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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항바이러스 약 잘 먹으면 에이즈 옮기지 않는다

최준용 교수의 건강 비타민
“부모님께 에이즈 바이러스(HIV) 감염 사실을 말했는데 아버지의 차가운 태도에 상처 받았습니다. 가족은 기댈 울타리가 아니었어요.”

미국, 감염 888쌍 조사해보니
파트너에게 옮긴 사례 없어
편견 없애야 치료로 이어져

 
HIV 감염자 박모(46)씨는 올해 ‘한국 HIV 낙인 지표 조사 공동기획단’ 심층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기획단은 유엔에이즈계획(UNAIDS) 아시아·태평양 사무소와 인권재단이 만들었다. 에이즈 감염자 편견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에이즈 원인균인 HIV 이미지. [한국에이즈퇴치연맹]

에이즈 원인균인 HIV 이미지. [한국에이즈퇴치연맹]

한국은 에이즈 편견이 매우 심한 나라다. HIV/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가 세계적 이슈가 된 때는 1980년대다. 치료약이 없는 상황에서 에이즈가 급격히 확산됐다. ‘에이즈 공포’였다. 한국에서는 85년 첫 감염자가 보고됐다. 그간 치료약이 개발돼 에이즈는 꾸준히 약을 먹으며 관리할 수 있는 만성질환이 됐다. 하지만 감염인을 향한 시선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에이즈와 관련한 보도자료 한 건이 배포됐다. 제목은 ‘감염자 660명 치료 중단·연락 두절, HIV/에이즈 관리 비상’이다. 2016년 기준 국내 등록 HIV/에이즈 감염인 1만2039명 중 660명(5.48%)이 연락이 안 된다는 내용이다. 이 자료를 보도한 기사 제목은 ‘연락 두절, 대책 마련 시급’ ‘HIV/에이즈 관리 비상’ 등이었다. 보도자료에는 ‘2011년 이후 감염인 치료율은 매년 90% 이상 유지’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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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인의 5.48%가 연락되지 않는 것과 90% 이상이 치료를 받는 것 중 무엇이 더 중요할까. 의학적으로는 90% 이상 치료 중이라는 게 더 의미가 있다.
 
HIV/에이즈 치료제는 90년대 이후 다양하게 개발됐다. 치료제가 좋아지면서 감염인의 수명을 늘렸다. 96~97년 20세 HIV 감염인은 평균 19.1년, 비감염인은 63.4년 살 수 있었다. 44.3년 차이가 났다. 2008~2011년에는 7.9년으로 줄었다(AIDS저널, 2016).
 
부정적 시선 느끼는 영역

부정적 시선 느끼는 영역

치료제 덕분에 HIV/에이즈 확산이 줄었다. HIV에 감염돼도 항바이러스제를 잘 복용하면 콘돔 없이 성관계를 해도 상대방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지 않는다. 지난해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한 명이 HIV에 감염돼 치료받는 888쌍(이성 커플 548쌍, 남자 동성 커플 340쌍)을 조사한 결과가 실렸다. 콘돔 없이 성관계를 할 때 상대에게 바이러스가 전파되는지 조사했다. 2010년 9월~2014년 5월 11명(남성 동성 커플 10명, 이성 커플 1명)이 감염됐다. 이들의 HIV 유전자를 조사했더니 커플 것이 아니었다. 제3의 인물 것이었다.
 
감염되지 않은 사람이 에이즈 치료제를 잘 복용하면 옮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주립대(UCSF) 연구팀은 동성애자 남성과 트랜스젠더 여성 2499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1251명)은 두 가지 항바이러스 약을 투약했다. 나머지 한 그룹(1248명)은 가짜 약을 투약했다. 그 결과 진짜 약을 먹은 사람은 36명이, 가짜 약 복용자는 64명이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 2011). 약이 감염 예방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HIV/에이즈 치료제의 효과가 있으려면 꾸준히 복용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감염인이 병원을 찾고 약을 복용해야 한다. 사회적 낙인이 심하면 이런 걸 기피한다. 한국 HIV 낙인 지표 조사 공동기획단의 조사 결과(104명 조사)에 따르면 감염인은 ‘소문이 나는 것’(82명)을 가장 두려워한다(중복 응답). 이 때문에 ‘동네 병원에 가지 않는다’(31명)는 응답자가 많다. 감염인은 부정적 인식이 ‘HIV/에이즈 관련 댓글’(78명)과 ‘언론 보도 태도’(77명) 때문이라고 꼽았다.
 
UNAIDS는 2030년까지 에이즈 유행을 종결시키겠다고 한다. 세부 전략이 ‘90-90-90’ 캠페인이다. 2020년까지 HIV/에이즈 감염인의 90%가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알고, 90%가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하며, 90% 환자에서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HIV/에이즈 감염인은 1만2039명이다(질병관리본부 집계). 실제 감염인은 이보다 2~3배 많을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국내에서 매년 1000명 이상의 HIV/에이즈 감염인이 새로 확인되는 현상은 우려스럽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가장 필요한 것이 항바이러스 치료다. 에이즈 감염자 편견이 대폭 줄어야 한다. 보건 당국이나 의료인은 물론 언론·시민단체뿐 아니라 국민의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최준용 교수
연세대 의대 졸업, 연세대 의대 교수, 연세대 의대 에이즈연구소장, 세브란스병원 감염관리실장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 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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