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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차 투자로 ‘대박’친 도요타, 또 한 번 ‘도박’

도요타자동차의 미국 켄터키 공장 생산라인. [사진 도요타]

도요타자동차의 미국 켄터키 공장 생산라인. [사진 도요타]

 
일본의 자동차 제조사 도요타자동차가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경영 혁신을 도입한 결과다. 도요타자동차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또 한 번 승부수를 던졌다. 승용차 시장에 집중하는 과감한 전략에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유럽 자동차제조협회(ACEA)가 20일 발표한 신차 판매 통계에 따르면 도요타의 1~10월 유럽 시장 판매대수(62만3954대)는 지난해 같은 기간(54만5244대) 대비 14.4% 증가했다. 전체 유럽 자동차 시장 신장률(3.8%)의 4배를 상회하는 수치다. 10월 한 달 동안 판매량이 20.5% 급증하면서 지난해 4.2%였던 유럽 시장 점유율도 4.8%까지 끌어올렸다.
미국 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전미자동차딜러협회(NADA)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7~10월) 미국 시장에서 도요타 판매 대수(86만4748대)가 급등하면서 승용시장 점유율이 17.5%까지 치솟았다. 2010년 이후 미국에서 도요타 반기 점유율이 17.5%를 넘어선 것은 지금까지 딱 한 번(17.6%·2015년 하반기)뿐이었다. 연말까지 지금 추세를 유지한다면 미국 승용차 시장에서 사상 최고 점유율을 기록할 수 있다.
7년 전 도요타는 가속페달 결함으로 위기를 맞았다. 2010년 2월 24일 미국 하원은 도요타자동차 청문회를 개최하고 미국·캐나다 공장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한때 리콜 대수(238만대)가 미국에서 생산하는 자동차 생산량을 초과하기도 했다.
심각한 위기를 맞았던 도요타는 위기를 발판으로 삼았다. 1000만대 생산 체제로 사세를 키우는 과정에서 해외 현지 공장 기술자 관리에 실패했다고 판단하고 현지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한국토요타는 “끊임없는 카이젠(改善·현장 경영혁신) 등 다양한 도요타의 경영이념(도요타 웨이)을 현지 기술자에게 전달하면서 공정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경쟁사보다 일찍 시작한 친환경차 전략도 성공적이었다. 오태헌 경희사이버대 일본학과 교수는 “글로벌 판매 1위를 목표로 양적 팽창만 추구하다가 리콜 사태가 벌어지자 친환경차 생산 체제를 강화하는 등 질적 강화로 전략을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위기 이후 적극적으로 대체에너지 차량을 늘리면서, 올해 전 세계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카 누적판매 대수 1000만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11월 유럽 시장에서 출시한 소형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C-HR'은 단일 차종이 도요타자동차의 전체 유럽 자동차 판매량의 16%를 도맡고 있다.
반면 디젤차는 판매 비중을 선제적으로 줄였다. 미국·한국 등 주요 시장에서는 디젤차를 아예 안 판다. 디젤차가 절반 이상(51%·1~8월 기준)인 유럽시장에서도 도요타 디젤차 판매 비중은 14%에 불과하다.
 
도요타자동차의 미국 켄터키 공장. [사진 도요타]

도요타자동차의 미국 켄터키 공장. [사진 도요타]

 
이른바 ‘아베 효과’ 덕도 봤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2013년부터 양적 완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지난 4년 동안 303조엔(약 3075조원)을 시장에 풀었다. 엔화 가치를 끌어내려 일본 기업의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한 환차익을 도요타는 연구개발(R&D)에 꾸준히 투자했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정비 투자 비중이 큰 자동차 산업에서 도요타는 엔저 효과와 안정적인 노사관계 덕분에 상대적으로 R&D 투자 여력을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과물이 지난여름 북미 시장에 출시한 중형 세단 8세대 캠리다. 한장현 대덕대 자동차과 교수는 “도요타자동차가 R&D 투자를 확대하면서 승용 모델 상품성이 크게 개선됐다”며 “실제로 캠리가 동급 최고 연비(22.1km/L)와 안전 사양을 적용해 실용적 소비 성향이 높은 미국 승용차 시장에서 판매를 확대하자 이 여파로 현대차 파이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도요타는 글로벌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해 다시 한번 승부수를 던졌다. 미국 자동차 제조사가 승용 모델을 축소하는 분위기에서, 도요타는 오히려 승용차 시장 확대 전략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도요타는 올해 미국 켄터키주의 캠리 공장에 13억 달러(약 1조4300억원)를 투자했다. 하이브리드카·전기차 생산이 가능한 표준 설비(도요타 뉴 글로벌 아키텍처)를 도입하기 위해서다. 2021년까지 미국 남부에 소형세단 코롤라 생산 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도요타자동차가 미국에 공장을 신설하는 건 2007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 7월에는 제조·판매·금융 등 북미 지역에 흩어져있던 본사 기능을 종합한 북미 본사를 미국 텍사스주에 설립했다.
 
지난해 하반기 2624달러(289만원)였던 판매 장려금도 올해 3018달러(332만원)로 늘렸다. 이승원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수익성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뜻”이라며 “미국 승용차 시장 회복을 지금부터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서 자국에서는 군살을 빼고 있다. 2018년부터 도요타는 일본 전역을 7개 권역으로 개별 영업본부를 신설하고, 4개 차종별(고급차·중급차·소형차·2030차)로 구분한 현행 판매네트워크도 합쳐서 단순화한다. 일본에서 판매하는 60개 차종을 2020년까지 30개로 축소하기 위해서다.
이승원 연구위원은 “이런 도요타의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 지배력은 더 공고해질 것”이라며 “다만 회복 시점이 불확실한 승용차 시장에 경영 자원을 대거 투입하는 것은 위험한 전략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문희철·윤정민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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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