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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하는 일본 자위대](5)자위대도 ‘일손부족’…‘양복조’ vs ‘제복조’ 갈등도 깊어

미·일 신밀월시대를 맞은 일본 자위대가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유사시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파워와 속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아시아·태평양을 넘어 인도양까지 넘나드는 미군의 전략 파트너, 자위대의 전력을 5회에 걸쳐 집중 해부한다.    
우리의 사관학교에 해당하는 일본 방위대학교 학생들이 사열을 하고 있다. [사진 방위성]

우리의 사관학교에 해당하는 일본 방위대학교 학생들이 사열을 하고 있다. [사진 방위성]

일본 자위대 최대의 고민은 일본사회가 직면한 고민과 맞닿아 있다. 바로 저출산에 따른 ‘일손부족’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자위대 관련 기사에서 “자위대는 세계에서 8번째로 많은 국방예산과 영국과 프랑스 해군보다 많은 해상자위대를 가졌다”면서도 “자위대의 가장 큰 도전은 다름 아닌 출산율에 있다”고 전했다. 첨단 전력을 아무리 강화해도 제대로 운용할 인재가 없다면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본 기업들의 인재확보 쟁탈전은 치열하다. 지표만 봐도 확연하다. 지난 9월 기준 실업률은 2.8%로 22년 만에 가장 낮고, 1인당 일자리 수(유효구인배율)는 1.52로 4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자위대원(자위관)의 인기는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아무리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이라 해도 일자리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고된 군생활을 지원하는 젊은이를 찾긴 어렵다. 실제 병사 충원율은 75%에 그친다. 100명 단위 부대의 경우 25명은 늘 비어 있다는 얘기다.    
일본 육상자위대 대원들이 미국 서부 워싱턴주 포트 루이스에서 미 육군과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미 육군]

일본 육상자위대 대원들이 미국 서부 워싱턴주 포트 루이스에서 미 육군과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미 육군]

이에 따른 자위대의 고령화 문제도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방위성 자료에 따르면 1991년 자위관 전체 평균연령은 32.2세였지만, 2014년에는 36세로 올라갔다. 20대 병사가 줄다 보니 장교와 부사관 비중이 상대적으로 올라가는 추세다. 게다가 40대 이상 중년 간부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일을 시킬 사람은 많아지는데, 정작 일할 사람은 없다는 볼 멘 소리가 자위대 내에서 터져 나오는 이유다.  
 
자위대의 또 다른 고민은 해묵은 과제인 내부 갈등이다. 이른바 ‘양복조’로 불리는 문관과 ‘제복조’인 자위관이 지휘체계와 운용을 놓고 알력다툼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육·해·공 자위대원은 모두 합쳐 22만7000여 명, 방위성 관료는 2만1000여 명으로 이들의 10% 수준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러나 문민통제 기조 아래 소수인 관료가 54년 방위청(2007년 방위성으로 승격) 창설 이후 줄곧 실권을 장악해왔다. 방위성 내부 부국(내국·內局) 소속 문관이 자위대 관련법안을 작성하고 예산을 재무성(옛 대장성)으로부터 따내는 역할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일본 방위청이 2007년 방위성으로 승격하면서 현판을 교체하고 있다. [사진 지지통신]

일본 방위청이 2007년 방위성으로 승격하면서 현판을 교체하고 있다. [사진 지지통신]

그러다 보니 문관이 자위관을 무시하고 하대하는 모습도 적지 않았다. 장성 출신 전 자위관 중 한 명은 “3자대 막료감부(육·해·공 참모본부에 해당)는 제복조의 수뇌가 모인 핵심”이라며 “그런 막료감부 소속 40대 과장(1좌·대령급)이 내국에 가서 설명하는 동안 책상 위에 다리를 올리는 20~30대 젊은 관료가 있을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고 언론에 과거 실상을 밝혔다.
 
2000년대 들어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유엔 평화유지활동(PKO)과 미군 지원을 위한 자위대 파병이 늘면서 자위관의 위상도 올라갔다. 이런 자위대의 국제활동 성과는 2007년 방위성 승격의 일등공신이었다. 특히 현장에서 자위대를 지켜본 미군의 높은 평가가 주효했다.  
 
