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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대책 발표에 '일단 안도', 그러나 '지진 불안감' 여전

 
포항지진으로 2018 대학수학능력평가가 일주일 연기된 지난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 경복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포항지진으로 2018 대학수학능력평가가 일주일 연기된 지난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 경복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0일 오전 ‘수능 시행 범부처 지원 대책과 포항 수능시험장 운영 방안(이하 수능 대책)’을 발표하자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포항지역 수험생의 경우 포항 관내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고, 다른 지역 수험생도 큰 변동사항이 없어서다. 그러나 오는 23일 수능 시험 전후로 또 다른 지진이나 여진이 올 경우 상황에 따라 포항 인근의 경북 영천이나 경산 등으로 예비시험장으로 옮겨야 할 수도 있어 심리적인 불안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이날 정부 수능 대책이 발표된 직후 경북 포항시 북구 포항여자고등학교. 이 학교는 포항 내에서 시험을 본다는 교육부의 발표를 본 뒤 3교시까지만 수업을 하고 하교했다. 아직 건물 벽체 곳곳에 금이 간 상태여서 안전을 위해 학생들을 일찍 귀가시키는 것이다. 하굣길에 만난 3학년 원자랑(18) 양은 “잠자리 문제 등 때문에 시험장소가 포항 외 지역으로 바뀔까 봐 걱정했는데 남구로 대체시험장이 결정됐다고 해서 다행이다”며 “시험 전이나 시험 도중에 간밤에 있었던 것처럼 큰 여진만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친구들도 서로 ‘괜찮을 거야’라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포항고등학교에서 등교한 수험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포항고등학교에서 등교한 수험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구 영신고등학교 3학년 김성민(19)군은 원래 자신의 학교 근처인 대동고등학교에서 수능을 치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15일 규모 5.4 지진으로 대동고 건물이 크게 파손되면서 수능 수험장이 바뀌었다. 김군은 “대구 등 다른 지역에서 수능을 치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많이 나돌아 걱정했는데 포항 안에서 칠 수 있게 돼 다행이다”며 “집이 원래 남구에 있어 바뀐 수험장과 오히려 거리가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지진 피해 수험생들이 베스트웨스턴 포항호텔측이 마련한 곳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부모님과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9일 지진 피해 수험생들이 베스트웨스턴 포항호텔측이 마련한 곳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부모님과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기존 북구에 있는 포항고·포항장성고·대동고·포항여고 고사장은 남구 포항제철중·오천고·포항포은중·포항이동중으로 바뀌게 됐다. 포항지역 수험생 6098명 가운데 이들 4개 학교에서 시험을 치를 예정이던 2045명의 시험장소가 바뀌면서 이 지역 수험생의 3분의 1가량이 새로운 곳에서 시험을 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오는 23일 수능 시험 전후로 또 다른 지진이나 여진이 올 경우 포항 밖으로 고사장을 옮길 수도 있어 불안감은 여전하다. 포항여고 백성준(56) 부장교사는 “학생들 모두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크게 내색은 하지 않지만, 강진이 올 경우 고사장을 옮길 수도 있어 그것이 지금은 가장 큰 걱정이다”고 말했다. 영신고등학교 문재원(50) 3학년 담임교사는 “수능만을 바라보고 1년 가까이 달려온 학생들이 일정 변경에 지진까지 여러 가지 변수속에 시험을 치러야 해 너무 안타깝다”며 “시험에만 집중해야 할 학생들이 이런 걱정 때문에 혹시 시험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다. 유성여고 수험생 학부모인 정은경(47)씨는 “딸이 ‘외부로 가는 것보다 포항 지역 내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어 다행이다’고 하는데 앞으로 또 다른 지진이 올 수도 있어 저나 딸이나 모두 불안하고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포항지진여파로 2018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23일로 연기된 가운데 지난 17일 오전 서울 용산고등학교에서 고3수험생들이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포항지진여파로 2018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23일로 연기된 가운데 지난 17일 오전 서울 용산고등학교에서 고3수험생들이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포항 이외 지역도 심리적으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또다시 지진이 와 수능 일정이 또 변경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대표적이다. 또 고사장의 교실이 바뀐다고 하는데 수험표는 옛것을 그대로 써도 되는지 등 세부적인 안내가 더 필요하다는 반응도 있다. 경남 창원에 있는 마산용마고 김철만 3학년 부장 교사는 “현재 학생들의 분실 우려 때문에 수험표를 다 거둬 학교에 보관하고 있는데 시험을 치르는 교실이 바뀌면 수험표의 일련번호 등도 변경돼야 하는 것 아닌지 궁금하다”며 “오늘 정부 발표가 있었지만, 구체적인 변경 사항들에 대해보다 상세한 지침을 마련해 일선 학교에 전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정광고등학교 강동우 3학년 진학부장 교사는  “정부 방침을 신뢰하지만, (학생들이 수능 당일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는) 예상되는 상황별 세심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경북 포항의 지진발생으로 사상 초유 1주일 연기된 16일 오후 대전 서구 둔산동 충남고등학교에서 3학년 수험생들이 수능 시험대신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경북 포항의 지진발생으로 사상 초유 1주일 연기된 16일 오후 대전 서구 둔산동 충남고등학교에서 3학년 수험생들이 수능 시험대신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포항지진 여파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연기된 지난 16일 오전 서울 중구 종로학원 옥상에서 수험생들이 버렸던 참고서와 학습지를 다시 찾고 있다. [뉴시스]

포항지진 여파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연기된 지난 16일 오전 서울 중구 종로학원 옥상에서 수험생들이 버렸던 참고서와 학습지를 다시 찾고 있다. [뉴시스]

 
학부모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수험생 아들을 둔 주부 박민선(47·광주광역시)씨는 “수능 당일 지진이 나면 수험생들이 일단 대피를 해야 하는지, 감독관의 안내를 기다려야 하는지 상황별 세부적인 행동요령이 궁금하다”며 "수험생들이 자신에게 닥칠 수 있는 지진 상황에 맞춰 행동 요령을 숙지해야 지진이 나더라도 혼란으로 인한 큰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재수생 자녀를 둔 이슬비(49·여·진주시) 씨는 “그날 또 다른 지진이 오면 또다시 일정이 변경되는 건 아닌지, 그리고 교육부나 관련 공무원들이 세부계획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별 탈 없이 시험이 치러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포항 이외 지역도 지진이나 여진에 따른 상황별 구체적인 행동요령을 만들어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알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항·광주광역시·창원=김정석·백경서·김호·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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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