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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의 시시각각] 탈원전에서 생활내진 운동으로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 나갔더니 녹색당원들이 ‘2016년 경주 지진, 2017년 포항 지진 발생/ 핵발전소 추가 건설, 가동 중단하라’는 플래카드를 펼쳐들고 구호를 외쳤다. 포항 지진이 났다고 기다렸다는 듯이 탈핵론자들이 나타나 원전 폐기를 주장하는 것이다. 나는 과학 지상주의자는 아니지만 환경 근본주의자들이 취하는 불균형한 사고방식과 심각한 과학 경시를 수긍할 수 없다.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전제와 원전을 없애라는 그들의 결론은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무서우면 없애는 게 최선인가. 그렇지 않다. 관찰, 합리와 과학으로 극복하는 게 인간의 길이다. 두려움이라는 본능에 사로잡혀 문명의 성취를 파괴할 순 없다. 시민의 공포심을 자극해 표와 인기를 얻으려는 얄팍한 태도가 권력 위에 올라타게 되면 국민을 퇴행으로 이끌고 나라를 황폐화시킬 것이다.
 
지진에 대처하는 좋은 방법은 건물을 안 짓는 게 아니라 내진(耐震)을 확립하는 것이다. 포항 지진에서도 내진 기술에 입각해 엄격하게 지어진 건물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로부터 ‘내진설계 건물’ 인증을 받은 경북 포항시 북구의 장애인종합복지관은 3층 건물 전체에서 두세 곳에 실금이 겨우 발견됐을 뿐이라고 한다. 책장에서 책 한 권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흔들림은 미미했다(중앙일보 11월 18일자 4면). 반면에 여기서 3.4㎞ 떨어진 한동대는 외벽이 와르르 붕괴되고 내벽이 X자로 뒤틀리는 등 내진 시공이 안 된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지구상 건축물 가운데 내진 설계가 가장 잘된 곳은 원자력발전소다. 나는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 현장에 가 본 적이 있다. 원자로를 감싸는 격납 건물 공사엔 철근이 가로·세로 얼마나 빼곡히 박혀 있는지 그 사이로 콘크리트를 타설하기도 비좁아 보였다. 그 철근의 직경이 무려 5.6㎝나 됐다. 이번 포항 지진에서 완벽하게 보존된 포스텍 건물에 사용된 철근의 직경은 1㎝였다고 하니 원전 건축물의 견고함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내진 설계의 요체는 철근의 배치 방식이다. 수직 철근보다 수평 철근의 역할이 더 크다. 수평 철근들이 위아래로 얼마나 가까이 붙어 있느냐에 따라 내진력이 좌우된다. 과학적으로 보자면 지진의 수직파는 대부분 자연의 중력으로 흡수되지만 수평파는 오직 인위적인 수평 철근에 의해 상쇄될 뿐이다.
 
내진 설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건축물이 반드시 설계대로 지어져야 한다. 시공 관리라는 측면에서 세계의 원전들은 각국 법에 따라 설치된 정부 기관에 의해 이중·삼중 감시받고 있다. 이렇게 최고의 내진력을 갖춘 원전을 향해 지진만 나면 원전부터 폐기하라고 외쳐대는 앞뒤 안 맞는 소리는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
 
한국의 원전들은 높이 555m인 서울 롯데타워의 철근 밀집도보다 더 촘촘하게 철근을 박아 놨다. 큰 지진이 나면 원전을 걱정하는 거야 어쩔 수 없다 해도 워낙 높아서 막연히 불안감을 자아내는 롯데타워보다 더 근심할 일은 아니다. 지난 시절 공론화 논쟁에서 상식처럼 된 얘기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원인은 지진이 아니라 침수(沈水)였다. 후쿠시마보다 진앙에 더 가까웠던 오나가와 원전은 지진이 나자 동네 주민이 제일 먼저 대피했던 장소다.
 
나는 원전이 100% 안전하니 마음을 놓아도 좋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지진만 나면 원전부터 없애라고 선동하는 습관성 비과학 세력의 자제를 요청하는 것이다. 정말 국민 안전이 걱정된다면 탈원전보다 모든 학교와 병원·주거지를 내진화하는 생활내진 운동에 전념하는 게 정직하고 건설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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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