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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의 사소한 취향] 아까워할 시간도 아깝다

이영희 중앙SUNDAY 기자

이영희 중앙SUNDAY 기자

매년 이 시기쯤 되면 드는 생각이지만 올해는 유독 ‘한 게 없구나’란 자괴감에 시달린다. 봄 무렵 잠시 유행을 좇아 발레를 배우기 시작했다가 중력에 지나치게 순응해 버린 몸을 탓하며 포기해 버린 게 전부다. 누군가에게 이런 실패담을 늘어놓았더니 이 만화를 추천했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지난달 완결된 웹툰 ‘나빌레라’(글 HUN, 그림 지민·사진). 늦은 나이에 어릴 적부터 품었던 발레리노의 꿈에 도전하는 한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일흔 살을 얼마 앞두고 “늙음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전직 우체부 심덕출씨가 주인공. 익숙함에 순응하면 편하겠지, 하지만 “아직 해보지 못한 것이 산더미인 것을, 순순히 굴복하진 않을 테다”라는 다짐이 솟아오른다. 인터넷에서 발레복을 구입하고 자식·손주들 앞에서 선언한다. “내가 말이다. 발레를 해보려고 한다.” 예상대로 반대에 직면한다. 동네 창피하다며, 나이에 맞게 등산이나 하시라며 말리는 가족들. 하지만 결심은 쉽게 꺾이지 않는다. 젊은이들로 바글바글한 동네 발레 스튜디오에 덜컥 등록해 버린다.
 
웹툰 '나빌레라'

웹툰 '나빌레라'

이야기는 모난 데 없이 따뜻하다. 발레학원에서 스물세 살의 발레 선생님 채록을 만나는 덕출씨. 재능은 있지만 자신의 꿈에 굳건한 확신이 없는 젊은이와 꿈은 있으나 몸이 따라주지 않는 노인은 서로의 빈 곳을 채우며 이내 친구가 된다. “고민이 된다는 건 행복한 거야. 고민조차 못 하게 되는 늙음이 찾아오면 지금 망설인 걸 많이 후회하게 될 텐데, 그래도 괜찮겠어?” 채록이 흔들리는 순간마다 지혜롭고 사려 깊은 격려를 아끼지 않는 덕출 할아버지의 캐릭터는 차라리 판타지에 가깝다. 그래서 더 바라게 된다. 그의 힘겨운 도전이 쉽게 막을 내리지 않기를.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을 땐 당신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라는 것, 나이가 몇이든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다면 포기하지 말라는 것. 만화의 메시지는 간결하고 강렬하다. 이야기의 마지막, 덕출 할아버지는 급격히 쇠약해 가는 몸과 마음을 확인하며 꿈에서 눈을 돌린 채 흘려보낸 날들을 아쉬워한다. 그리고 이내 말한다. “아까워만 할 시간도 아깝다.”
 
스스로에게 권해 본다. 아직 올해가 한 달도 넘게 남았으니 후회할 시간을 아껴 무언가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떠한가. 
 
이영희 중앙SUNDAY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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