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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석유

석유
-송경동(1967~ )

 

시아침 11/20

시아침 11/20

어려선 그 냄새가 그리 좋았다
모기를 죽이는 것도
뱃속 회충을 죽이는 것도 그였다
멋진 오토바이를 돌리고
삼륜차 바퀴를 돌리고
누런 녹을 지우고 재봉틀을 매끄럽게 하던
미끈하고 투명한 묘약
맹탕인 물과는 분명히 다르고
동동 뜨던 그 오만함도, 함부로 방치하면
신기루처럼 날아가버리던 그 가벼움도 좋았다
알라딘의 램프 속에 담겨진 것은
필시 그일 거라 짐작하기도 했다
개똥이나 소똥이나 물레방아나
나무장작과 같은 신세에서 벗어나
그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렇게
기름때 전 공장노동자가 되었다
빨아도 빨아도 지워지지 않는 얼룩도
그의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우리의 근대는 서양의 석유가 한반도에 들어오면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석유는 기계문명과 자본주의라는 경제 체제를 데리고 들어왔다. 우리는 편리해졌고, 그리하여 우리는 곧 석유에 잠식당했다. 이제는 석유라는 에너지의 힘 없이는 하루도 버티기 힘들게 됐다. 이 시에서 공장 노동자의 얼룩은 작업복의 기름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얼룩은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노동자의 숙명을 상징하는 시어다. 
 
<안도현·시인·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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