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더 골프숍] 소리로 골퍼를 홀려라, 드라이버 헤드의 비밀

골프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무엇일까. 공이 홀속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아닐까. 이 소리는 서양과 동양이 다르다. 서양에서는 플라스틱 컵을 쓴다. 공이 ‘딸그락’ 하고 떨어진다. 동양에서는 금속 컵을 쓴다. ‘땡그랑’ 소리가 난다. 코스 설계가인 송호 씨는 “컵은 원래 흙을 구운 도기를 쓰다 플라스틱이 나온 후 이를 이용했는데 일본에서 내구성이 좋고 소리가 경쾌한 스테인리스로 바꾸면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로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한·일 골퍼 특히 맑은 음 좋아해
깡통 소리 드라이버 강한 거부감

악기 업체 야마하 타구음에 집중
헤드 속에 악기 울림통 장치 설치
강한 저음서 맑은 고음까지 조절

드라이버의 타구음도 동양과 서양 사이에 차이가 난다. 전반적으로 서양 업체 드라이버는 둔탁한 음이 나는 반면, 일본 업체 드라이버는 금속성 소리가 강하다. 한국 골퍼들은 맑은소리를 좋아한다. 뭉툭한 소리를 내는 용품에 거부감을 느낀다. 얼리 어답터인 최경주는 2006년 출시된 나이키의 사각 드라이버를 사용해 화제가 됐다. 타이거 우즈와 잭 니클라우스 주최 대회를 석권하며 세계 랭킹 톱 10에 들었다. 타구음이 특이했다. AP통신은 ‘최경주는 빈 콜라 캔을 때리는 소리가 나는 드라이버를 사용했다’고 전했다. 어니 엘스는 “빈 참치 캔에 샤프트를 달아놓은 듯한 소리가 났다”고 했다.
 
골프헤드 소리

골프헤드 소리

이 소리에 대한 미국 골퍼들의 저항이 크지 않았다. 반면 한국에서는 난리가 났다. 연습장에는 ‘불쾌한 소리에 항의가 많아 나이키 사각 드라이버는 1층에서 칠 수 없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기도 했다. 최경주가 이 드라이버의 대표선수였지만 한국 아마추어 골퍼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역시 둔탁한 소리가 난 캘러웨이의 ERC 드라이버도 미국에서 히트를 했으나 한국에선 잘 안 팔렸다.
 
서양 골프용품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타구음을 중시하지 않는다. 반면 일본 업체들은 소리에 신경을 많이 쓴다. 던롭의 젝시오 등이 음향을 포함한 감성 마케팅으로 여성 골퍼들 마음을 사로잡았다. 국내 용품 업계에는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소리에 민감하고, 한국 골퍼는 일본 골퍼보다 소리를 중시한다”는 말도 있다.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에 따르면 1950년대 한국의 사찰을 돌며 범종 소리를 녹음한 미군 라디오 방송은 “서양종은 귀에 들리고, 한국 종은 가슴 깊은 곳에 울린다”고 했다.
 
골프 용품사 중 소리를 가장 잘 아는 회사는 야마하다. 로고부터 그렇다. 소리굽쇠 세 개를 삼각형으로 배열한 디자인이다. 창업자 야마하 도라쿠스는 의료기기를 취급하다가, 우연히 풍금을 고쳐달라는 부탁을 받고 악기에 매료돼 오르간 수리소를 차렸다. 130년 전인 1887년 얘기다. 지금은 세계 최대의 악기 제조업체다.
 
야마하는 골프 산업에 뛰어들어 여러 차례 혁신을 이뤘다. 카본 헤드 드라이버(1982년)와 티타늄 헤드 드라이버(1991년)를 처음 만들었다. 드라이버와 우드의 헤드 크기를 키운 선구자이기도 하다. 2013년부터는 소리에 집중하고 있다. 클럽 헤드 속 공간을 악기 울림통으로 여기는 듯하다. 최근 나온 이 회사 드라이버 헤드 속엔 칸막이 같은 판이 있다. 임팩트 때 페이스 내부에서 공명하는 소리를 정리해주는 사운드 리브다. 야마하는 “반무향실(半無響室) 실험을 통해 사운드 리브를 최적의 위치에 배치했다. 무게중심을 낮춰 거리를 더 나가게 해줄뿐더러 3천Hz 이상의 고주파 음향을 내 소리가 풍부하고 깊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 황성현 대표는 “중상급자용은 상대적으로 강한 저음을 내게 만들었고, 일반 골퍼용은 맑은 고음을 내 멀리 날아간 듯한 인상을 주게 했다”고 설명했다. 소리로 골퍼들의 마음을 휘어잡겠다는 것이다.
 
야마하 골프의 제품 철학은 특이하다. 최상급자인 프로를 위한 제품과 아마추어를 위한 제품은 다르다는 기조다. 아마추어가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그렇다 보니 야마하 모자를 쓰고 다니는 선수는 거의 없다. 이런 기조는 때론 단점이 된다. 사람들은 유명 스타들이 쓰는 제품을 따라 쓰는 경향이 있다. 아마추어 골퍼는 프로가 쓰는 용품을 본다. 그런데도 야마하는 프로가 아니라 아마추어에 눈높이를 맞춘다. 소리로 아마추어의 마음을 잡겠다는 거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