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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지진으로 원전 폭발?…영화 ‘판도라’가 말해주지 않은 것들

15일 오후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해 9월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6의 지진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전국 24기 원자력발전소는 지진에도 정상 가동됐다. 설비 고장이나 방사선 누출 없이 전력을 계속 생산했다. 
 
우려가 모두 사라진 건 아니다. 국내 원전의 대부분이 최근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동남권 지역에 몰려 있어서다. 원전 사고를 그린 영화 '판도라'가 포항 지진 이후 다시 한번 관심을 받고 있다. 영화 속엔 사실도 있고, 극적 요소를 가미해 과장한 내용도 있다. 판도라 속 대사를 따라 팩트를 가려봤다.
출처:영화 <판도라> 스틸컷

출처:영화 <판도라> 스틸컷

 
①“진도 7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공법이 적용된 견고한 시설과 비상사태를 대비한 완벽한 안전장치가 겹겹이 구비돼 있으며, 철저한 안전점검과 방지 체계 가동으로 사고 위험성은 제로에 가깝다.” (극 중 원전 홍보팀 직원 연주)
출처:영화 <판도라> 스틸컷

출처:영화 <판도라> 스틸컷

제로인지 아닌지는 누구도 모른다. 안전을 논할 때 100%란 없다. 지진의 영향으로 원전 사고가 발생하고, 이에 따라 방사능이 누출될 가능성은 있다. 원전 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괴담’으로 내몰아선 안 되는 이유다. 그러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과장해 일부러 공포를 조장할 필요는 없다.  
 
전 세계에서 원전 사고는 여러 차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관리 부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자연재해다. 판도라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차용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후쿠시마 원전은 지진으로 폭발한 게 아니다. 처음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일본은 원전 가동을 중단시키고 핵 원료를 냉각시켰다. 이때까지만 해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이후 거대한 쓰나미가 해안가의 방벽을 넘어오면서 원전이 침수돼 전기 공급이 끊겼다. 비상전원마저 물에 잠기면서 냉각계통에 문제가 생겼고 결국 폭발했다. 지진의 영향이긴 했으나 지진이 직접적 원인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의미다. 
 
판의 경계면에 위치한 일본 동쪽 지역보다 한국은 쓰나미 발생가능성은 작다. 물론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한국수력원자력은 해수면 기준 7.5m였던 고리원전의 쓰나미 방벽을 2013년 10m로 높였다.  
 
반대로 인근에서 지진이 발생했음에도 원전이 버텼던 사례도 있다. 1988년 아르메니아에선 규모 6.8 지진으로 2만 명이 넘는 주민이 희생됐지만 인근에 있는 메사모르 원전은 피해를 보지 않았다. 1995년 일본 고베 지진 때도 근처 원전은 자동으로 가동을 멈췄고, 격납 시설 역시 파괴되지 않았다.
 
원전하면 떠오르는 게 돔 모양으로 생긴 격납시설이다. 판도라에선 규모 6.1의 지진이 발생해 격납시설이 파괴되는 거로 묘사한다. 그러나 국내 원전은 규모 6.5의 지진에 버틸 수 있도록 내진설계가 돼 있다. 가장 최근에 지은 신고리 3호기는 규모 7.0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지어졌고, 나머지 23개 원전은 규모 6.5 수준이다. 
 
게다가 일본 후쿠시마 대지진의 후속 조치로 내진 성능을 보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20개 원전은 내진 성능 보강 공사를 완료했고, 고리 2호기와 한울 1·2호기는 내년 6월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진도 7 이상의 강진이 아니라면 지진으로 인한 원전 사고는 확률은 낮다고 봐야 한다.
 
②“연료봉이 공기 중에 노출되면 연료봉 온도가 올라가서 핵연료가 녹게 됩니다. 그게 멜트 다운입니다. 이때 수소가 발생하게 되고 그 수소가 차면서 격납건물 내 압력이 상승하게 됩니다. 격납고가 버틸 수 있는 한계가 있는데 이대로 방치하면 폭발하게 됩니다.”(극 중 원자력안전기술원장)
출처:영화 <판도라> 스틸컷

출처:영화 <판도라> 스틸컷

원전은 우라늄 원자에 중성자를 충돌시켜 핵분열을 일으키고,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증기를 만들어낸다. 이때 핵연료봉의 온도를 일정 수준에서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 만약 냉각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온도를 제때 낮춰주지 못하면 폭발사고가 날 수 있다. 국내 원전은 일부 냉각시스템의 고장에도 다수의 냉각수 펌프와 냉각수 주입설비가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다.
 
