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굿모닝 내셔널]文-트럼프 만찬 오른 '고창한우' 산지 가보니

고창한우가 떴다. '트럼프 효과'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외를 위해 준비한 국빈 만찬 상에 전북 고창한우가 올랐다. 고창 농민들이 키운 한우로 만든 갈비구이가 유명세를 탔다.  
 
기존에 명성이 자자한 강원도 횡성한우나 전북 장수한우와 달리 고창한우는 그동안 많이 알려지지는 않아 이번에 더 궁금증을 일으키고 눈길도 더 끌었다. 고창한우와 밀접한 전북도와 고창군·고창부안축협조차 청와대발(發) 뉴스를 보고 뒤늦게 알았을 정도다. 실제 '고창한우'란 브랜드는 없다. 고창에서 키운 한우 대부분은 전북의 대표적인 한우 광역 브랜드인 '참예우'로 판매된다.  
 
지난 13일 드론으로 촬영한 전북 고창군 공음면 최준수(43)씨의 '수호농장'. 논밭에 둘러싸여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3일 드론으로 촬영한 전북 고창군 공음면 최준수(43)씨의 '수호농장'. 논밭에 둘러싸여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고창한우가 말 한마디로 세계를 들었다 놨다 하는 트럼프의 입에까지 들어가게 된 경위는 뭘까. 유효진 고창군 축산진흥팀장은 "고창에서 키운 한우 가운데 '참예우' 브랜드로 나간 상품을 청와대가 구매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고창군에 따르면 현재 고창에서는 774개 농가에서 한우 2만5900마리를 키우고 있다. 이 가운데 666개 농가에서 기르는 소 2만3000마리가 고창부안축협을 통해 '참예우' 브랜드로 유통된다. 트럼프가 맛본 한우가 정확히 어느 농가가 키운 어떤 소인지는 알 수 없지만 농가들은 '트럼프가 먹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창한우를 소비자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아주 좋은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준수씨 농장에서 일하는 한 농민이 소들에게 조사료를 먹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최준수씨 농장에서 일하는 한 농민이 소들에게 조사료를 먹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국빈 만찬에 고창한우가 올라갔다고 하니 생산자 입장에선 뿌듯하죠."  
지난 13일 전북 고창군 공음면 '수호농장'에서 만난 농장주 최준수(43)씨는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많은 소 중에서 고창한우를 먹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최씨 농장에서는 한우 650여 마리가 '우방(牛房)'이라 불리는 축사에서 한가롭게 쉬고 있었다. 모든 소의 오른쪽 귀에는 숫자와 바코드가 적힌 노란 '귀표'가 붙어 있었다. 최씨는 "사람으로 치면 주민등록증"이라고 설명했다.  
 
최준수씨가 키우는 고창한우들. [프리랜서 장정필]

최준수씨가 키우는 고창한우들. [프리랜서 장정필]

최씨는 본인 스마트폰에 깔린 앱(응용 프로그램)을 켰다. 한국종축개량협회가 제공하는 '한우개량정보서비스'였다. 최씨가 검색창에 소 한 마리의 번호를 입력하니 이 소의 족보가 떴다. 성별과 생년월일은 물론이고 부모와 조부모·외조부모가 어떤 소인지 등 계통 및 혈통이 다 나왔다. 
등지방 두께와 근내 지방도 등 유전능력까지 표시됐다. 최씨는 "한우 사육은 과학이다. 우리 농장의 경우 1등급 이상 출현율이 95%"라며 자부심이 대단했다.
 
최준수씨가 스마트폰에 있는 '한우개량정보서비스' 앱의 검색창에 소 귀표에 적힌 번호를 입력하자 소의 혈통 등 족보가 떴다. 고창=김준희 기자

최준수씨가 스마트폰에 있는 '한우개량정보서비스' 앱의 검색창에 소 귀표에 적힌 번호를 입력하자 소의 혈통 등 족보가 떴다. 고창=김준희 기자

서울에서 사업하던 최씨는 지난 2011년 동갑내기 아내 손해숙(43)씨와 두 딸(고1·초6)을 데리고 고향인 고창으로 귀농했다. 천혜의 고향 자연 환경에 반해 미래를 투자한 것이다. 연간 수입을 묻자 그는 "대기업 월급쟁이보다 낫다. 1억원은 넘는다"고 했다. 최씨는 "고창은 사방이 산과 들·바다로 둘러싸인 청정 지역이다보니 소가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한우를 키우기엔 최적지"라고 말했다.  
 
실제 고창군은 문화유산과 자연생태자원이 풍부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선사시대 고인돌군(群)부터 국가습지보호지역이자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운곡습지와 고창갯벌, 호남의 내금강이라 불리는 선운산도립공원, 야생동식물보호구역이자 철새도래지인 동림저수지까지 사람과 자연이 공존한다. 이런 생태자원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지난 2013년 5월에는 국내 최초로 행정구역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조사료를 먹고 있는 고창한우들. [프리랜서 장정필]

조사료를 먹고 있는 고창한우들. [프리랜서 장정필]

한우 산지로서 고창의 장점은 또 있다고 한다. 
공장에서 생산하는 완전배합사료(TMR) 외에 조사료(粗飼料)의 원료인 청보리·벼,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등의 재배지가 널려 있다는 것이다. 조사료는 건초나 짚처럼 지방·단백질·전분 따위의 함유량이 적고 섬유질이 많은 사료를 말한다. '횡성한우'로 유명한 강원 지역 농가들도 고창에서 조사료용 볏집 등을 가져간다고 한다. 게다가 고창과 맞닿은 부안군의 광활한 새만금 간척지에서는 고창부안축협이 대규모로 이탈리안 라이그라스를 재배한다.  
 
