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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인터뷰]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

한.미 관계와 북.미 관계가 가장 민감한 시기에 부임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는 한국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장기인 드럼 연주로 부드러운 인상을 주려고도 한다. 여러 모임에서 연설도 잦고 발언도 비교적 솔직하다. 그래서 비판도 받는다. 부임 100일이 될 때 하자던 인터뷰 약속이 늦어져 지난주에 그를 만났다.



"김정일 위원장도 카다피처럼 툭 털고 나왔으면 … "
만난 사람 =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러시아 주재 대사에서 한국 주재 대사로 발령받았을 때 좌천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까.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左)를 김영희 본사 대기자가 22일 서울 광화문 앞 미 대사관에서 만났다.신동연 기자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오히려 아주 설레는 기분으로 한국으로 왔습니다. 나는 도전을 즐기는 성격이라 북핵 같은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흥미가 많았어요. 또 4년간 러시아대사직을 마친 뒤라 아시아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선뜻 주한 대사직을 맡았습니다."



-세계 외교무대에서 버시바우 대사는 사회주의 국가들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전환하는 '체제 전환의 전문가(transformation expert)'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북한과 관련해 모종의 중요한 사명을 띠고 온 게 아닌가 하는 추측도 있었는데요.



"1990년대 동유럽.나토.러시아 등의 변화에 제가 일조한 건 사실입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도 그 점을 눈여겨보고 저를 주한 대사에 임명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전환 전문가라는 제 전문성을 살려 임기 중에 미.북 관계를 개선하고 싶습니다. 지금처럼 두 나라가 대립과 반목하는 게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진정한 변화를 말입니다. 나는 6자회담 외에도 별도 채널로 양국 관계를 개선하게 되길 바라고 있어요."



-버시바우 대사가 지난해 12월 관훈토론회에서 북한을 '범죄 정권'이라고 불러 파문이 일어났습니다. 대사의 발언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두 가지를 문제 삼았어요. 첫째는 대사의 일차적 임무는 한.미 관계를 유지하고 개선하는 것인데 왜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했느냐는 것이었고, 둘째는 대사의 발언이 북한에 6자회담 불참의 핑계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내 발언의 진의가 다소 왜곡 보도된 것은 유감입니다. 당시 내가 전달하려던 핵심 메시지는 평양의 불법 활동이 아니라 북한이 지난해 합의한 9.19 공동성명에 따라 6자회담에 복귀할 경우 북.미 관계 개선은 물론 한반도의 정전 상태를 청산하고 동북아에 진정한 평화질서를 정착할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좌우간 그 일을 계기로 앞으로 북한 정권에 대한 성격 규정은 학계나 언론계에 맡겨놓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북한의 위폐 문제가 가장 급한데 평양이 위폐 제조를 시인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할 것이란 신호가 오고 있습니까.



"북한이 몇 주 전부터 조금씩 변화된 신호를 보내는 것은 사실입니다. 평양은 최근 위폐가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건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점이죠. 물론 북한은 아직도 위폐 제조에 국가가 개입했다는 점은 부인하고 있어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북한이 '다시는 위폐를 만들지 않겠다'는 걸 행동으로 입증하는 겁니다."



-북한의 최고위급 인사가 위폐 제조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미국이 위폐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간주할 겁니까.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김정일 위원장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를 본받아 리비아 모델을 따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북한이 리비아처럼 핵이나 위폐 등 모든 문제를 툭 터놓고 공개한 뒤 핵 물질과 관련 시설 일체를 폐기하고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북한이 그렇게 나올 가능성은 희박해 보여요. 북한의 누가 어떤 말을 할 것인가에 대해 미국은 비현실적 기대는 갖고 있지 않아요. 북한은 위폐를 다시는 찍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보다 재발 방지를 위한 뭔가 확실한 증거를 보여야 해요. 미국이 말보다 행동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다음달 7일 이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의 워싱턴 방문을 계기로 위폐 문제와 6자회담 재개의 물꼬가 트일까요.



"북한이 마침내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여 불법활동 문제를 논의하기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이근 국장의 방미는 미국이 지난해 11월 북측에 위폐 문제를 브리핑해 줄 수 있다고 제안한 데 따른 것입니다. 그의 미국 방문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조그만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최근 국제사회의 주 관심사는 이란 핵문제입니다. 이 때문에 북한 핵문제는 뒷전으로 밀리는 양상입니다. 이렇게 시간을 끌면 북한이 핵무기를 제조.보유하는 '파키스탄 모델'로 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요즘 그런 얘기를 자주 듣고 있어요. 그러나 워싱턴의 정책 결정자들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어요. 미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겁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북한의 핵 보유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6자회담이 3월에는 재개될까요.



"뭐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지금으로서는 6자회담이 하루빨리 재개되기를 기대할 뿐입니다. 왜냐하면, 북한이 아직도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거든요."



