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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후 첫 포항 등굣길 학생들 "수업 중 다시 지진날까 겁나"

규모 5.4의 강진으로 인해 휴업에 들어갔던 경북 포항지역 각 학교가 20일 정상 등교했다. 포항시 북구 영신고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포항=프리랜서 공정식

규모 5.4의 강진으로 인해 휴업에 들어갔던 경북 포항지역 각 학교가 20일 정상 등교했다. 포항시 북구 영신고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포항=프리랜서 공정식

"저기 벽에 금 간 거 봐라! 장난 아니네!"
 
20일 오전 7시 30분쯤 경북 포항시 북구 우현동 영신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한 무리의 학생들이 계단을 오르면서 학교 건물 외벽에 심하게 난 균열을 가르켰다. 지난 15일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후 처음으로 등교하는 길에서다.
 
이날 지진 피해가 심한 포항지역 유치원 12곳, 초등학교 12곳, 중학교 4곳을 제외한 모든 학교가 일제히 정상 수업을 재개했다.
 
간밤에도 규모 3.5(19일 오후 11시 45분)와 3.6(20일 오전 6시 5분)의 강한 여진이 일어났지만, 학생들은 대부분 학교로 등교했다. 하지만 등교하는 학생들의 표정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규모 5.4의 강진으로 인해 휴업에 들어갔던 경북 포항지역 각 학교가 20일 정상 등교했다. 포항시 북구 영신고등학교 외벽이 강진으로 인해 갈라져 있다. 포항=프리랜서 공정식

규모 5.4의 강진으로 인해 휴업에 들어갔던 경북 포항지역 각 학교가 20일 정상 등교했다. 포항시 북구 영신고등학교 외벽이 강진으로 인해 갈라져 있다. 포항=프리랜서 공정식

 
2학년 홍기표(18)군은 "새벽에도 여진이 일어나서 부모님이 크게 걱정을 하신다. 또다시 큰 지진이 나면 무조건 책상 밑으로 들어가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홍군은 "지진 당시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다가 화장실 벽면 타일이 떨어져 허리를 다쳤다. 그래서 부모님 걱정이 더 큰 것 같다"고 했다.
 
같은 학년 최호린(18)군은 "집에서는 난리가 났다. 부모님은 아직 지진이 안 끝났는데 학교 가도 되는 거냐고 계속해서 걱정했다"면서 "지진이 나면 수업 중이라도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고 신신당부하셨다"고 말했다.
 
지진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된 고3 수험생들도 등교했다. 수능이 갑자기 연기되면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모습이었다. 
20일 오전 경북 포항시 영신고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항시 북구 영신고등학교 외벽이 강진으로 인해 갈라진 모습이 보인다. 포항=프리랜서 공정식

20일 오전 경북 포항시 영신고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항시 북구 영신고등학교 외벽이 강진으로 인해 갈라진 모습이 보인다. 포항=프리랜서 공정식

 
3학년 엄철호(19)군은 "수능이 연기되면서 집중력이 흐려진 면도 있지만 사람 생명이 가장 중요하니까 수능 연기 결정은 잘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수능이 연기됐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포항지역을 비난하는 이들 때문에 상처를 받은 학생도 있었다. 윤찬(19)군은 "수능이 연기돼 다행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의 부담이 크다"며 "포항 사람들을 욕하는 네티즌들도 포항에서 지진을 직접 느껴봤다면 그런 말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학교로 들어서니 지진 직후의 충격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사물함에서 책이 쏟아져 바닥에 어질러지고 벽 곳곳에 난 균열 밑으로 돌가루가 흩어져 있었다. 지진으로 조명이 고장 나 어두컴컴한 교실도 눈에 띄었다.
20일 포항시 북구 영신고등학교 학생과 교사가 지진으로 흐트러진 교실과 복도를 정리하고 있다. 포항=프리랜서 공정식

20일 포항시 북구 영신고등학교 학생과 교사가 지진으로 흐트러진 교실과 복도를 정리하고 있다. 포항=프리랜서 공정식

 
학생과 교사들은 수업을 시작하기 전 모두 청소에 나섰다. 바닥에 떨어진 책을 모아 정리하고 쓰레기를 포대 자루에 담아 날랐다. 김형수(51) 3학년 부장교사는 "지진 당시 3학년 학생들에게 수능 안내 영상을 보여주고 있었다"며 "강한 진동에 사물함에 있던 책이 쏟아지고 책걸상이 마구 흔들렸다. 학생들은 평소 훈련한 대로 책상 밑으로 몸을 숨겼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조그만 소음과 진동에도 소스라치게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한 학생이 장난으로 교실 바닥에 발을 구르자 상당수 학생이 매우 놀라기도 했고, 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책 뭉치가 바닥에 떨어져 소리가 나자 일부 학생들이 벌떡 일어났다.
 
