1000만 명이 넘어서는 등의 놀라운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후 2008년 4월 초연한 동명의 연극 역시 평균 98%의 객석 점유율과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10만 명에 달하는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2010년, 많은 사람의 기대 속에 원작과 싱크로율 100%라는 이순재, 윤소정, 송재호, 김수미 배우를 주연으로 영화로 만들어졌고, 2017년 10월 기준 누적 관객 수 164만 5126명(영화진흥위원회)을 기록했습니다.   
 
저는 처음에 이 작품을 웹툰으로 접했고, 그다음엔 영화, 연극으로 보게 되었는데요. 특히 연극은 엄마와 함께 봤었죠. 둘 다 눈물을 펑펑 쏟고 빨개진 눈으로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납니다. 웹툰으로 봤던 첫 감동을 잊지 못하지만, 영화나 연극도 그에 못지않게 깊은 감동을 줄 만한 따뜻한 작품입니다. 부모 세대에서도 자식 세대에서도 많은 공감과 반성(!)을 불러 일으킬만한 작품이니 올 연말 부모님 또는 자식들과 함께 보시면 좋겠습니다. (드라마까지 제작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드라마는 제가 보지 못해 건너뛰겠습니다)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 스틸컷. [사진 playDB]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 스틸컷. [사진 playDB]

 
이 영화의 감독은 <광해, 왕이 된 남자>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추창민 감독입니다. 2000년 단편영화 <사월의 끝>으로 데뷔한 추 감독은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 감독이자 각본, 편집을 맡으면서 '원작의 디테일을 영화에 그대로 옮겨놨다', '인물들의 감정선을 잘 이끌어냈다'라는 평을 얻기도 했습니다. 현재 정유정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 <7년의 밤>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에 감독을 맡아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요. 이번엔 소설 속 인물들을 어떻게 입체화시켰는지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만만한 리뷰 마지막엔 항상 영화의 예고편을 보여드렸는데요. 이번에는 영화의 감동을 북돋워 준 영화 OST를 준비했습니다. 바로 루시드폴의 '우리 아름다운 시간은'이라는 곡인데요. 이 곡은 루시드 폴이 영화를 보고 가사를 직접 썼다고 합니다. 곡의 가사에 집중하시면서 영화의 감동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포스터.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포스터.

원작: 강풀 <그대를 사랑합니다>
감독: 추창민
각본: 추창민, 이만희, 김상수
출연: 이순재, 윤소정, 송재호, 김수미
촬영: 최윤만
음악: 강민국
장르: 드라마
상영시간: 118분
등급: 15세이상관람가
개봉일: 2011년 2월 17일
  
현예슬 멀티미디어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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