-한국의 반미감정이 러시아와 미국서 듣던 것보다 강합니까 약합니까.



"한국의 민족주의와 반미감정을 혼동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잘못된 것이라고 봐요. 한국의 젊은이들이 세계 10대 무역대국인 한국의 국제적 위상에 강한 민족적 자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따라서 그런 민족적 자부심은 반미주의가 아니라고 봅니다. 그 둘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어요. 또 미국 대사관 밖에서 가끔 반미시위가 벌어지는데 그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봐요. 아무리 동맹국이라고 해도 두 나라의 정책과 견해가 100% 일치할 수는 없죠. 과민반응을 할 필요는 없어요."



-한국에서는 최근 문제가 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 미국이 주한미군을 중국.대만 위기상황에 투입할지도 모른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이 경우 한국은 본의 아니게 동북아 위기에 휘말릴 소지가 있죠. 이 때문에 '노무현 독트린'이 발표되기도 했고요.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전략적 유연성을 실천할 수 있을까요.



"전략적 유연성의 핵심은 두 나라가 운영의 묘를 살려 주한미군을 탄력적으로 운영하자는 겁니다. 예를 들어 91년 걸프전 당시 미군의 사막의 폭풍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주한미군 일부가 이라크에 파견됐어요. 물론 한.미 양국이 합의한 거죠. 그러나 만일 한반도에 비상상황이 발생했다면 다른 지역에 배치된 미군이 달려왔을 겁니다. 1월 19일 한.미 양국이 합의한 발표문에도 이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어떤 경우든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 의지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어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시한이 너무 촉박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늦어도 내년 3월까지는 타결하겠다고 했는데 가능하겠습니까.



"3월이 좀 욕심을 낸 시한인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시한을 정하는 편이 FTA를 타결하는 데 유리합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마감시한을 정해놔야 양쪽 협상자들이 지엽말단적인 사안에 매달리지 않고 핵심 사안에 집중할 수 있거든요. 특히 2007년 7월 1일이면 미국 의회가 행정부에 부여한 신속협상권이 만료되기 때문에 한.미 FTA는 가급적 빨리 타결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를 놓치면 신속협상권이 언제 또 부여될지 아무도 몰라요. 미국은 '실패는 생각할 수 없다(failure is not an option)'를 모토로 삼아 최선을 다할 방침입니다."



-한국이 FTA에서 쌀 같은 민감한 항목을 제외하려 할 경우 미국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농업 분야는 한국에도 중요하지만 미국에도 매우 중요한 분야입니다. 미국의 기본 입장은 이왕 FTA를 체결하려면 특정한 몇몇 분야만 자유무역을 할 게 아니라 모든 분야를 포함해 말 그대로 포괄적인 FTA를 맺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개방 분야나 이슈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요. 실무 협상보다 제 발언이 앞서 나가면 안 되니까요."



-한.미 FTA가 체결될 경우 개성공단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한국산으로 분류됩니까, 아니면 북한산으로 분류됩니까.



"미국은 기본적으로 개성공단 프로젝트를 지지합니다. 개성공단은 북한에 시장경제를 소개하고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FTA 협상 대상은 미국산과 한국산 제품에 한정돼야 한다고 봅니다. 이 문제 역시 실무 협상 과정에서 명확해질 것이라고 봅니다."



-한국이 언제쯤 미국의 비자 면제 국가에 포함될까요.



"부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경주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열고 비자 면제 계획표를 만들자고 했습니다. 라이스 국무장관도 최근 한국의 비자 면제를 지지하고 나섰고요. 다만 세부적으로 여러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규정에 따르면 2년간 비자 거부율이 3% 이하여야 하는데 2006 회계연도가 9월에 끝나니 2년 연속 이 조건이 충족되려면 최소한 2007년 9월이 돼야 합니다. 그건 한국이 일러도 2007년 말이 돼야 비자 면제국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여기에 한국이 생체정보와 함께 위조가 어려운 첨단 여권도 만들어야 합니다. 인내심을 갖고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합법적인 한국 여행자들이 미국 비자를 많이 신청해 거부율을 낮춰 주는 것도 도움이 되겠죠."



-서울 외교가에서 대사는 '드럼 치는 대사'로 유명합니다. 드럼 연주가 대사직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됩니까.



"미국 대사로서의 하루 스케줄은 공적인 회의와 모임으로 꽉 차 있습니다.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드럼을 두드리고 있노라면 시름을 잊고 스트레스가 풀립니다. 또 미국 대사가 드럼을 치면 한국인들이 미국을 좀 더 '문화적인' 눈으로 보는 플러스 효과도 있겠죠. 지금까지 10차례 이상 공연을 했는데, 솔직히 말해 아직까지 솔로 공연은 조금 부담스럽습니다."



만난 사람 =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정리=최원기.최지영 기자<choiji@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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