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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속으로] 북한에 협상 하겠다는 신호 계속 보내야…트럼프와 견해 달라 대북특사 기대 안 해

김영희 대기자 - 아인혼 전 미 군축담당 특보 대담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군축담당 특보가 중앙일보 본사 7층 회의실에서 김영희 대기자와 북한 핵·미사일 실험에 대응한 정책 방향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 진전을 막을 수 있는 ‘잠정 동결’합의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인섭 기자]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군축담당 특보가 중앙일보 본사 7층 회의실에서 김영희 대기자와 북한 핵·미사일 실험에 대응한 정책 방향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 진전을 막을 수 있는 ‘잠정 동결’합의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인섭 기자]

북한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 핵ㆍ미사일 실험에 대응한 정책이 다시 강경 흐름을 타고 있다.
 
현실론적 협상가로 꼽히는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군축담당 특보는 한국과 미국이 우선 북한과의 핵ㆍ미사일 프로그램 ‘잠정동결(Interim Freeze)’합의를 목표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주 국회에서 열린 ‘북핵 위협에 대한 미국의 시각’ 간담회 참석차 방한한 그와 중앙일보 김영희 대기자가 북한 핵ㆍ미사일 위기와 그에 대한 해결방안에 대해 대담했다.
 
김=10년 후 오늘의 동북아시아 안보 환경을 예견한다면.
아인혼=북한에 대한 봉쇄정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억제가 강화되고 한ㆍ미 안보 협력이 공고해지는 방식으로 안정이 유지될 것이다. 더 나은 선택이 있다. 북한이 장기적이고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하면서 핵ㆍ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하는 일종의 협정이다. 강한 한ㆍ미 안보 협력을 다지면서도 더 현실적인 억제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가능한 방법을 검토해봐야 한다.    
 
김=트럼프 대통령 방한 당시 국회 연설은 평양에 대한 공격적인 수사를 사용하지 않은 점에서 놀라웠다. 북한을 완전 파괴할 것이라고 위협하지 않았다. 김정은을 로켓맨이라고 부르지도 않았다. 트럼프답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인혼=대중 연설에서 좀 더 정제된 용어를 사용한다면 순방이 더 성공적일 것이라는 조언을 받아들인 것 같다. 한국 국민에게 호소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준비된 원고를 활용했다. 이런 점에서 김 대기자의 칼럼(10일자 35면 『놀라운 트럼프』)에 동의한다. 연설에는 꼭 필요한 몇 가지가 들어 있었다. 대한민국의 안보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매우 강한 용어들을 쓰면서 재확인했다. 뚜렷한 용어로 북한의 위협도 묘사했다.  
 
김=트럼프 대통령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북한과의 대화 노력을 ‘시간 낭비’라면서 제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틸러슨 장관의 입장을 지지한다. 대통령과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그의 핵심 참모들이 상반되는 입장을 취하는 게 가능한 일인가.
아인혼=트럼프 대통령이 외교가 시간 낭비라고 말한 건 외교가 시기상조라는 의미였다고 생각한다. 당시 외교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았고 북한에 대해 최대의 압박을 가할 필요성이 컸다. 협상의 여지를 항상 배제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김=틸러슨 장관은 미국과 북한 사이에 작동하고 있는 두세 개의 채널이 있다고 말한다. 이런 채널들이 조만간 핵ㆍ탄도미사일을 포함한 고위급 공식 대화로 이어질 수 있는 양측의 ‘트랙 1’ 대화를 성사시킬 것으로 기대하나.
아인혼=당장 생산적인 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되기 전에 핵ㆍ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발전시키고 싶다는 점을 매우 분명하게 밝혀왔기 때문이다.  
 
김=김정은이 두 달 넘게 미사일 시험발사도 않고 7번째 핵실험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왜 이처럼 자세를 낮추는 것일까. 미국의 항공모함들, F-35, 핵잠수함과 같은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두려운 것인가. 아니면 미국과의 대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인가.
아인혼=정말로 자제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기술적으로 다른 실험 준비가 안 됐을 수 있다. 또 다른 실험을 할 경우 중국이 미국과 강한 대북 제재를 공조할 것을 우려할 수도 있다. 3개 항모전단 훈련 등을 목격했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지 않으려 할 수도 있다.
 
