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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한국 성공 무서워해···美가 떠나거나, 전쟁 나거나"

 
2009년 8월 4일 평양을 방문한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뒷줄 오른쪽 두번째가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연구위원.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2009년 8월 4일 평양을 방문한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뒷줄 오른쪽 두번째가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연구위원.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주한미군 철수 때까지 핵 포기 안한다 
북한이 두달 째 추가 도발을 하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이후 북핵 해결에 진전이 있을 것인가.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북한의 핵고도화 완성 이후엔 정말 전쟁의 순간이 올 수도 있다.” 1979년 미국의 외교관으로 서울에 첫발을 디딘 이후, 미 국무부 한국과장을 거쳐 40년 째 한반도 이슈에 천착하고 있는 데이비드 스트라우브(62·David Straub) 세종연구소 세종-LS 연구위원의 얘기다. 스트라우브 위원은 제네바 4자회담(1996~98년)과 1~3차 베이징 6자회담(2004~2006년)에 실무 참여했고, 은퇴 뒤에도 2009년 오바마 행정부의 요청으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수행해 억류된 미 여기자 석방을 위해 방북했다.   

 
미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세종연구소 세종-LS 연구원.[중앙포토]

미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세종연구소 세종-LS 연구원.[중앙포토]

 
지금 북한의 도발이 잠잠하다.
“나는 북한의 의도를 매우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이다. 좋은 일을 하려고 쉬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핵미사일 추가 실험 관련) 기술적인 문제가 있거나, 미국의 항모가 너무 많이 와 있어서 조심하고 있거나, 중국의 화를 의식한 조치일 수 있다.”  
 
북한이 유화적인 태도로 나올 것이란 전망도 있는데.
“북한의 언행은 거짓말과 진실로 나눠지지 않는다. 목적에 맞출 뿐이다. 잠시 쉬어 가는 게 낫겠다고 판단하면 지금이라도 평화공세를 시작할 수 있다.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된다. 북한과 대화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북한 체제의 본질을 직시하면서 의도에 끌려다니지 말고 협상해야 한다는 얘기다. 북한은 지난 30년간 우리를 바보 취급했다.”
 
북한과의 협상이 조만간 시작될 수도 있지 않나.  
“북한에 대해 핵도발을 강화하고 그걸로 협박하면 치를 대가가 더 커질 것임을 충분히 보여준 다음 해야 한다. 북한의 주장은 과거보다 더 강할 것이고 협상은 깨지게 마련이다. 대화 국면이 진행되면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은 느슨해진다. 한번 흐트러진 에너지를 다시 모으기가 쉽지 않다. 아주 현명하게 일관성 있게 해야 한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성공해야 한다.”
 
스트라우브 위원은 “북한은 성공적인 대한민국의 존재 자체를 무서워하고 있다”며 ”핵보유의 목적은 핵을 지렛대로 미국에게 압력을 가해서 한국을 포기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목적을 이룰 때 까지 북한은 더 많고 더 고도화된 핵과 미사일로 강도 높은 협박을 지속할 것이다. 그 상황이 계속 갈 수는 없다. 언젠가는 깨지게 돼 있다. 미국이 떠나거나, 아니면 전쟁이 나거나. 한반도의 불안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1950년 1월의 에치슨라인처럼 미국이 한국에서 물러날 수 있나.  
“6·25 전쟁때 미군 3만3686명이 죽고, 8176명이 행방불명됐다. 미국내에선 대한민국을 잃어선 안된다는 본능이 있다. 비록 미국 대통령이 그것을 모를지라도, 미국 정치권과 기관, 언론이 갖고 있는 정서가 있다. 세월이 흘렀고,언젠가 상황이 바뀔 수 있지만 아직은 아니다. 더구나 북한이 핵을 몇개 갖고 위협한다고 겁을 먹고 3만4000명의 목숨으로 지킨 땅에서 물러난다는 것은 공화·민주당 할 것 없이 미국의 자존심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헨리 키신저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북핵 해결과 주한미군 철수를 맞바꾸는 이른바 ‘미·중 빅딜론’을 냈는데.
“바보같은 얘기다. 키신저 박사의 경우 외국에서 더 신뢰를 받는다. 미국 안에서 키신저를 높이 평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영향력도 없다. 예전부터 그랬다. 중국에 아부하며 중국의 돈을 받았다고들 한다. 늘 미·중 둘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북한이 핵을 가져서 미군이 떠난다? 상식적이지 않다.”
 
트럼프가 중국을 방문하기 전, 지난 달 키신저를 만나지 않았나.
“둘 다 뉴욕 사람이다. 트럼프는 50년간 뉴욕에서 자신이 섹시하고, 똑똑하고, 굉장한 부자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싸구려 언론 앞에서 엉뚱한 짓을 해왔다. 키신저와 나란히 앉아 외교에 대해 얘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한국에선 그런 게 신경이 쓰이겠지만 그냥 쇼다.”
 
