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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지진동 수치 ‘0.58g’를 바라보는 네 가지 견해

지난 15일 오후 2시 29분 37초. 경북 포항시 흥해읍에 있는 한국가스공사 흥해관리소의 지진계측기가 지진동을 감지했다.
 
 ‘0.58g(지).’
 
진앙에서 2.6㎞ 떨어진 이곳에서 관측된 지진동의 수치가 학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의 내진 설계 기준을 뛰어넘는 이례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는 ‘포항 지진’의 규모를 5.4로 부르는 것과 다른 기준이다. 지진의 특정 지표면에서 느끼는 지진동의 크기는 암반의 종류, 진앙과의 거리, 지표의 두께 등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내진 설계를 할 때는 지진의 규모가 아닌 중력가속도(g·중력이 물체에 야기하는 가속도)라는 단위로 표현되는 지진동을 기준으로 삼는다. ‘외부의 힘으로 인해 건물이 1초당 속도 변화를 얼마나 겪게 되는지’를 계산한 수치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수원 등이 ‘원전이 규모 6.5까지 견딜 수 있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것은 시민들의 정확한 이해를 방해하는 잘못된 방식이다”고 지적한다. 이번 포항 지진에서도 적지 않은 시민들이 “5.4 규모의 지진이 났을 때 나타난다고 알려진 현상보다 더 큰 지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는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포항 지진' 당시 경북 포항시 흥해관리소의 지진계측기 수치가 순간적으로 올라가 있다. [자료 한국가스공사]

지난 15일 '포항 지진' 당시 경북 포항시 흥해관리소의 지진계측기 수치가 순간적으로 올라가 있다. [자료 한국가스공사]

 

지진의 규모가 아닌 중력가속도로 볼 때, 0.54g는 공포스럽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원전은 0.2g까지, 신고리 3호기와 건설 중인 원전은 0.3g까지 견디도록 내진 설계가 돼 있어서다. 포항시 한국가스공사에서 관측된 지진동 ‘0.58g’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했다.
 

“원전도 위험할 수 있다”
 
김재관 서울대 지진공학연구센터장(건설환경공학부 교수)은 “이번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진앙이 원전 부지 아래에 있었다고 가정하면 얘기가 다르다. ‘0.58g’란 수치는 ‘괜찮았을 것’이라고 말할 수 없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만약 원전 부지에서 ‘0.58g’란 수치가 측정됐다면 분명 피해가 생겼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내진 설계된 수치가 넘어도 원전이 멈추는 것뿐이니 괜찮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겪어보지 않은 일을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나”고 덧붙였다. 
 
홍 교수는 “단층 조사 등 여러 연구를 통해 지금 원전들이 확실히 진앙이 되지 않을 만한 부지에 지어진 것인지 등을 과학적으로 조사하고 연구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0.58g’가 측정된 포항은 약한 퇴적암 지역이다. 원전은 단단한 암반 위에 세워지기 때문에 진앙이 근처에 있어도 평균적으로 절반 정도의 지진동이 생긴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절반인 0.29g 정도가 가해졌다면 원전이 일시 정지됐을 것이다. 만약 원전의 특별한 활동이 없었다면 정지 이후 활동이 재개됐을 것이다. 연료를 교체하거나 수문을 열어놓는 등 활발한 활동이 진행 중이었다면 피해가 생겼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원전은 안전하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지반이 약한 곳에서 측정된 ‘0.58g’를 단단한 암반 지역을 찾아서 짓는 원전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주 교수는 “원전이 0.2g까지 견딘다는 것은 0.2g를 넘어서면 재난영화처럼 폭발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정지된 이후 만약 원전에 피해가 있다면 복구를 하고 다시 재가동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번 지진으로 원전의 안전성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0.58’이란 수치 자체가 잘못됐다”
 
한국가스공사 흥해관리소에 설치돼 있는 지진계측기의 모습. [사진 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공사 흥해관리소에 설치돼 있는 지진계측기의 모습. [사진 한국가스공사]

 
정범진 경희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한국가스공사의 계측기가 실제 지진동이 아니라 증폭된 잘못된 값을 측정한 것이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0.58g’는 포항의 지반이 약한 것을 고려하더라도 너무 크다. 계측기가 증폭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는 위치에 설치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는 수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공공기관 건물에 설치하는 지진계측기는 지진이 일어난 후 시설물이 얼마나 타격을 입었는지를 알아보는 데 목적이 있다. 그래서 1층 바닥에 설치해 원칙대로 건물이 받는 진동 값을 측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송우영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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