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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 횟수 경주보다 적어, 진앙 부근선 국내 첫 액상화 생겨

포항 지진 발생 나흘째
추수 끝난 마른 논에 웬 물이? 18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서 논에 물을 댄 듯한 일이 벌어졌다. 지진 이후 액상화현상으로 추정된다(왼쪽 사진). 물과 함께 모래와 점토층도 솟구쳤다. 포항=프리랜서 공정식

추수 끝난 마른 논에 웬 물이? 18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서 논에 물을 댄 듯한 일이 벌어졌다. 지진 이후 액상화현상으로 추정된다(왼쪽 사진). 물과 함께 모래와 점토층도 솟구쳤다. 포항=프리랜서 공정식

18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망천리의 일부 논바닥은 땅 밑에서 물이 올라온 듯 흥건히 젖어 있었다. 조준길 망천리 이장은 “겨울철엔 바짝 마르기 마련인 논바닥에 소금물이 올라온 것 같다는 주민 신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지난 15일 규모 5.4의 포항 지진 진앙에서 남쪽으로 1㎞ 정도 떨어져 있다. 지진 발생 이후 땅 위로 물이 솟구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경재복 한국교원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중앙SUNDAY와 인터뷰에서 “액상화 현상이 국내 처음으로 관측된 것으로 보인다. 이 현상은 지하의 모래층 혹은 이질층(미세한 고운 모래층)에 강한 진동이 오면 지하수와 함께 흔들려 흙탕물처럼 돼 표면으로 분수처럼 솟아오르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역대 두 번째로 강했던 포항 지진이 발생한 지 나흘째를 맞으면서 여진 발생 횟수는 크게 줄어든 반면 액상화 현상 같은 새로운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기상청·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과 공동으로 지진 현장조사에 나선 유인창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는 “지난해 발생한 경주 지진과 비교하면 발생 직후 여진 발생 횟수가 이번 포항에서 더 적다”며 “실제로 지진 발생 이후 19시간 이내 발생한 규모 2.0 이상의 여진 횟수에서 이번 포항 지진이 지난해 경주 지진에 비해 적게 나타났다. 이번 포항 지진의 경우 여진은 발생 첫날과 16일 오후까지만 해도 수 분 간격으로 이어졌으나 16일 오후 7시 이후부터 7시간의 시차를 두고 발생했고, 17일엔 그 횟수가 더 줄었다. 유 교수는 “여진 횟수가 줄어들었다고 해서 아직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지진 발생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포항시 학교와 유치원 28곳이 20일에도 수업을 재개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휴업이 연장되는 학교는 초등학교 11곳과 중학교 4곳, 유치원 13곳(공립 9곳, 사립 4곳)이다. 휴업 기간은 최장 5일간이다. 포항흥해공업고는 18일 실시된 안전진단 결과를 확인한 뒤 휴업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지진 피해가 컸던 한동대는 휴업을 연장하는 대신 20일부터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교수가 인터넷 강의를 하며 실시간으로 질의를 받아 답하는 방식이다.
 
지진 발생으로 일주일 연기된 수능 시험이 23일 치러질 예정이지만 앞으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예상할 수 있는 전문가는 없다. 경주 지진의 경우 발생 이후 1년2개월여 동안 여진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이번 포항 지진 역시 상당 기간 지진 여파가 이어질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관측만 나오고 있다.
 
“지진 여파 상당 기간 이어질 것’ 관측
포항 지진이 발생한 직후부터 기상청을 비롯한 여러 기관이 발생 원인에 대해 설명했다. 원인 분석은 다소 엇갈렸다. 기상청 역시 포항 지진 직후 긴급 브리핑을 통해 “양산단층의 가지층인 장사단층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진은 단층 운동 등의 결과로 지구 내부에 축적된 에너지가 갑자기 방출되면서 급격한 지각변동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라는 주장이 나온 1983년 이후 동남부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은 양산단층과 관련돼 있는 것으로 학계는 설명해왔다. 하지만 지진 발생 하루 뒤인 지난 16일 지질연의 설명은 달랐다. 선창국 지질연 국토지질연구본부장은 “포항 지진은 양산단층의 주 구조선에서 7~8㎞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으며 이는 기존에 존재가 보고된 적이 없는 북북동 방향의 단층대를 따라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단층대가 출현한 셈이다. 실제로 진앙지인 포항시 흥해읍은 퇴적층 지역이며, 그동안의 지표면 조사에서도 땅 밑에 활성단층이 있는 것으론 파악되지 않았다. 또한 기상청이 지난 15일 발표한 진원의 위치도 사후 조사가 진행됨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기상청이 발표한 지진 발생 위치는 포항시 북구 북쪽 9㎞ 지역(북위 36.12도, 동경 129.36도)이었으나 남쪽 방향으로 좀 더 내려갔으며, 깊이 9㎞도 4~5㎞ 정도로 얕아졌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새로운 단층은 지표면 조사로는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경주 지진을 계기로 400여억원을 들여 올해부터 5년 단위로 조사해 활성단층지도를 제작할 계획이다. 남한 지역만 활성단층이 400개 이상 되는 것으로 추정되나 활성단층 지도가 없어 지진 대비에 큰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포항 지진을 계기로 지표면의 흔적으론 발견할 수 없는 새로운 단층대가 드러나면서 오랜 시간과 돈을 들여 제작하려는 활성단층 지도마저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홍 교수는 “지표면 조사 위주로 활성단층을 찾아가는 기존 조사 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도 제작만으로 지진 발생을 예상하거나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는 건 지나친 낙관이라는 것이다.
 
