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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딛고 무사히 치러진 수능…"모두 고생 많았어"

23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우현동 유성여고에서 수능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교문 밖으로 나오고 있다. 최승희양이 마중을 나온 어머니와 환하게 웃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23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우현동 유성여고에서 수능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교문 밖으로 나오고 있다. 최승희양이 마중을 나온 어머니와 환하게 웃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규모 5.4 포항 지진으로 일주일 연기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23일 전국 고사장에서 무사히 치러졌다. 수능이 끝난 뒤 전국 수험생들의 밝은 표정은 여느 해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여진 불안 속에서 수능을 치른 포항지역 수험생들의 표정은 더욱 홀가분했다.  

여진 불안 속 시험 무사히 치른 수험생들
시험 끝나자 마자 부모에게 달려가 안겨
서울에선 맹장염으로 병원서 수능 보기도
수능 결시율 9.48%…지난해보다 1.6%p↑

 
경북 포항시 북구 유성여고 수험장은 오후 4시 45분쯤부터 수능을 치른 수험생들이 속속 고사장을 빠져나왔다. 삼삼오오 짝을 지은 수험생들은 웃음꽃을 피우며 "홀가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곳에서 수능을 치르고 나온 최승희(18)양은 엄마 얼굴을 보자마자 눈시울을 붉혔다. 최양은 "열심히 준비한 만큼 나올 것 같다. 지진이 날까 좀 무서웠는데 그래도 무사하게 치러서 다행이다. 수능 시험 준비하는 동안 엄마한테 짜증도 많이 부렸는데 지금은 그런 거 없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우현동 유성여고에서 수능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교문 밖으로 나오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23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우현동 유성여고에서 수능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교문 밖으로 나오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유성여고에서 수능을 치른 장성고 우예슬(18)양은 "모의고사보다 쉽게 나와서 성적이 잘 나올 거 같다. 지진 우려보다 시험 치를 때 드는 긴장감이 더 컸다"고 전했다. 포항제철고 윤건(18)군은 "지구과학 한국사 경제파트가 제일 어려웠다. 지난 10년간 아버지 속을 많이 썩였는데 믿고 기다려줘서 너무 감사하고 이제 보답하겠다"고 했다.  
 
수험생들의 부모도 시험 내내 마음을 졸이긴 마찬가지였다. 4교시 종료를 30여분 앞둔 오후 4시쯤부터 수험장 앞에서 아들을 기다린 정용욱(47)씨는 "아들이 지난 10년간 고생했으니까 원 없이 했으리라 믿는다. 수능까지 연기되면서 일주일간 더 고생했으니 좋은 결과 나오길 바란다"며 "오늘 저녁은 아들이 좋아하는 고기를 사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23일 포항 제철중학교에서 수능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수험생과 학부모가 포옹을 하고 있다. 포항=최규진 기자

23일 포항 제철중학교에서 수능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수험생과 학부모가 포옹을 하고 있다. 포항=최규진 기자

안성옥(50)씨는 "지진 당시 애가 방에서 현관까지 수험표와 책가방을 들고 뛰쳐나오던 모습이 떠오른다. 수능도 잘 끝났으니 꼭 꿈을 이루기 바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앞서 이날 아침 포항의 12개 수험장 풍경은 지진 여파로 어느 해, 어느 지역보다 긴장감이 높았다.
 
이날 오전 7시30분쯤 포항시 남구 이동중학교. 지진 피해를 입은 포항여고의 대체시험장으로 결정된 이동중 앞 기둥에 붙은 시험실 안내표 앞에 부모와 수험생들이 몰려 있었다. 시험장이 바뀌는 바람에 자녀가 고사장을 제대로 찾지 못할까 봐서다.
23일 포항 제철중학교에서 수능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수험생과 학부모가 포옹을 하고 있다. 포항=최규진 기자

23일 포항 제철중학교에서 수능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수험생과 학부모가 포옹을 하고 있다. 포항=최규진 기자

수험생 박지현(18)양의 아버지 박동서(51)씨는 "매일 학교에 데려다주는데 오늘은 괜히 더 마음이 찡하다. 그저 평소대로만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포항시 남구 포항제철중 앞에선 수험생들을 자원봉사자와 후배 100여 명이 모였다. 포항제철중은 지진 피해를 본 포항고 대신 대체 시험장으로 지정된 12곳 중 한 곳이다.
 
이날 포항의 아침 최저기온은 1.5도로 낮았다. 수험장 앞에선 10여 명의 자원봉사자는 추위를 이겨낼 핫팩 등 방한용품을 쌓아놓고 나눠줬다. 포항시 남구 효곡동에서 온 박덕자(54)씨는 "지진 때문인지 올해 수험생들의 표정이 너무 어두워 걱정된다. 우리 동네 애들을 보면 마음이 타들어 가는 것 같다"고 했다.
23일 오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경북 포항시 포항제철중 수험장 앞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따뜻한 차를 나눠주고 있다. 포항=최규진기자

23일 오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경북 포항시 포항제철중 수험장 앞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따뜻한 차를 나눠주고 있다. 포항=최규진기자

 
오전 8시20분 입실 시간이 종료됐지만 학부모들은 시험장 주변을 오랫동안 떠나지 못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수험장 건물을 향해 기도를 올리며 눈물짓기도 했다. 이석란(66)씨는 "일주일간 지진이 일어날 때마다 도서관까지 아이를 데려다줬다. 포항의 모든 고3 학생들이 많이 힘들었는데 좋은 결과를 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북구 유성여고 앞에선 교사들이 수험생들을 한 명씩 안아줬다. 김정희(53) 중앙여고 교사는 "어제 한숨도 못 잤다"며 "오늘은 절대 지진이 나면 안 된다"고 말했다.
23일 오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경북 포항시 오천고등학교 앞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나눠준 핫팩에 수험생을 응원하는 글귀가 적혀 있다. 포항=하준호기자

23일 오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경북 포항시 오천고등학교 앞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나눠준 핫팩에 수험생을 응원하는 글귀가 적혀 있다. 포항=하준호기자

 
남구 오천고 수험장 앞에서 만난 김성민(19)군은 "지진도 있고 뒤숭숭한 마음이 있었다. 그래도 일주일을 벌어 그만큼 더 준비할 수 있었다. 가족들은 긴장하지 말고 하던 만큼만 하고 오라고 응원해 줬다"고 했다.  
 