영화에서는 이 시설이 540kPa(약 5.4㎏/㎠)의 압력으로 폭발해 지붕이 파괴된다. 그러나 국내 원전에 적용한 극한내압능력은 1310kPa다. 누설된 냉각수가 기화돼 격납시설 내부압력이 높아지더라도 살수계통에서 차가운 붕산수를 분사해 압력을 낮춘다. 영화와 같은 수소폭발을 막기 위한 별도의 대책도 있다. 국내 원전에는 피동형수소재결합기(30대)와 수소점화기(10대)가 시설 내에 설치돼 있다. 
 
격납시설에 내부 철골이 없는 것도 실제와 다르다. 국내 원전은 철판, 콘크리트, 철근 및 텐던(강선다발)으로 벽두께가 1.2m 이상이다. 만약 극한내압능력을 초과하면 균열이 생기고, 서서히 무너져내릴 순 있지만 영화처럼 지붕에 구멍이 뚫리는 형태의 폭발은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영화 ‘판도라’ 현실과 이렇게 다르다

영화 ‘판도라’ 현실과 이렇게 다르다

③이 거대한 시설 안에 밸브만 3만 개, 배관 길이가 170㎞, 전선길이는 1700㎞입니다. 어느 부속이 녹이 슬었고, 균열이 생겼는지 어디 불량품이 들어가 있는지 모든 걸 속속들이 파악하려면 몇 년이 걸립니다. 그런데 그 작업을 겨우 2달 만에 끝내고 가동을 시킨 거 아닙니까?(극 중 원전 현장책임자 평섭)
출처:영화 <판도라> 스틸컷

출처:영화 <판도라> 스틸컷

밸브와 배관을 포함해 발전소 내 모든 설비엔 고유번호가 있다. 중요도에 따라 등급을 매겨 관리하고 꾸준히 정비와 교체 작업을 한다. 2개월 만에 원전 수명 연장을 결정하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수명이 연장된 원전의 계속 운전 허가를 받으려면 최소 5년이 걸린다. 크게 종합안전성평가(2년), 인허가심사(2년), 설비개선(3년)을 거쳐야 한다. 지역주민 의견 수렴만 해도 대략 2년 이상 걸린다. 계속 운전 중인 월성 1호기가 대표적으로 이런 절차를 거쳤다.
 
④”여기까지 방사능이 다 몰려오고 있다고요!”(대피 중인 시민)
출처:영화 <판도라> 스틸컷

출처:영화 <판도라> 스틸컷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가장 위험한 건 누출된 방사능에 의한 피폭이다. 판도라에선 고속도로에서 대피 중이던 시민들 뒤로 황사처럼 방사능이 몰려오는 장면이 있다. 이는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방사능은 색깔과 냄새가 없다. 사람의 오감으로 인지하기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일반인은 물론이고 전문가라도 장비가 없으면 어느 정도의 방사능이 존재하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누출 조짐이 보이면 사전에 대피하도록 하고, 최대한 사고 지점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야 한다. 흉부 X-RAY 촬영을 한 번 했을 때 방사능 노출량은 0.01mSv이다. 이 수치가 10mSv을 넘으면 실내로 대피해야 하고, 50mSv 이상이면 소개령(피해를 줄이기 위해 강제로 주민을 이동시키는 명령)이 내려진다.  
 
⑤“이런 상황에 대비한 대피계획이 있을 거 아닙니까?” “그런 건 없습니다.”(대통령과 참모진의 대화)
출처:영화 <판도라> 스틸컷

출처:영화 <판도라> 스틸컷

원전에서 방사선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 지방자치단체는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대책법’에 따른 방사선 비상계획, 위기관리 표준·실무·행동조치 매뉴얼대로 행동해야 한다. 
 
정부는 사태를 총괄하고, 주민보호조치를 결정한다. 지자체는 이 조치에 따라 주민 보호를 실행해야 한다. 위험 정도에 따라 백색·청색·적색비상을 발령하는데 백색비상이 가동되면 정부가 중앙통제실을 운영한다. 주민보호가 시작되는 건 적색비상 때다. 
 
정부가 주민 소개를 결정하면 주민은 미리 준비된 구호소로 이동한다. 구호소는 방사능 영향(방사능 구름)을 피해 2일~7일 정도 생활할 수 있도록 전기·수도 시설이 갖춰져 있고, 구호물품도 사전에 조달계획을 세워 비축·관리한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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