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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꼰대들이여, '버럭'하지 말고 분노하라

기자
김성희 사진 김성희
삐치다. [사진 pakutaso]

삐치다. [사진 pakutaso]

 
우리말이니 당연한 소리겠지만, 절묘하다 여겨지는 단어들이 있다. ‘삐치다’도 그중 하나. 사전의 풀이로는 ‘성이 나거나 못마땅해서 마음이 토라지다’라는데, 마음의 결이 조금 엇나감을 표현하는 말로 이만한 게 없지 싶다. 소리만 들어도 그 뜻이 짐작된다 할까.

 
‘삐치다’가 노여움의 가장 약한 정도를 가리킨다며 가장 강한 노여움을 나타내는 말은 무엇일까. 얼른 떠오르는 것이 ‘분기탱천(憤氣撐天)’이오 ‘분기충천’이다. 분한 마음이 하늘을 찌른다니 얼마나 화가 났는지 짐작이 어려울 정도다.  
 
물론 일상에서 ‘분기탱천’할 일은 거의 없다. 그저 ‘못마땅하거나 언짢아서 나는 성’, 즉 화를 내거나 ‘분개하여 몹시 내는 성’, 즉 분노 사이에서 감정이 요동칠 따름이다. 한데 나이가 들수록 화가 잦아진다. 내심 ‘거리낄 게 없다’는 생각이 작용해서인지 모른다.
 
 
분기탱천. [중앙포토]

분기탱천. [중앙포토]

 
문제는 화는 자주 내면서 분노는 갈수록 줄어든다는 점이다. 글쎄, 이런 분류가 가능한지 모르겠으나 ‘화’라면 사적이고 사소한 일에 성내는 것이고, ‘분노’는 공적이고 비교적 큰일에 노여워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이를테면 내가 그랬다. 며칠 전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에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왼쪽에 서 있었더니만 뒤에 섰던 이가 비켜달라는 거였다. 고관절이 아파 걷기 불편하던 터였다. 마침 에스컬레이터에선 뛰거나 걷지 말라는 포스터가 바로 옆에 보였기에 손으로 가리키며 당당하게 짜증을 냈다. “급하면 계단으로 가지”하고. 그래 놓고는 한동안 마음이 복잡했다. ‘별것도 아닌 것을…’하는 생각과 ‘룰은 지켜야지’하는 생각이 엇갈렸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중앙포토]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중앙포토]

 
 
화만 내는 꼰대들 
 
이처럼 여차하면 화를 낼 채비가 되어 있는 ‘꼰대’들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요즘 젊은것들’하는 짓이 온통 눈꼴이 시고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이 못마땅한 것 투성이라 여겨서다. 가족들 역시 자기를 논외로 치는 눈치인 듯해서다.  
 
반면 ‘분노’는 줄어든다. 자신에게 불편이나 손해를 끼친다 싶으면 즉각 반응하지만 사회적 부조리, 불공정 이런 것엔 둔감하다. 그러기에 세월호 사건이나 비리 혐의로 물러난 청와대 수석에 대해선 열을 올리고 목청을 높이는 대신 “쯧쯧” 혀를 차는 데 그친다.
 
하지만 지금 사회를 만든 것은 나이든 이들이다. 요즘 젊은이들, 그 안에서 그 룰에 따라 경기할 따름이다. 그러니 나이가 많을수록 ‘오늘’에 대한 책임의 무게가 무겁다. 쩨쩨한 일에만 화낼 게 아니라 자기 이익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사회적 모순에 분노해야 한다. 아니면 단지 뒷방에 모셔야 할, 성마른 꼰대로 치부될 테니까.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jaeja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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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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