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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리지널인데…" 소송전에 골병드는 영세업체들

"5년 특허분쟁에 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들어" 
부산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조명식(56)씨는 10년 전 원가를 50% 절감시킬 수 있는 새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파이프 열처리 방식의 문제점을 개선했다. 개발에 3년이 걸린 '중대형 파이프 열처리 장치'는 2008년에 특허를 받았다.
 
기술 개발이 소문나자 울산의 H사에서 스틸 파이프 열처리 일감이 들어왔다. 하청 일을 하는 2년간 H사 공장장과 직원들이 현장을 방문해 설비를 보고 갔다. 그런데 2012년 H사가 동일한 방식의 열처리 시설을 공장에 설치한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H사는 그해 10월 하청 관계를 끊었다.
 
조씨는 권리 범위확인 소송을 내 2015년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았다. 특허·상표권 분쟁은 특허심판원에서 1심, 특허법원에서 2심, 대법원에서 최종심 순서로 진행된다. 하지만 H사는 지난해 조씨의 특허가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2014년 비슷한 내용으로 심판을 제기했다가 각하되자 다시 소송을 낸 것이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조씨 회사는 치명상을 입었다.  매출은 5분의 1로 줄었고, 4명이었던 직원은 1명만 남았다. 조씨는 "H사 일감 때문에 설비를 늘리느라 빚도 졌는데 소송 비용도 7000만원이나 들었다. IMF 구제금융 때보다 요즘이 더 어렵다"고 말했다.
 
원청·하청업체가 특허를 두고 다투는 일은 적지 않다. 생물정화기술 전문업체 비제이씨는 자동차 페인트 도장 과정에서 나오는 맹독성 유기화합물과 악취를 정화하는 미생물제를 개발해 2004~2015년까지 현대자동차에 납품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2015년 경북대와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했다며 특허를 출원한 뒤 이 회사에 계약 중단을 통보했다. 
 
비제이씨는 현대차의 특허에 무효 심판을 청구했다. 특허심판원은 지난 21일 "(현대차의) 특허를 무효로 한다"고 결정했다. 기술 탈취 여부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몬스터' 달았다고 "소비자들 헷갈린다" 심판 청구
영세업체들에겐 상표권 분쟁도 '지뢰밭'이다. 2014년 부산에서 대만식 망고 빙수 카페 '망고 몬스터'를 창업한 이정훈(45)씨는 미국의 카페인 음료 제조업체 '몬스터 에너지'와 분쟁을 겪고 있다. 이미 등록한 상표 'MONSTER ENERGY'와 망고 몬스터가 비슷해 소비자들이 헷갈릴 수 있다는 이유다.
 
부산의 망고빙수 카페 망고 몬스터의 상표(왼쪽)과 몬스터 에너지의 제품 사진(오른쪽) [사진 몬스터에너지 홈페이지, 망고몬스터]

부산의 망고빙수 카페 망고 몬스터의 상표(왼쪽)과 몬스터 에너지의 제품 사진(오른쪽) [사진 몬스터에너지 홈페이지, 망고몬스터]

 
이씨는 사업을 준비하며 받은 대출에, 경쟁업체와의 상표권 분쟁으로 1000만원을 쓴 상황이었다. 1000만원이 넘는 소송비를 감당하기 겁이 나 상표권을 포기할까도 고민했지만 한국지식재산보호원 특허상담센터의 지원을 받아 상표권을 지키기로 했다.
 
특허심판원은 "일반 소비자나 거래자가 출처에 관해 오인, 혼동을 일으킬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이씨는 특허법원 2심에서도 상표권을 지켰지만, 소송은 대법원까지 갔다. 지난 3월 대법원은 “몬스터 에너지 등록 이전 티켓몬스터, 클럽몬스터, 몬스터피자 등에 사용됐고 식별력도 미약하다”며 몬스터에너지 측 상고를 기각했다. 
 
하지만 싸움은 아직 진행 중이다. 몬스터 에너지는 올 초 캐릭터가 함께 그려진 망고 몬스터의 다른 상표에 대해 또다시 심판을 제기했다. 결국 이씨는 가게 월세가 밀릴 정도로 경영이 어려워져 더 작은 점포로 자리를 옮겼다.
 
특허청이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8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디자인·상표 등 심판에서 중소기업 패소율은 54.7%다. 특허 분야는 85.7%로 패소율이 더 높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 특허상담센터 권용호 소장은 "매년 지원 건수가 늘고 있다. 사장과 직원 몇이 일하는 소기업에서 비용 부담때문에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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