최씨는 "배합사료에 의존하는 다른 지역과 달리 고창은 소의 반찬 격인 조사료가 풍부한 게 매력"이라며 "조사료를 잘 먹인 어미소는 젖(유량)이 풍부하고, 이 젖을 먹고 자란 송아지는 건강하고 발육이 좋다"고 말했다. 
 
최씨 축사 옆에는 하얗고 둥그런 겉모양 때문에 속칭 '공룡알'이라 불리는 곤포 사일리지(silage)가 3000개나 쌓여 있었다. 곤포 사일리지는 가을에 수확을 마친 볏짚이나 청보리,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등을 흰색 비닐(곤포)로 여러 겹으로 감아 포장한 조사료다. 최씨는 "우리 소들이 1년간 먹을 양"이라고 했다.  
 
지난 13일 최준수씨 농장에 있는 암소 한 마리가 새끼를 낳았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3일 최준수씨 농장에 있는 암소 한 마리가 새끼를 낳았다. [프리랜서 장정필]

"트럼프가 고창한우를 먹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고창부안축협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평일에도 문의 전화가 쏟아지고 트럼프 방한 이전보다 고창한우 매출이 40%가량 늘어서다. 
정신환(49) 고창부안축협 한우명품관 지점장은 "뉴스를 보고 한우명품관을 찾은 고객들로 주말 내내 바빴다"고 했다. 고창의 오랜 특산물인 장어의 인기를 위협할 기세다. 정 지점장은 "주말에 서울에서 1박2일 일정으로 골프를 치러 고창에 내려온 일행 16명은 원래는 장어를 먹으려다 고창한우를 먹으려고 일부러 명품관에 찾아왔다"고 귀띔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본점에서는 지난 12일 고창부안축협에서 880㎏짜리 거세우 1마리를 사갔다고 한다. 김선봉(65) 고창부안축협 상임이사는 "마트 측에서 고객 반응을 본 뒤 고창한우를 서울 전 지역 매장으로 판매를 확대할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고창부안축협이 운영하는 한우명품관에 내걸린 플래카드. 미국 트럼프 대통령 내외를 위한 국빈 만찬에 고창한우가 올랐다는 내용이다. 고창=김준희 기자

고창부안축협이 운영하는 한우명품관에 내걸린 플래카드. 미국 트럼프 대통령 내외를 위한 국빈 만찬에 고창한우가 올랐다는 내용이다. 고창=김준희 기자

한국종축개량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북 지역에 등록된 한우는 모두 10만3383마리다. 전북에는 모두 4개의 한우 광역 브랜드가 있다. 고창한우가 속한 '참예우'를 비롯해 '장수한우' '총체보리한우' '단풍미인한우' 등이다. '참예우'는 NH참예우조합 공동사업법인, '장수한우'는 무진장축협, '총체보리한우'는 전북한우협동조합, '단풍미인한우'는 단풍미인한우영농조합법인에서 각각 경영한다.  
 
'참예우'의 경우 '장수한우'의 원산지인 무주·진안·장수를 제외한 전북 11개 시·군 640개 회원 농가에서 5만4561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전북 4개 한우 광역 브랜드 중 최대 규모다. 전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북 지역 한우 광역 브랜드의 1등급 출현율은 평균 90.3%로 전국 평균 69.4%보다 20.9% 높았다.
 
고창한우 꽃등심. [프리랜서 장정필]고창한우 갈비살. [프리랜서 장정필]고창한우 살치살. [프리랜서 장정필]
전북도는 홍보와 소비촉진·시장조사 등을 통한 한우 광역 브랜드화 사업비로 지난 2007년부터 올해까지 11년간 133억2000만원을 쏟아부었다. 이 가운데 '참예우'에만 올해 3억9500만원 등 61억4500만원을 투자했다. 
 
이 덕분에 '참예우'는 축산물경진대회에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명품'으로 인증받았다. 이종환 전북도 축산과장은 "강원도 '횡성한우'가 인지도는 높지만 실제 육질은 고창한우를 포함한 '참예우'가 더 낫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김대중 고창부안축협 조합장이 고창한우 꽃등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김대중 고창부안축협 조합장이 고창한우 꽃등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고창군도 자체적으로 2014년부터 내년까지 5년간 '한우 명품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혈통 등록 및 선형 심사, 수정란 이식, 우량 정액 공급 등에 도비와 군비 등 43억원을 투자하는 사업이다. 이 결과 고창한우의 고급육(1등급 이상) 출현율이 2014년 60%에서 올해 70%로 3년 새 10%나 올랐다고 한다. 
박우정 고창군수는 "고창한우가 국빈 만찬 메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며 "한우 명품화 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해 전국 제일의 명품 한우를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고창=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관련기사
 
굿모닝 내셔널 더보기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