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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판 썰매 쿨러닝, 히말라야 찍고 평창으로 질주

내년 2월 평창 올림픽에 출전하는 시바 케샤반. 인도의 ‘루지 왕자’로 불리는 그는 ’따뜻한 한국인들과의 교감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사진 케샤반 페이스북]

내년 2월 평창 올림픽에 출전하는 시바 케샤반. 인도의 ‘루지 왕자’로 불리는 그는 ’따뜻한 한국인들과의 교감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사진 케샤반 페이스북]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로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로고

‘인도에서 가장 빠른 남자(the fastest man in India)’. 그의 티셔츠에 적힌 문구다. 그는 고향인 히말라야 산맥 언저리를 신나게 달리면서 루지 선수의 꿈을 키웠다. 그의 이름은 시바 케샤반(36). 그는 이제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도 힘찬 질주를 기대하고 있다.
 
케샤반은 최근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그는 지난 19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열린 국제루지연맹(FIL) 네이션컵 남자 싱글에서 출전 선수 57명 중 23위에 올라,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포인트를 확보했다. 1998년 나가노 대회 이후 6회 연속 겨울올림픽에 출전하게 된 케샤반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과(평창올림픽 참가)를 전할 수 있게 돼 흥분된다. 모두 고맙다!”고 적었다.
 
케샤반은 비단 루지뿐 아니라 인도 겨울스포츠를 대표하는 스타다. 인도는 1964년 인스브루크 대회부터 겨울올림픽에 출전했는데, 케샤반은 역대 최다 출전 기록을 갖고 있다. 루지 아시아컵에선 한국·일본 등 아시아 썰매 강국 선수들을 제치고 세 차례 정상에 올랐다. 기록만 본다면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고 수준의 루지 선수이지만, 그 이면에는 흥미롭고 의미 있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케샤반은 1981년 인도 북서부 산악지대에 있는 마날리에서 인도인 아버지와 이탈리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해발 1900m에 위치한 마날리는 인도 및 서구 부유층 별장지로 유명하며 ‘인도의 스위스’로 불린다. 히말라야 산맥이 감싸 안은 동네에서 자란 케샤반은 우연히 본 영화 한 편에 매료됐다. 1988 캘거리 겨울올림픽 당시 자메이카 선수들의 봅슬레이 도전기를 그린 영화 ‘쿨러닝’이다. 케샤반은 “그 영화를 보고 나도 저렇게 해보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인도 마날리의 아스팔트 도로에서 썰매를 타는 케샤반. 얼음 트랙이 없어서 터득한 훈련법이다. [IOC 채널 캡처]

인도 마날리의 아스팔트 도로에서 썰매를 타는 케샤반. 얼음 트랙이 없어서 터득한 훈련법이다. [IOC 채널 캡처]

간절히 바라면 이뤄지는 것일까. 케샤반에게 운명처럼 기회가 왔다. 15살 때 마을 인근에서 루지 트레이닝 캠프가 열렸다. 캠프에 참가한 그는 재능을 보였고, 정규 루지 경기장이 있는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훈련할 기회를 얻었다. 케샤반은 루지를 처음 탄 순간 선수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케샤반은 “세상엔 많은 일이 우연히 일어난다. 히말라야 부근에서 태어나서 겨울스포츠를 자연스럽게 접했던 게 내겐 운명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케샤반은 17살이던 19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에 출전했다. 첫 출전에서 참가 선수 34명 중 28위를 했다. 이후 올림픽 등 국제 대회 출전이 거듭되면서 고민이 커졌다. 제대로 된 트랙도 없는 나라에서 저대로 훈련하지 못하는 데 따른 고민이었다. 인도루지협회는 이름뿐이었다. 아무런 지원도 받을 수 없었다. 결국 스스로 해결해 나갔다. 얼음 트랙 대신 길바닥에서 훈련했다. 고향에 있는 길이 2500m의 아스팔트 도로가 그의 훈련장이었다. 경사와 커브가 급하고 폭까지 좁아 루지 트랙과 비슷한 게 오히려 다행이었다.
 
명상을 하는 케샤반의 모습. [사진 케샤반 페이스북]

명상을 하는 케샤반의 모습. [사진 케샤반 페이스북]

케샤반의 아스팔트 길 훈련 모습은 2014 소치 겨울올림픽 직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채널을 통해 공개돼 화제가 됐다. 운행 중인 차 사이로, 소와 말을 피해 감각적으로 경사로를 내려갔다. 그는 “나무썰매 바닥에 바퀴를 달았다. 이리저리 피해 다니다 보니 스피드나 밸런스 유지에 도움이 됐다”며 “인도인들에게 루지를 알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케샤반은 올림픽이 다가오면 기금을 모아 출전비를 충당한다. 소치올림픽을 앞두고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출전비 모금을 호소했다. 이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운동하지만, 인도를 대표한다는 자부심 만큼은 강하다. 2002년 어머니의 조국인 이탈리아에서 국가대표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다. 그는 소치올림픽에 인도 대표가 아닌 독립선수로 출전했다. 인도올림픽위원회가 IOC로부터 제재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때도 그는 “인도 국민을 대표한다는 각오로 출전했다. 전 세계 인도인들의 성원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열린 평창올림픽 테스트이벤트 루지 월드컵 당시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를 찾았던 케샤반. 평창=김지한 기자

지난 2월 열린 평창올림픽 테스트이벤트 루지 월드컵 당시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를 찾았던 케샤반. 평창=김지한 기자

여섯 번째 올림픽인 평창 올림픽에선 사정이 많이 나아졌다. 우선 스태프가 생겼다. 미국 대표팀을 지도했던 던컨 케네디 코치와 함께하고 있다. 스폰서도 생겼다. 인도의 한 전자업체가 그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2월 테스트이벤트 참가를 위해 방한했던 케샤반은 당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의 질주가 기대된다”며 “평창에선 본선 15등 안에 들어 꼭 결선에 진출해 인도인의 저력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인도의 ‘루지 왕자’ 시바 케샤반
시바 케샤반

시바 케샤반

● 생년월일 : 1981년 3월 25일(인도 마날리)
● 체격조건 : 1m83㎝, 87㎏
● 루지 시작 : 15세
● 올림픽 출전 : 6회(1998~2018년)
● 주요 성적 : 2011·12·16년 루지 아시아컵 우승
● 네이션컵 랭킹 : 62명 중 26위(28일 현재)
● 평창올림픽 목표 : 결선 진출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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