스트라우브 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아시아 순방과 관련해서도 “역내 지도자들이 트럼프가 원하는 것을 대체로 맞춰 주고 트럼프도 연설문만 읽으며 무난히 끝났지만 미국인들로선 미국의 쇠퇴, 중국의 부상 이런 것을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추구해온 미국의 외교안보정책을 파괴하고 있는 트럼프에 대한 공화당 주류의 위기감도 크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 후 문재인 대통령의 모두 발언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얘기가 담겼다.
-“96~98년 4자(남·북·미·중)회담을 복기해봐야 한다. 클린턴·김영삼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뒤 2년 간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에 집중했다. 나오지 않으려는 북한을 중국까지 나서 협상 테이블에 앉혔는데, 북한은 2년 내내 북·미간 협정 사인과 미군 철수만 주장했다. (신뢰구축 등)협정에 담기는 내용엔 관심이 없었다.”
 
스트라우브 위원은 “북한이 핵을 사실상 보유한 지금 협정을 얘기하면 ‘한반도의 외세배격’을 더 강하게 주장할 것”이라며 “4자회담 20년이 지난 지금은 중국의 존재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0년간 국방비를 급격하게 늘린 나라는 일본도, 미국도 아닌 중국(2016년 224조원)이다. 지금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의 목표는 주한미군 철수다. 중국과 북한의 전략적 목표는 같아졌다. 사드가 아니더라도 중국이 원치 않는 것을 한국이나 한·미가 하려고 하면 더 강도 높은 제재 비슷한 것을 한국에 취할 것이다. 한국에서 한·미·일 공조를 두고 냉전 구도의 부활이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는데, 누가 냉전 구도 복원을 추구하나. 중국과 러시아다.”
 
1998년 3월 제네바 4자회담 2차 본회담을 앞두고 만난 찰스 커트먼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송영식 외교통상부 차관보. 남북미중이 만난 4자회담에서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 외엔 관심이 없었다고 스트라우브 연구원은 밝혔다. [중앙포토]

1998년 3월 제네바 4자회담 2차 본회담을 앞두고 만난 찰스 커트먼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송영식 외교통상부 차관보. 남북미중이 만난 4자회담에서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 외엔 관심이 없었다고 스트라우브 연구원은 밝혔다. [중앙포토]

 
2009년 8월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방북해 5개월간 억류된 여기자 두명을 데려 왔는데.
“북한이 여기자들을 인질로 잡고 있다가 전직 대통령을 불렀다. 북한이 미국과 대화하려고 보내는 신호라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우리 일행에게 어떤 특별한 메시지도 주지 않았다. 사진(김정일과 클린턴 대통령) 한장 찍어서 체제 선전을 하려 했는지, 아직 의도를 모르겠다. 왜 미국인을 인질로 삼고 협박할까. 이런 일에 대한 미국의 대북 반감을 북한 고위층 인사 중 아는 이들이 있을 텐데 왜 계속할까. 웜비어 사건도 마찬가지다. 진짜 미국에 대해 모르는가. 미국에 해로운 일을 하는 것이 그들에겐 선(善)이어서 그럴까. 결국은 체제의 본질 문제가 아닐까.”
 
2009년 8월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5개월간 억류된 미 여기자 석방을 위해 방북한 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찍은 사진.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의 지시에 따라 사적인 차원의 방북으로 제한했고 북한은 클린턴 대통령을 불러 놓고 아무런 메시지를 전하지 않았다. [중앙포토]

2009년 8월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5개월간 억류된 미 여기자 석방을 위해 방북한 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찍은 사진.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의 지시에 따라 사적인 차원의 방북으로 제한했고 북한은 클린턴 대통령을 불러 놓고 아무런 메시지를 전하지 않았다. [중앙포토]

 
정년이 안됐는데 2006년 외교관직에서 은퇴했다고 들었다.
“이라크 전쟁 등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과 더 이상 같이 할 수 없었다. 부시 대통령의 승인 아래 미 정부가 테러용의자들에게 가한 물고문(Waterboarding) 행위도 용납할 수 없었다. 나의 나라가 물고문을 한다? 견딜 수 없었다. 1982년 당시 국무부의 연례 인권 보고서 자료를 만들 때 한국내 물고문 사례를 보고하면서 충격을 받았는데, 그걸 미국이 한 것이다. 외교관으로서 열심히 하려는데, 정상에 있는 사람이 미국의 이미지를 망쳐 놓는 게 심리적으로 참기 힘들었다.”
 

 스트라우브 위원은 인터뷰 내내 영어를 전혀 쓰지 않았다. 한국말은 막힘이 없었다. “젊었을 때 더 열심히 배웠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나이 들어서 교정하는 게 힘들다”고 했다. 한국인 부인과 사이에 장성한 2남 1녀를 뒀다. 올해 초 세종연구소로 오기 전 미 스탠포드대 한국학센터 부소장을 지냈다. 반미주의가 분출한 1999년~2002년 경험을 토대로 『반미주의로 보는 한국 현대사』를 냈다.
 
김수정 외교안보 선임기자 kim.su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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