이날 영신고 3학년 교사들은 지난주 학생들에게 전달했던 수능 수험표를 회수하기도 했다. 자칫 학생들이 수험표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경북도교육청이 내린 지침이다. 회수한 수험표는 각 학교에서 보관하고 있다가 수능일 전날인 22일 다시 배부한다.
20일 포항시 북구 영신고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가 학생들의 수능 수험표를 회수하고 있다. 수험표는 수능 전날인 22일 재배부된다. 포항=프리랜서 공정식

20일 포항시 북구 영신고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가 학생들의 수능 수험표를 회수하고 있다. 수험표는 수능 전날인 22일 재배부된다. 포항=프리랜서 공정식

 
같은 시각 포항시 북구 덕산동 포항초등학교에도 아이들은 등굣길에 올랐다. 아이들은 저마다 간밤에 두 차례 있었던 여진에 관해서 이야길 나눴다. 부모가 차로 데려다주거나 엄마 손을 잡고 등교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1학년 윤유선(7)양은 "좀 무섭긴 해도 학교에서 한 번 대피해 봐서 (여진이 와도) 잘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지진 당시 방과 후 활동을 하고 있던 학생 대부분이 지진을 겪었다. 유치원생을 포함 200여 명 정도다. 학교 안전지킴이인 이관호(58)씨는 "당시 아이들이 잘 대피했지만, 여진을 계속 겪으면서 두려움이 클 것"이라며 "오늘 여진이 크게 발생할까 봐 단단히 마음을 먹고 왔다"고 말했다.
20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포항초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지난 15일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일어난 후 첫 등교다. 포항=백경서기자

20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포항초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지난 15일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일어난 후 첫 등교다. 포항=백경서기자

 
이 학교 곳곳에 테이프가 임시로 붙여져 있었다. 승남숙(60) 교장은 "지진 직후 검사를 받았고 등교가 가능한 상태지만 일부 건물에 균열이 간 부분은 아이들이 보고 놀랄까 봐 선생님들이 일일이 테이핑했다"고 말했다. 학교 강당 2층은 지진 당시 천장재가 일부 무너져 폐쇄한 상태다.
 
이날 포항초에선 학교 자체적으로 1교시부터 지진대피 훈련을 했다. 영상으로 지진대피 행동요령교육을 한 뒤 5분간 책상 밑으로 대피하고 다음 건물 밖인 운동장으로 나가는 절차였다. 4학년 김은희(10)양은 "이미 여러 번 해봤지만, 오늘 더 열심히 참여했다"고 말했다.
 
포항초의 경우 피해가 크지 않아 대부분의 아이가 등교를 했다. 하지만 이날까지 휴교를 결정한 장성초, 항도초 등의 경우 부모들은 아이를 학교에 보낼지 말지 고민 중으로 알려졌다. 
20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포항초에서 학교안전지킴이 이관호씨가 등교하는 학생과 대화하고 있다. 이날은 지난 15일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일어난 후 첫 등교일이다. 포항=백경서기자

20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포항초에서 학교안전지킴이 이관호씨가 등교하는 학생과 대화하고 있다. 이날은 지난 15일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일어난 후 첫 등교일이다. 포항=백경서기자

 
항도초 관계자는 "오늘(20일) 상황을 보고 휴업을 연장할지 결정하기로 했다"며 "부모들이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 텐데 학교에서 오히려 대피가 잘 이뤄지고 맞벌이 부모의 경우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게 더 안전하다고 판단할 수 있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홍모(30)씨는 "아이 둘을 키우는데 어린이집과 초등교에서 정상보육 문자가 왔다"며 "맞벌이라 아이 할머니가 대신 보겠다고 말씀하시지만, 혼자 아이 둘을 데리고 대피하는 게 더 힘들 것 같아서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포항=김정석·백경서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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