김=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협정을 정말로 ‘폐기’할까. 그럴 경우 평양에 비핵화를 거부할 또 다른 구실을 주는 것 아닌가.
아인혼=(트럼프 대통령이)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의회가 그렇게 되도록 하지 않을 것이다. 주요 조언자인 틸러슨 장관, 매티스 장관 등도 이란이 핵 능력을 재건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미국의 이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국이 협정을 파기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 김정은이 ‘미국과 협상하는 게 좋은 생각이 아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김=로버트 갈루치 교수(전 북핵 특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신을 평양에 특사로 보내라고 제안했다. 이 시점에 평양에 가는 게 의미가 있나. 당신이 그런 제안을 받아들일 어떤 조건이 있나.
아인혼=북핵 동결에 관한 제네바합의(1994년) 협상 시 나는 그의 보좌관이었다. 나를 신뢰한다니 기쁘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와 견해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특사를 제안받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김=‘지금’이 워싱턴으로선 북한 문제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적극적인 이니셔티브를 취할 적절한 시기가 아닌가.
아인혼=현재 우발적인 전쟁 가능성이 있다. 군대 간, 정보기관 간 대화의 채널들을 열어놓는 게 계산착오를 방지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핵 문제까지 다루려는 시도는 현재로선 너무 이를 수 있다. 북한이 공공연하게 핵 문제에 대해 대화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협상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  
 
김=김정은이 말했듯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할 때까지 그가 핵ㆍ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대부분 동의한다. 그런 단계에 도달하기 전에 김정은이 핵ㆍ미사일 프로그램을 그만두게 할 수 있나.
아인혼=대북 정책의 목표를 가급적 이른 시간에 핵ㆍ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도록 하는 데 둬야 한다. 핵실험을 멈추도록 해 핵탄두의 소형화를 제한할 수 있다면 미사일방어망을 뚫을 핵 다탄두를 생산하는 걸 막을 수 있다.
 
김=김정은이 핵프로그램을 중단하는 대가로 어떤 보상이나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나. 영구적인 평화협정이나 관계개선 등도 포함되나.
아인혼=확실하고 증명할 수 있을 정도로 핵ㆍ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려고 한다면 제재의 완화나 평화협정, 관계정상화 등 많은 것을 제안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른 시간에 핵ㆍ미사일을 완전히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건 거의 실현불가능하다. 현실적으로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능력에 대해 ‘잠정동결’을 가져올 수 있는 단계적 협상 접근과 ‘억제와 봉쇄(deterrence and containment)’라는 장기 전략을 곧바로 실행하는 것이다.  
 
두 방법 모두 장단점이 있다. 잠정동결 접근법이 성공한다면 핵ㆍ미사일 기술의 진전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장기적 억제와 봉쇄 전략은 기본적으로 북한이 핵ㆍ미사일 개발을 계속할 것이라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우선 한ㆍ미가 수용할 수 있는 선에서 잠정동결을 협상할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보고, 이 협상이 불가능하다면 장기적 억제와 봉쇄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김=한국 국민의 주요한 우려는 북한이 미 본토를 대륙간탄도미사일로 타격할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핵우산을 포함해 미국이 제공하고 있는 소위 ‘확장 억지력’이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아인혼=냉전 시기 소련은 수천 개의 핵무기로 미국 도시들을 타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한 ‘확장 억지’는 굳건했다. 소련이 갖추었던 것에 비해 아주 미미한 북한 핵ㆍ미사일의 미 본토 위협 때문에 미국이 동북아 동맹들에 제공하는 확장 억지가 흔들릴 것이라고 걱정할 이유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때 미 전략자산의 순환배치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한국 미사일 능력 제한을 완화하는 데 동의하고,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하거나 보유하는데 협력하기로도 했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들과 추가적으로 할 일들이 한국 국민에게 안전이 보장되고 있다는 믿음을 주게 될 것이다. 한국 국민은 미국의 전술 핵무기들을 다시 들여오라고 요청할 필요가 없다.  
 
김=헨리 키신저 박사(전 국무장관)는 한반도 통일 즈음에 한국에서 미군의 철수를 포함한 워싱턴과 베이징 간 빅딜 해결책을 제안했다. 미국과 중국이 맞서 있는 지정학적 관점에서 타당한가.
아인혼=북한 문제에 대한 어떤 해결책도 중국의 완전한 협조를 필요로 한다. 북한에 강한 압박을 가해 북한에서 불안정한 상황이 발생해도 이를 중국의 안보에 위협 되게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재확신시켜야 한다. 하지만 미군을 한반도에서 철수한다는 건 너무 나갔다. 미군을 38선 북쪽으로 배치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거나 그와 비슷한 약속은 할 수 있다.  
 
김=트럼프-아베, 트럼프-문재인 대통령 정상회담에서 아시아-태평양 라인 대신 갑자기 떠오른 새로운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은 무엇인가. 한국은 거기에 참여할지 심각한 딜레마에 놓일 것이다.  
아인혼=이 새 용어의 의미에 대해 어떤 성급한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 인도는 매우 중요한 국가다. 하지만 이런 용어가 중국에 대해 대응하기 위해 동맹을 형성하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행정부를 포함해 이 용어를 사용한 사람들이 이게 무슨 의미인지 설명해야 한다.  
 
◇로버트 아인혼=미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보와 특보를 역임하면서 북한과 이란에 대한 핵협상 및 비핵화 전략 수립에 참여했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특사로 거론된다.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보와 특보를 역임하면서 북한과 이란에 대한 핵협상 및 비핵화 전략 수립에 참여했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특사로 거론된다.
 
김영희 칼럼니스트·대기자 yhkim@joongang.co.kr
정리=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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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