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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에게 서예 용품까지 줘가며 붓글씨 전도 27년

서예가 박용설씨가 이백의 시 ‘월하독작’을 쓴 자신의 작품을 배경으로 설명하고 있다. [김춘식 기자]

서예가 박용설씨가 이백의 시 ‘월하독작’을 쓴 자신의 작품을 배경으로 설명하고 있다. [김춘식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초대 작가 출신 서예작가 박용설(70)씨. 그가 올해 써내려간 서예 작품 40점을 전시하는 ‘초민 박용설’전이 서울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지난 14일부터 엿새간 열렸다. ‘용비어천가구’ ‘누실명’(허균) ‘평화의 기도’(성 프란치스코) 등 대작들이 전시됐다.
 
남한산성 아래를 작업실로 삼았다는 박씨의 작업 기간은 약 10개월. 그간 “꽃이 피고(봄), 낙엽이 졌다(가을)”고 한다. “평소 공개 전시를 꺼리다 제자들 제안으로 첫 전시를 열었다”는 그는 “특히 이백의 ‘장진주’(將進酒)는 10여 분간 일필휘지로 써내려간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또 작품 가운데 ‘산상수훈’(성경 마태복음)은 특유의 예서로 옮겨졌고, 초서로 써내려간 ‘월하독작’(이백)은 획이 꿈틀거리는 착시를 안겼다.
 
“서울대 사범대에서 교양과목(서예) 강사로부터 ‘서예 소질이 있다’는 칭찬을 들었어요. 그길로 서예에 입문했지요. 나중에 폐지됐지만, 사범대 서예회(동아리)도 제가 만들었습니다.(웃음) 이후엔 학남 정환섭 문하에서 서예 수업을 받았지요.”
 
이화여고 서예 교사로 일했던 그는 1975년 한국서예공모전 최고상을 받았고, 86년 현대미술관 초대 작가가 된 뒤로 70차례 국내외 서예전에 참가해 이름을 알렸다.
 
90년부터는 예술의전당 서예아카데미 강사로 쭉 활동하며 27년간 후진 양성에 힘썼다. 수묵헌(守黙軒) 김찬호 경희대 교수 등 약 50명의 유명 서예가를 배출했다.
 
박씨는 “필요하면 제자들에게 서예용품까지 마련해줬다. 중국 현지서 목간(木簡)을 구한 뒤 나눠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아내와 슬하에 두 직장인 아들을 둔 그는 “이번 전시 수익금은 모두 기부할 생각”이라며 “힘닿는 데까지 서예 활동을 이어가고, 후학을 양성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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