포항교육지원청에 마련된 수능 상황실에서도 수험장 앞만큼의 긴장감이 흘렀다. 입실 시간 전 강한 지진이 일어나면 포항 수험생들을 예비 시험장으로 긴급 수송해야 했다. 다행히 입실 전 지진은 일어나지 않았다.
23일 오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경북 포항시 남구 이동중학교 앞에서 수험생 가족이 기도를 하고 있다. 포항=백경서기자

23일 오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경북 포항시 남구 이동중학교 앞에서 수험생 가족이 기도를 하고 있다. 포항=백경서기자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포항교육지원청에 머물면서 수능 관리 상황을 점검했다. 김 장관은 "수능은 학생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이자 척도다. 학생들이 수능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는 게 우리의 본분"이라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포항-서울-세종을 연결하는 통합지휘무선통신망(TRS)을 운영했다.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고 신속한 대응을 위해 포항지역 12개 시험장에 안전요원 156명을 배치했다. 비상수송버스 244대도 배치했다.
23일 오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경북 포항시 북구 유성여고 수험장에 만일의 지진 사태에 대비한 비상수송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포항=최은경기자

23일 오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경북 포항시 북구 유성여고 수험장에 만일의 지진 사태에 대비한 비상수송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포항=최은경기자

 
이날 수능 2교시 수학 영역 시험이 한창 치러지고 있을 오전 11시35분쯤 규모 1.7 여진이 포항시 북구 북쪽 9㎞ 지점에서 발생했다. 부경대 지질환경연구소 한 연구원은 "12개 포항 고사장 중 두호고와 포항해양과학고에서 각각 건물의 흔들림을 나타내는 진도 2와 1을 지진계가 표시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포함해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 사이 포항에선 2.0 미만 지진이 네 차례 발생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수능은 별 탈 없이 마무리됐다. 시험 시작 전 각 시험장 앞에서 응원 열기가 뜨거웠던 것도 여느 때와 같은 풍경이었다. 학부모와 교사들은 지진으로 불안한 마음에 가슴을 졸였지만 일단 시험이 시작되자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23일 오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시작된 오전 8시40분쯤 경북 포항시 포항교육지원청 수능상황실에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이영우 경북도교육감, 류희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본부장이 상황 보고를 받고 있다. 포항=김정석기자

23일 오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시작된 오전 8시40분쯤 경북 포항시 포항교육지원청 수능상황실에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이영우 경북도교육감, 류희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본부장이 상황 보고를 받고 있다. 포항=김정석기자

 
경남 거제와 양산에선 갑작스러운 복통 탓에 응급실로 옮겨진 수험생 2명이 각각 병원에 마련된 시험실에서 수능을 치기도 했다. 서울에서도 전날 이대목동병원에서 급성 맹장염으로 수술을 받은 남윤영(18)양이 병실에서 시험을 쳤다.  
 
남양은 "아프긴 했지만 병원에서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줘서 무사히 시험을 볼 수 있었던 거 같다. 감독관 4~5명이 나 한 사람을 위해 고생했다. 수능을 제대로 못 볼까봐 절망했는데, 다 끝나고 나니 특별한 경험을 한 거 같다. 내가 배려받은 것처럼 남을 도와주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23일 시행됐다.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후배들의 응원을받으며 시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장진영 기자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23일 시행됐다.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후배들의 응원을받으며 시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장진영 기자

 
경기 안양에선 수험생의 방 문고리가 고장 나 119소방대원이 출동하는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경기 부천시에선 수험생 A군(18)이 몰던 오토바이와 택시가 부딪쳐 A군이 다리를 다쳤지만 구급차를 타고 병원이 아닌 수험장으로 향했다.  
 
한편 올해 수능 결시율은 지난해보다 높았다. 교육부는 수능 응시현황 분석 결과 결시율이 9.48%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도 결시율(7.88%)보다 1.6%포인트 높은 수치다. 이는 1994학년도 수능이 도입된 이후 가장 높은 결시율이다. 
23일 오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경북 포항시 남구 이동중학교 앞에서 수시에 먼저 합격한 친구들이 동기 수험생들을 응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포항=백경서기자

23일 오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경북 포항시 남구 이동중학교 앞에서 수시에 먼저 합격한 친구들이 동기 수험생들을 응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포항=백경서기자

 
포항 수험생들의 결시율도 지난해보다 높았다. 포항지역 전체 수능 지원자 6067명 중 562명(9.26%)이 1교시 국어영역 시험을 치르지 않았다. 포항지역 결시율은 지난해(8.22%)보다는 높았지만, 전국 지역 결시율(9.48%)보다는 낮았다.  
 
포항=김윤호·최은경·김정석·최규진·백경서·하준호 기자, 전민희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23일 오전 수능시험장이 마련된 포항여자전자고등학교 앞에서 응원하러 나온 교사가 수능에 응시하는 수험생을 격려하고 있다. 포항=프리랜서 공정식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23일 오전 수능시험장이 마련된 포항여자전자고등학교 앞에서 응원하러 나온 교사가 수능에 응시하는 수험생을 격려하고 있다. 포항=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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