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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지열발전소 탓으로 결론 내기는 일러"

경북 포항시 흥해읍 남송리 지열발전소 건설현장.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강진의 원인으로 포항지열발전소가 거론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경북 포항시 흥해읍 남송리 지열발전소 건설현장.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강진의 원인으로 포항지열발전소가 거론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이 인근 지열발전소 건설 탓이라는 지적이 있는 가운데 24일 관련 학회에서 긴급 토론회를 열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지열발전소 탓일 가능성을 제기하는 학자들과 지열발전소의 영향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기 때문이다.
대한지질학회와 한국지구물리·물리탐사학회, 대한자원환경지질학회, 대한지질공학회는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포항 지진 긴급 포럼'을 열고 포항 지진의 원인, 향후 지진 발생 가능성 등에 대한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24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항지진 긴급포럼에서 김광희 부산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항지진 긴급포럼에서 김광희 부산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자리에서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김광희 교수는 "지난해 9월 12일 경주 지진 이후 포항 흥해읍 일대에서 잦은 지진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 지난 10일 이곳에 임시 지진관측소 8곳을 설치했다"며 "15일 규모 5.4 지진 직후 집중 관측한 결과를 보면 진앙과 지열발전소 사이의 거리는 600m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열발전소에서는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땅속에 물을 주입했는데, 그때마다 미소 지진이 일어났다"며 "물 주입이 중단된 시기에도 미소 지진이 발생해 지열발전소와 이번 지진이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이준기 교수도 "포항 지진이 고압 유체의 영향을 받아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강하게 물을 주입하는 바람에 지진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11월 15일 이후 포항지역 지진 발생지점 [자료 한국지질자원연구원]

11월 15일 이후 포항지역 지진 발생지점 [자료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반면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홍태경 교수는 지열발전소가 지진을 일으켰을 가능성을 일축했다.
홍 교수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지난해 경주 지진이 발생했고, 다시 그 여파로 이번에 포항지진이 발생한 것"이라며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 지각이 전체적으로 강도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미국 오클라호마 셰일가스 채굴지역 지진의 경우 수백 개의 주입공에다 2000만㎥의 물을 주입하는 바람에 지진이 발생했는데, 포항 지열발전소는 두 개 구멍에 1만2000㎥의 물만 집어넣었고, 그것도 일부는 빼내 이제는 5000㎥만 남아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특히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하려면 규모 2나 규모 3 수준의 작은 지진이 훨씬 자주 발생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 없이 갑자기 큰 지진이 발생한 것을 보면 지열발전소의 영향일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게 홍 교수는 설명이다..
24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포항지진 긴급포럼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포항지진 긴급포럼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강태섭 교수는 "지진은 복잡한 연쇄 과정을 거쳐 일어나는데, 단순히 물을 주입했다고 큰 지진이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지각이 단층운동이 발생할 준비가 돼 있는 상황에서 물 주입이 '방아쇠' 역할을 했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도 외국보다 물 주입량이 많지 않음을 지적하고 지열발전소의 영향을 낮게 평가했다.

 
하지만 지질발전소 영향을 처음 거론한 고려대 지질학과 이진한 교수는 "물의 양뿐만 아니라 물을 얼마나 빠른 속도로 주입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물 같은 유체를 주입할 경우에도 규모 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재반박했다. 자연에서는 어떤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중석에 있던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민기복 교수는 "물 주입을 중단한 후 60일 동안 아무런 조짐이 없었는데, 포항 지진을 지열발전소와 연결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대체로 당장 지열발전소가 원인이라고 결론을 내리는 데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감 교수는 "벌써 지진에 대해 결론을 얘기하는 것은 당혹스럽다"며 "지금은 결론을 내릴 때가 아니라 자료를 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진한 교수도 "과학자들은 몇 가지 사실이 관찰되면 과학적인 모델을 만드는데, 다른 사실로 모델을 테스트해서 맞지 않으면 수정하거나 버리기도 한다"며 "(지열발전소 탓이란) 하나의 모델을 제시했지만 이것이 최종 평결은 아니다"고 다소 유보하는 태도를 취했다.
 
한편, 포항지열발전소는 포항시 흥해읍 남송리에 건설 중인 국내 최초의 지열발전소다. 2010년 말 시작됐고, 2017년 말 완공 예정으로 2012년 말 시추에 들어갔다. 넥스지오·포스코·한국수력원자력·한국지질자원연구원·한국건설기술연구원·서울대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총 798억 원이 투입된다. 전력생산설비는 6.2㎿ 규모다.
땅속 4.5㎞ 깊이의 주입정을 통해 차가운 물을 지하로 내려보내면 물이 지열을 흡수해 수증기로 변하고, 이 수증기를 다른 관정으로 끌어올린 후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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