동일본대지진이나 북한 핵실험과 무관
포항 지진을 계기로 일부 전문가는 더 강력한 지진이 올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2011년 규모 9.1의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이후 한반도 지반이 이 영향을 받아 전반적으로 약해진 상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규모가 가능할까.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는 최근 학술 논문(2016년 9월 경주 지진 소고)에서 경주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지진 규모는 7.3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예측은 경주 지역에서 발생한 역대 지진 자료, 양산단층의 길이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규모 7.0 이상이면 아파트 등 빌딩이 무너질 수도 있는 것으로 발생 때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다만 이런 지진이 나타날 수 있는 시간 간격은 5900년으로 계산했다. 자주 벌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또한 이번 지진은 동일본대지진 또는 북한 핵실험과 연관성이 낮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질연은 이번 포항 지진의 발생 원인이 된 새로운 단층면을 역단층성 주향이동단층으로 추정했다. 지진의 원인을 설명하는 판구조론에 따르면 판(plate)이 움직이면서 판과 판 경계 내에서, 또는 판 내부에서 지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일본 쪽에 있는 태평양판이 힘을 가하고, 히말라야 쪽에 있는 인도판이 힘을 가하면서 동서방향의 압축으로 인해 역단층이 생긴다.
 
포항 지진은 두 판의 압력에 의해 역단층과 주향이동단층이 섞여 발생한 것이다. 이 명예교수는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본질적으로 판 내부의 지진활동(intraplate seismicity)이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같은 판경계 지진활동(interplate seismicity)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동일본대지진의 진앙인 일본 해구와 경주 등의 지진 사이엔 수평적으로 1000㎞ 이상 떨어져 있고, 그 사이엔 일본 열도와 동해에 수많은 활성단층이 존재하는데 그사이 단층에서 지진 활동이 활발해졌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 핵실험 영향 역시 거의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북한의 6차례 핵실험이 있었던 함경북도 길주군과 경주·포항 사이엔 거리가 멀어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활성단층 단층은 외부의 힘을 받아 지각이 두 개의 조각으로 끊어져 어긋난 지질 구조다. 지각이 두 개의 조각으로 끊어진 면을 단층면이라고 한다. 활성단층은 활동 가능성이 예상되는 단층을 말한다.
 
역단층성 주향이동단층 단층면의 경사나 이동 방향에 따라 정단층, 역단층, 주향이동단층 등으로 구분한다. 정단층은 지층의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벌어지는 힘이 가해지면서 지층이 끊어지는 현상이며 역단층은 지층의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힘이 가해지면서 끊어진 한쪽이 다른 한쪽 위로 밀려 들어간 형태다. 주향이동단층은 지층이 수평 방향으로 서로 엇갈리는 힘이 작용하면서 끊어진 현상이다. 역단층성 주향이동단층은 역단층과 주향이동단층이 겹쳐진 현상이다.
 
판구조론 지진의 원인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학설. 판의 움직임과 상호 작용에 의해 지진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지구의 최외곽층은 암석권(지각과 최상부 맨틀로 구성되며 약 100㎞ 두께)과 연약권으로 나누어지는데 암석권은 10여 개의 주요 판으로 나뉘어 연약권 위에 떠 있는 것으로 설명된다. 판은 연약권이란 호수에 떠 있는 뗏목처럼 움직이다 부딪쳐 경계 지역에선 지진 에너지가 축적돼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

 
 
강홍준 사회선임기자, 박민제 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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