그 무렵 양복조에선 사단이 났다. 2007년 11월 모리야 다카마사(守屋武昌) 사무차관이 군납 업체로부터 골프 접대와 현금을 받는 사건이 터졌다. 모리야 차관은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사무차관은 정치인인 방위상 등을 제외한 관료 ‘넘버원’ 자리다. 게다가 모리야는 방위성 내부 승진자였다. 이 사건으로 양복조는 치명타를 입었고, 제복조의 분개심은 더욱 올라갔다.  
 
이런 와중에 이듬해 제복조의 항명 사태가 일어나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2008년 11월 다모가미 도시오(田母神俊雄) 항공막료장(공군참모총장)이 “일제가 서구 식민주의로부터 동아시아를 해방·발전시켰다”는 극우적인 내용의 에세이를 발표했다.  
일본 도쿄 이치가야의 방위성에 지대공 요격미사일 패트리엇(PAC-3)이 배치돼 있다.[중앙포토]

일본 도쿄 이치가야의 방위성에 지대공 요격미사일 패트리엇(PAC-3)이 배치돼 있다.[중앙포토]

다모가미는 에세이에서 “전후 극동국제군사재판소가 전쟁 책임을 전적으로 일본에게만 지워 일본인으로 하여금 침략자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며 “자위대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공격 무기 보유를 가로막는 근원”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아소 다로(麻生太郎) 당시 총리가 직접 사퇴를 종용했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다모가미는 해임됐다. 그러나 당시 자위대 내에는 그를 동조하는 분위기가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일본 정부는 방위성·자위대 개혁에 나섰지만 갈등의 불씨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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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에선 2015년 방위성설치법을 고쳐 ‘문관우위’ 원칙을 공식 폐기했다. 문관의 고유업무였던 방위상 보좌를 통합막료장(합참의장)과 육·해·공 막료장에게도 열어줬기 때문이다. 또 개정법에 따라 자위대 운용을 담당하던 문관 부서인 운용기획국을 폐지하고 자위관 조직인 통합막료감부(통막·합동참모본부)로 일원화시켰다. 부대운용 역시 자위관 몫이 됐다.  
출동경호 시 무력 사용을 처음 허용 받은 일본 육상자위대 대원들이 2016년 12월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을 위해 아프리카 남수단 수도 주바의 공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출동경호 시 무력 사용을 처음 허용 받은 일본 육상자위대 대원들이 2016년 12월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을 위해 아프리카 남수단 수도 주바의 공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현실에선 문관우위가 여전하다. 방위성 개혁 과정에서 통막 수뇌부에 총활관(합참차장급) 등 40여 명의 양복조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방위상 산하에 신설된 방위장비청(방위사업청) 역시 문관이 과장급 37개 자리 중 32개 자리를 독식했다. 거액의 장비 조달을 담당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퇴직 후에도 방산업체가 모셔가는 구조가 답습되고 있다.
 
지난 7월 아베 총리의 핵심 측근인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당시 방위상을 사퇴하게 한 배경도 양복조와 제복조 간 갈등이 발단이었다. 2012년 파견된 남수단 PKO 육상자위대의 교전 내용이 담긴 근무일지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올해 초 국회에서 강하게 제기됐다.  
당초 이나다는 “이미 일지를 폐기했다”며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일지는 육자대가 보관하고 있었고, 통막 내부의 지시로 은폐된 것이었다.  
지난 7월 27일 이나다 도모미 당시 방위상이 남수단 PKO 근무일지 은폐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진 지지통신]

지난 7월 27일 이나다 도모미 당시 방위상이 남수단 PKO 근무일지 은폐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진 지지통신]

지시를 내린 사람은 문관인 다쓰미 마사요시(辰己昌良) 통막 총활관이었다. 그는 방위성 내국 보도관을 지낸 양복조의 실세였다. 게다가 직속 상사인 가와노 가쓰토시(河野克俊) 통합막료장에게는 은폐 사실을 보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휘 계통을 무시하고 군령을 훼손한 심각한 사안이었다. 아베의 신임이 두터워 온갖 구설수에도 자리를 지키던 이나다도 결국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방위성 사무차관과 육상막료장도 책임을 지고 경질됐다.  
 
일각에선 정치 권력에 대한 예속화를 방위성과 자위대 개혁을 막는 근본적인 문제로 들기도 한다. 문관도 자위관도 정치인이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정치학자이자 일본 전문가인 크리스토퍼 휴스 영국 워릭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방위성 개혁은 관료주의적 통제와는 상반되는 점진적인 정치적 통제로 나아가고 있다”며 “자위대에 대한 문민통제는 여러 측면에서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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